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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신병 걸린 아내…9살 아들 맡겨도 되나요?"

[the L] [조혜정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그래픽=이지혜 기자

Q) 정신질환이 있는 아내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이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몇 년 전 정신질환으로 입원한 적이 있는데 몇 개월 전부터 다시 이상증세가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약도 안 먹고 저를 괴롭혀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습니다.

아내와는 10년 전쯤 결혼중매업체를 통해 만났습니다. 아내는 겉으로는 좋은 집안에서 잘 자란 아가씨로 보였고 저는 첫 눈에 아내가 마음에 들어 두어 번 만나고 바로 결혼을 결정했습니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일단 결혼을 결정하고 난 다음이라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처가에 인사 드리러 갔을 때 장모님이 제 손을 꼭 쥐면서 ‘우리 딸 맡아줘서 정말 고맙다’고 하신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내의 부모님도 딸의 문제를 알고 있었는데 저한테 얘기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결혼 3년쯤 되는 시점부터 아내가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다른 여자와 만나는 걸 봤으니 이실직고하라고 저를 다그치고 위층에 사는 사람이 저와 짜고 자기를 죽이려고 한다, 천장을 통해 가스를 흘려보낸다고 하면서 밤새 잠을 안 자고 집안을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아내의 증세가 심해지자 아내의 부모님과 상의해서 정신병원에 입원을 시켰습니다.

저는 아내의 정신병 때문에 정말 힘들었지만 어린 아들 때문에도 어떻게든지 이혼 안 하고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내가 측은하기도 했고요. 퇴원 후 아내는 한동안 괜찮아진 듯 했습니다. 아내가 병원에서 퇴원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가 지방발령을 받아서 주말에만 집에 왔기 때문에 아내와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지 않아 제가 몰랐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1년 전쯤 주말부부생활을 청산하고 같이 살기 시작했는데 아내의 이상증세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제가 직장 동료인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고 하고 제가 집의 컴퓨터에 비밀장치를 설치해서 컴퓨터 사용을 감시하고 방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서 자기를 감시한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소용이 없었고, 아내는 심지어 이런 내용을 저의 가족들에게까지 말하곤 했습니다.

저는 아내의 부모님께 다시 입원을 시켜야겠다고 했지만, 이번에는 아내의 부모님이 아내의 이상증세를 인정하려들지 않고 제 잘못이라고 하시네요. 아내는 자기생각이 맞다고 확고하게 믿기 때문에 자발적으로는 절대 병원에 안 가고요. 저도 처음에는 아내를 치료해서 어떻게든 같이 살아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너무 지쳤습니다. 아내의 증세가 갈수록 나빠지는 데다가 점점 공격성이 강해져 저를 때리려들기 때문에 집이 지옥 같습니다.

얼마 전 더 이상은 못 버티겠어서 아내의 부모님께 이혼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분들은 ‘결혼 전에는 아무 문제 없었는데 자네와 살면서 병이 생겼으니 자네가 책임지라’고 하시고 병 있는 아내를 돌보지 않았으니 이혼이 안될 거라고 합니다. 저는 정말 이런 상태의 아내와 평생 이혼도 못하고 살아야 하는 건가요? 그리고 정상이 아닌 아내에게 9살 아들의 양육을 맡길 수가 없어 제가 꼭 키워야 하는데 알아보니 아빠가 아이 양육권을 갖기가 아주 어렵다고 해서 큰 걱정입니다. 아이의 양육권을 제가 가질 수 있을까요?


A) 남들이 알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 장기간 지내시느라 정말 힘드셨겠습니다. 이제는 너무 지쳤다는 말씀 충분히 이해됩니다. 불행한 결혼생활의 원인이 되는 배우자의 문제는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지만 제가 보기엔 배우자의 정신질환이 결혼생활을 가장 피폐하게 만드는 문제입니다. 정상적인 대화가 거의 불가능하고 상대방에 대한 의심이나 공격성까지 더해지게 되면 결혼생활은 말 그대로 지옥이 되어버립니다.

