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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위에 대법관?…판사도 탄핵될 수 있다

[the L] [서초동살롱] 검찰-법원, 영장 청구-기각 '핑퐁 게임'…법원, '셀프 무죄' 예단 깔고 조직 방어?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에 휩싸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 성남시 수정구 자택 인근 놀이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사법농단과 재판거래의 한쪽 당사자인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에서는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관, 대통령까지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인데 다른 한쪽 당사자인 사법부는 ('윗선'으로 의심되는) 고위직에 대한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법원이 자료 자체에 대한 접근조차 허용하고 있지 않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영장 청구와 기각이 반복되는 '핑퐁 게임'에 대해 검찰 관계자가 이같이 말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13년과 2014년 잇따라 차한성·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을 청와대 공관으로 불러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소송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확인된 직후였다.

영장 기각으로 수사 진척이 더뎌지는 답답함을 호소하는 와중에 튀어나온 '대통령 수사' 운운 발언은 의미심장했다. 전·현직 대법관은 절대 검찰 수사를 받아서는 안되는 '특수집단'인냥 행동하지 말라는 에두른 경고라는 점에서다. 실제 검찰에선 사법부가 행정부나 입법부보다 우위에 있는 것처럼 굴면서 사법부 스스로를 '치외법권'으로 만들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번 기회에 사법부를 무릎 꿇리려 단단히 벼르고 있다며 법원을 감싸는 목소리도 있다. 검찰이 검찰 개혁을 사법 개혁으로 물타기하기 위해 사법농단 수사를 대대적으로 벌렸다는 음모론도 없지 않다.

문제는 법원의 예단이다. 사상 초유의 대법원 수사에 직면한 사법부는 '재판 거래란 있을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 검찰 수사를 방어하고 있다. 마치 법원의 무오류성·무결점을 전제한 듯한 태도다. 오로지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재판하는 법관의 권위를 무너뜨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비친다.

검찰이 문제삼고 있는 사법부의 과거 행태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으리란 확신도 한몫하고 있다.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이 있는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 결과가 외교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청와대가 관계 부처 장관과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을 불러 회의를 한 것은 국정운영상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재판은 재판대로 이뤄졌다. 검찰이 이를 문제삼아 나중에 기소를 하더라도 재판에서는 틀림없이 무죄가 나온다"고 장담했다.

법원이 유독 사법농단 수사의 핵심 인물과 증거 등에 대해 검찰이 청구하는 압수수색 영장을 번번이 기각하는 이유도 이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법리상 죄가 안될 것이라고 예단하고 검찰 수사로 입을 수 있는 법원 조직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법원의 '수사 방해'라는 비판까지 나오자 한 여당 국회의원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해 법원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 진짜 법관 탄핵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이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진 것에 대해 사법부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국민 앞에 반성하며 뼈를 깎는 개혁을 보여줄 것이라 예상했지만 거꾸로 국민들이 바라는 실체 규명마저 방해하는 모습에 더이상 법원의 자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뜻이다.

현행 헌법은 법관의 신분을 보장하기 위해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는 이상 파면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법관이 사법권 독립에 반하는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대의기관인 국회가 국민들을 대신해 법관을 탄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국회가 법관 탄핵에 나설 가능성은 아직 낮은 편이지만 사법부에 대한 더 엄중한 탄핵은 이미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사법부에 대한 신뢰 상실이다. 

최근에 형사 소송을 맡아 재판에 들어갔던 한 변호사는 재판의 주심 판사를 놓고 동료 변호사들과 한바탕 토론이 벌어진 일을 전해줬다. 그는 "판사가 재판 진행과 판결 방향에 대해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발언들을 했는데, 그 판사가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돌아서 신원 확인을 해보는 일이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이었지만, 사법농단 의혹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다면 재판에 대해 믿지 못하는 일이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한 변호사는 "그동안 '나쁜 놈'은 검찰이었다. 우리가 믿을 건 재판부 밖에 없었다"며 "조금 이상한 판결이 있더라도 사법부는 정말 믿었다. 그런데 이제는 사법부를 더 이상 믿지 못할 것 같다"고 배신감을 토로했다.

불과 2년 전 국민들은 '촛불'을 들어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을 단죄하고 현역 대통령을 탄핵했다. 어떤 권력도 국민 앞에 오만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스스로 일깨웠다. 사법부도 사법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 뿐 아니라 법관도 탄핵될 수 있음을 확인하게 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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