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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리포트

"재판은 3심제인데, 왜 공정위 사건만 2심인가요?"

[the L 리포트]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침해…"행정법원 또는 공정거래법 전담부가 1심 맡아야"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격·입찰 등 관련 경성 담합(카르텔)에 대해 전속고발제를 폐지키로 함에 따라 검찰이 공정위의 고발 없이도 담합사건을 수사하고 재판에 넘길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공정거래 사건과 관련해 공정위에 과도하게 집중됐던 권한을 분산하기 위한 조치다. 


공정위는 그동안 검찰 뿐 아니라 법원의 권한까지 잠식해왔다. 3심제인 일반 재판과 달리 공정위 처분에 대한 불복 사건은 법원에서 사실상 2심제로 다뤄져왔다. 공정위가 사실상 1심 재판의 권한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2심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침해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55조는 ‘불복의 소는 공정위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서울고법을 전속관할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가 시정조치나 과징금 부과 등을 내리면 이 자체를 사실상 1심 법원의 판단처럼 취급해 지방법원이 아닌 서울고법으로 바로 넘어가 2심부터 시작한다. 대법원까지 가도 최대 2단계 뿐이다. 


이에 대해 최근 국회에서 문제를 삼고 나섰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갈한 '2018 국정감사 정책자료'에서 "공정위가 1심 재판절차를 대체할 정도로 공정성·독립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꾸준히 문제제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를 작성한 박준모 입법조사관(41·사법연수원 38기)은 일본의 사례를 소개하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일본은 2013년 12월 '사적 독점의 금지 및 공정 거래의 확보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공정위 처분에 불복할 경우 사건을 바로 도쿄고등재판소로 보내는 2심제를 폐지하고 해당 사건을 1심 법원인 도쿄지방재판소로 보내도록 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판사 출신인 손금주 무소속 의원이 지난 2016년 8월 공정위 처분에 대한 불복소송의 관할을 현재 서울고법에서 서울행정법원으로 바꾸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된 채 표류 중이다.


공정위가 내린 시정조치 가운데 불복 소송이 제기되는 비율은 2010년부터 10%를 넘어 2014년엔 20%를 넘어섰다. 그러나 서울고법과 대법원으로 이어지는 ‘2심제’ 구조에선 공정위 처분에 불복하는 당사자가 자신의 주장을 충분히 펼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대법원은 법리심만 맡는 만큼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은 서울고법에서 단 한번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현행 2심제가 국민들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행정법원 또는 공정거래법 전담부가 1심 맡아야"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결과가 확정된 사건을 기준으로 공정위의 불복사건 승소율(일부 승패소 제외)은 70%선을 유지하고 있다. 당사자 입장에서 전문성을 갖춘 공정위를 상대로 한 불복소송에서 2심만으론 이기기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공정거래법의 2심제 조항은 아직 헌법재판소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받은 적이 없다. 2014년 1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에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란 헌법소원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사건을 종결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법조계에선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공정거래 사건에도 ‘3심제’를 적용하고 특수성과 전문성을 고려해 서울행정법원 등의 전속 관할로 규정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재판은 기본적으로 3심제가 원칙인 만큼 행정부가 사실상 1심을 담당하는 것보다는 법원에서 판단하는 게 맞다”면서 “서울행정법원에게 1심을 맡기거나 공정거래법 전담부를 만들어 전문성을 강화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한 서초동의 개업 변호사는 “소송 기간이 길어지면 법적 불확실성이 지속돼 당사자들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공정거래 사건에 대해서는 2심으로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했던 이유가 있고, 이를 바꿀 정도로 큰 단점이 나타날 때까지는 제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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