지금까지 배우자의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분들을 적지 않게 만났습니다. 그분들도 선생님처럼 처음에는 병원치료를 통해서 배우자의 정신질환을 고쳐보려고 노력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단념하는 과정을 거쳤고요. 환자 본인이 스스로 치료를 받으려고 노력을 하는 경우에는 그래도 희망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게 문제입니다. 자기는 정상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에 아무리 권해도 병원에 안 가고 병원에 다닌다 하더라도 약을 꾸준히 먹지 않아서 증상이 점점 악화되곤 합니다.

배우자의 가족에게 알려도 별 도움이 안 됩니다. 가족이긴 하지만 같이 살지 않기 때문에 병의 심각성을 정확히 알기가 어렵고, 안다고 해도 환자를 같이 사는 배우자에게 넘기고 모른 체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선생님 아내의 부모님처럼 ‘너랑 살다가 병났으니 네가 책임져라’고 하는 경우도 많고요.

이렇게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장기간 배우자의 정신질환과 싸우다보면 본인도 병이 나거나 정신질환에 가까울 정도로 피폐해지게 됩니다. 조현병 환자인 아내와 장기간 살았던 남편이 스트레스로 인해 40대 중반에 청력을 거의 상실한 경우도 보았습니다.

이런 분들이 가장 염려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법원이 정신질환이 있는 배우자와의 이혼을 못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입니다. 병난 배우자를 책임지지 않고 이혼하겠다면 법원이 안된다고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을 많이 하십니다. 배우자의 가족들이 ‘네 책임이다’라고 반복적으로 말하기 때문에 여기서도 영향을 받습니다.

법원의 태도는 정신질환 자체가 이혼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서 판단이 달라집니다. 정신질환이 있는 배우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강조하여 병의 치료와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되, 이를 계속 요구하는 것이 당사자에게 무한한 정신적, 육체적 희생과 경제적으로 과다한 고통을 안겨주는 경우에는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줍니다. 중증의 조울증, 조현병, 이와 비슷한 정도로 심각한 경우에는 구체적 사정을 감안하여 대체로 이혼판결을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보면 선생님의 경우에는 이혼사유로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내가 발병한 시점이 오래되었고, 선생님이 아내의 치료를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했으며, 아내가 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니 이혼판결을 받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아내의 정신질환에 대해 병원기록 등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고 증세의 심각성과 결혼생활 유지의 어려움에 대해서 가능한 상세하게 설명을 해야 할 것입니다.

아들의 양육권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우리 법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엄마에게 우선적으로 양육권을 주는 경향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빠의 양육권이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법원에서 양육권자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아이의 복지입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누구와 사는 것이 좋은가를 기준으로 정합니다. 엄마에게 치유가 어려운 정신질환이 있다면 양육권자가 될 수 없는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의 질문 내용에 나온 아내의 증상을 보면 아내의 정신질환이 아이에게도 이미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걸로 짐작됩니다. 아이의 성향에 따라서는 표면에 많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아이의 내심에는 엄마로 인한 상처가 상당히 깊을 수도 있습니다. 심리상담가나 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에게 아이의 현 상태를 진단받으시고 필요할 경우 치료를 받게 하셔야 합니다. 이런 자료가 양육자 지정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진단의 결과 엄마와의 격리가 필요하다고 하면 가능한 빨리 아이를 데리고 아내와 별거하시길 권합니다. 현재 선생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엄마의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는 것임을 상기시켜드리고 싶습니다. 


[2005년부터 10여년 간 가사소송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족이 급격하게 해체되어가고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했습니다. 가족해체가 너무 급작스러운 탓에 삶의 위안과 기쁨이 되어야 할 가족이 반대로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10여년간의 가사소송 수행에서 깨달은 법률적인 지식과 삶의 지혜를 ‘가정상담소’를 통해서 나누려합니다. 가족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해결책을 찾는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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