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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원은 왜 '검사' 출신을 영장판사로 보냈나

[the L 레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에 '검찰 출신' 판사 투입…법원 수사 지휘하는 한동훈 3차장과 동기


국내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 30일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형사2단독 재판부에서 근무하던 명재권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27기)를 영장전담재판부로 보낸 것이다. 이로써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수년 간 유지해온 3인 체제에서 4인 체제로 바뀌었다.

이번 인사에 대해 법원은 영장판사들의 업무부담을 조절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이 법원의 월 평균 압수수색영장 청구 사건 수는 작년 동기 대비 16.2% 늘었다. 반면 형사단독재판부가 처리하는 약식명령 후 정식재판 청구 사건은 29.3% 줄었다. 약식사건에서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폐지된 결과다.

이전까지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벌금·과료 등 약식명령을 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한 피고인에게 약식명령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일부 피고인들이 마구잡이로 정식재판을 청구하면서 불필요한 재판이 너무 많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지난해 12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폐지됐고, 법원은 약식명령보다 높은 벌금을 선고할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측은 "예전부터 영장전담판사는 새벽까지 기록을 검토하고 결론을 내야 하는 사건이 너무 많아서 거의 매일 야근을 했다. 주말은 3주에 한 번 정도밖에 쉬지 못한다"며 "일단 올해도 3인 체제를 유지해보고 안 되면 증원을 고려하기로 하고 올해 상반기까지 끌고온 것"이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여유가 생긴 형사단독재판부에서영장전담부에 일손을 보태기로 했다는 것이다. 여기까진 납득이 간다. 문제는 이 가운데 왜 명 부장판사가 선택됐느냐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기존에 근무하던 박범석(45·26기)·허경호(44·27기)·이언학(51·27기) 부장판사와 연수원 기수를 맞추다 보니 명 부장판사가 거론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재판부에 연수원 26~27기 판사는 명 부장판사 말고도 4명이나 더 있다. 

일각에선 명 부장판사의 검사 경력이 이번 '원포인트 인사'의 이유 가운데 하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사법부는 대법원의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있다. 검찰이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들로부터 물증을 확보하겠다며 압수수색 영장을 요구했지만 영장판사들은 이를 줄줄이 기각했다. 숫자로 따지면 재판거래 의혹 사건 압수수색 영장 발부 비율은 10% 수준이다. 2017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의 압수수색·검증영장 발부 비율은 평균 89.2%였다.

검찰은 압수영장이 기각될 때마다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법원 대신 기각 사유를 밝히고 왜 기각 결정이 부당한지 언론에 설명한다. 검찰이 '또 영장 청구가 기각됐다'고 알릴 때마다 법원, 그 중에서도 영장부가 도마에 오른다. '제 식구 감싸기' '방탄법원'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영장전담 판사로 투입된 명 부장판사는 법원의 사법농단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의 검찰 동기였다. 두 사람은 1998년 함께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검사로 임관했다. 명 부장판사는 이후 10년 간 검사생활을 하다 판사로 전직했다. 

만약 검사 출신의 명 부장판사가 영장전담부에서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영장을 기각한다면 법원 입장에선 '검찰 수사팀을 지휘하는 차장검사와 검사 동기였던 판사가 봐도 검찰의 영장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 

법원이 이런 걸 염두에 두고 인사를 냈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다만 민감한 시기에 오해를 살 수 있는 판단이었음은 분명하다. 한 판사는 "먼지 하나 조심해야 할 시기에 세심하지 못한 인사였다"며 부적절한 인사로 비춰질 가능성을 염려했다. 법원 안팎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에 그칠지, 앞으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의 판단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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