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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맞아 코뼈가 부러졌는데, 학교는 책임 없다고?"

[the L] [친절한 판례씨] 예측할 수 없는 학교폭력은 학교·교사 손배 책임 인정 안 돼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정부가 만 13세 이상(중학교 2학년)의 학교폭력 범죄도 처벌하는 쪽으로 법을 바꾸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만 14세 이상(중학교 3학년)만 형사 처벌을 받았다.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은 형법상 '형사 미성년자'로 간주돼 처벌받지 않았다. 그러나 학교폭력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그 수법도 더욱 잔인하고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형사처벌 대상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 399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5만명이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년도 1차 조사 때보다 1만3000명 늘었다. 이 가운데 초등학생의 피해 사례가 가장 많았다. 이번 조사에서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초등학생은 3만5900명에 달했다.

학교폭력은 보통 학교징계나 형사절차를 통해 처리된다. 요즘은 여기에 더해 민사소송을 거쳐 학교폭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받으려는 경우도 많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이 학교 또는 교사의 책임 여부다. 

학교폭력 사건에서 학교와 교사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이에 대한 기준으로 참고할 만한 판례(대구지법 2013가단9021, 울산지법 2012가단38222)들이 있어 소개한다.

대구지법 사건의 원고 A군과 부모는 학교 '일진'인 B군에게 수개월 간 괴롭힘을 당했고, B군의 주먹에 맞아 코뼈가 부러졌다며 B군과 부모, 학교를 운영하는 대구시가 36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A군 측은 학교 상담교사에게 호소했지만 별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교와 대구시도 사건을 방치한 책임을 지고 국가배상법 제2조에 따라 배상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B군과 B군 부모에 대한 19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책임만 인정하고 대구시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학교와 교사가 학교폭력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이쪽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군이 코뼈를 맞은 사건은 다음 수업을 준비하기 위한 휴식시간에 교실과 분리된 공간에서 갑자기 일어났다"며 "A군과 B군의 반이 달랐던 점 등을 고려하면 A군의 담임교사와 학교 측이 이 사건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와 A군의 담임교사는 개학 후부터 사건 전까지 여러 차례 학교폭력에 대한 예방지도를 실시했다"며 교사와 학교가 관리감독 책임을 소홀히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담교사에게 학교폭력을 호소했다는 A군 측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상담교사가 A군을 상담한 상담카드를 보면 A군이 코뼈를 맞은 사건 이후부터 B군에 대한 언급이 시작된다"며 학교가 사건을 방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B군 부모의 항소로 2심에 넘겨졌다가 B군 부모가 재판 도중 항소를 취하하면서 종결됐다.

울산지법 사건 재판부도 대구지법 사건과 같은 기준에 따라 학교와 교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의 원고 C군은 사투리를 때문에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같은 반 D군으로부터 '나가 죽어라' 같은 폭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C군은 D군의 폭언 때문에 심리치료까지 받아야 했다며 D군 부모와 담임교사, 학교를 운영하는 인천시 등이 38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이 사건 가해행위는 담임교사가 교실을 떠나 교무실에 있는 상태에서 발생했다. 담임교사는 C군으로부터 D군의 언어폭력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 가해행위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D군이 그동안 징계·형사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고 교내활동이나 교우관계도 원만했던 점 등에 비춰 가해행위를 파악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지속적으로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해볼 때 담임교사와 학교가 보호감독 의무를 소홀히 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신 재판부는 D군 측에서 치료비와 위자료를 합쳐 총 16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항소 없이 확정됐다.

◇관련법령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국가배상법

제2조(배상책임) 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받은 사인(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다만,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또는 예비군대원이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하여 전사(戰死)·순직(殉職)하거나 공상(公傷)을 입은 경우에 본인이나 그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이 법 및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② 제1항 본문의 경우에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공무원에게 구상(求償)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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