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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집단괴롭힘 당한 초등학생 그만…가해학생 처벌 못해?

[the L] [엄마 변호사의 세상사는 法] 만 14세 미만은 처벌 불가능…부모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

편집자주두 아들을 둔 엄마 변호사입니다.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이 살면서 겪는 소소한 문제들의 법적 쟁점과 해결책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드립니다.

이지혜 디자이너


(이 사례는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5다24318 판결의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각색된 것입니다.)

 

공립 초등학교 6학년인 찬우(12세)는 학교 가는 게 너무나 싫었습니다. 같은 반 친구들의 괴롭힘 때문이었습니다. 그 중 6명은 걸핏하면 쉬는 시간에 찬우를 화장실로 불러내 가둬놓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습니다. 하루는 자기들끼리 말다툼을 하다가 화가 난다는 이유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찬우에게 달려들어 주먹과 발로 폭행했습니다. 찬우는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하면서도 폭행사실을 어른들에게 알리면 죽여버리겠다는 가해학생들의 협박 때문에 부모님이나 담임교사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찬우의 어머니는 찬우가 밤에 식은땀을 흘리고 헛소리를 하며 자주 짜증을 부리는 등 정서불안 증세를 보이자 담임교사와 상담을 했습니다. 이에 담임교사는 찬우에게 급우들과의 관계 등을 물어봤으나 찬우는 별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찬우의 고통은 그대로 묻히는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한달 뒤 찬우가 여럿으로부터 집중적으로 폭행을 당하기에 이르자 같은 반 학생이 이 사실을 담임교사에게 알렸고, 담임교사는 찬우와 가해학생들을 추궁한 끝에 찬우가 수 개월간 지속적으로 괴롭힘과 폭행을 당해온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담임교사는 찬우의 부모에게 즉각 이 사실을 알렸고, 찬우는 정신과 의사로부터 진찰을 받은 결과 ‘충격 후 스트레스 장애’로 약물치료와 상담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담임교사는 가해학생들에게 반성문을 쓰게 하고, 가해학생들 부모에게 그 사실을 알린 뒤 찬우 부모와 가해학생들 부모가 함께 모인 과정에서 찬우에 대한 폭행문제를 협의했습니다. 협의 과정에서 찬우의 부모는 정신과 의사의 견해에 따라 담임교사와 교장에게 가해학생들을 전학시키거나 다른 반으로 보내는 등 찬우와 가해학생들을 격리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담임교사와 교장은 전학 조치는 불가능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면서 전학과 분반 문제는 더 지켜보되 찬우와 가깝게 지내던 같은 반 친구인 성호로 하여금 찬우를 보살피게 할 것이며, 가해학생들을 철저히 지도할테니 학교를 믿고 맡겨달라고 했습니다. 가해학생들의 부모들도 찬우 부모에게 사죄하며 찬우에 대한 정신과 진료비 부담을 약속하고, 추후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가해학생들을 전학시키겠다는 각서를 작성했습니다.


찬우네 학교는 이 사건이 있은 직후 수학여행이 예정돼 있었는데, 찬우 어머니는 찬우가 수학여행을 갈 경우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찬우를 보내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러자 담임교사는 수학여행 중 찬우와 가해학생을 격리해놓고 특별히 감독하겠다고 약속하며 찬우를 수학여행에 보내라고 권유했고 이에 찬우는 수학여행을 가게 됐습니다.

 

그러나 가해학생들과 격리하겠다는 담임교사의 약속과는 달리 찬우는 수학여행지에서 가해학생 중 한 명과 같은 방을 쓰게 됐고 친하게 지내던 성호로부터도 ‘저리 꺼져 재수없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또 같은 방에 배정된 급우들은 찬우만 밖에 둔 채 방문을 잠그고 자기들끼리 귓속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찬우는 수학여행을 다녀온 후 우울증세가 더욱 심해져 부모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물으면 화를 내고 손톱을 물어뜯거나 다리를 떨면서 불안해하고 어린애처럼 행동하다가 갑자기 화를 내고 우는 등 감정을 통제하지 못했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까지도 거부했습니다. 그러던 중 찬우는 학교에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자기 방에 들아간 뒤 창문 밖으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가해학생들을 폭행이나 상해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어렵습니다. 형법은 만 14세 미만의 자를 형사미성년자로 정해 이들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만 12세 전후인 가해학생들은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고 위법하다 해도 책임능력이 없어 형사상 처벌은 불가능하며 소년법에 따라 보호처분을 과할 수 있을 뿐입니다.

 

-찬우의 부모는 누구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지방자치단체와 가해학생들 부모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우선 지방자치단체는 소속 공무원인 교장과 담임교사의 과실로 인해 찬우와 찬우 부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교장과 담임교사는 ‘학교에서의 교육활동과 이에 밀접한 생활관계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거나 사고발생의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 친권자 등 법정감독의무자를 대신해 학생들을 보호·감독할 의무가 인정됩니다(대법원 93다60588 판결 등 다수). 


이 사례에서 가해학생들의 폭행은 주로 학교에서 장기간에 걸쳐 지속됐고 찬우의 부모가 면담 요청까지 했던 점에 비춰, 교장과 담임교사는 학생들의 동향을 면밀히 살펴 폭행을 적발해 찬우의 죽음이라는 결과를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었고, 폭행사실이 적발된 후에도 찬우와 가해학생들을 철저히 격리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해  찬우가 자살에 이르게 하도록 한 원인을 제공한 잘못이 있습니다. 한편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불법행위를 한 공무원은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개인책임을 부담하지는 않는데(대법원 95다38677 판결), 사례에서 교장과 담임교사의 잘못이 고의나 중과실에 이른다고 보이지는 않으므로 찬우 부모가 교장과 담임교사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가해학생들 부모의 경우, 가해학생들이 책임을 변식할 능력이 없는 관계로 이들의 친권자이자 법정감독의무자로서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민법 제755조 제1항), 교장과 교사와 같은 대리감독자가 있는 경우라도 가해학생들 부모의 책임은 면제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대법원 2005다24318 판결). 


참고로 가해학생 부모와 지방자치단체는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액을 모두 연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것이므로 피고가 늘어난다 해서 배상액이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찬우 부모 등이 배상받을 수 있는 손해액은 어떻게 결정되나요?

▶사망한 찬우의 위자료와 찬우가 생존했을 경우 얻었을 수입(일실수익)의 배상액은 모두 찬우 부모에게 절반씩 상속됩니다(다만 이 부분은 찬우의 죽음을 막지 못한 데 찬우 부모의 과실이 일부 있다고 판단되면 감액될 수 있습니다). 또 찬우 부모와 찬우의 형제자매는 각각 찬우의 죽음으로 인한 고유의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 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찬우의 위자료로 3000만원, 찬우 부모의 위자료로 각 1000만원, 찬우 동생의 위자료로 500만원을 각각 인정했고 이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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