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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으로 한달 살기…"여러분은 가능하세요?"

[the L]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함께 하는 세상 바라보기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67세의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는 동자동 쪽방촌에서 혼자 살고 있다. 딸이 하나 있지만 결혼 후에는 일 년에 두 번 명절에 안부전화가 올 뿐, 평상시에는 거의 왕래가 없다.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생계급여 50만원으로 식비와 교통비 등을 해결하며 한 달을 살아간다. 주거급여로 지급되는 20만원은 고스란히 한달 치 쪽방비로 지출된다. A씨는 머리와 어깨에 늘 통증이 있어 병원에서 진통제를 타서 먹고 있다. 어깨 초음파를 한번 하려하면 비급여 항목이라고 해서 한번에 30만원 정도 지출을 해야 한다. A씨는 녹내장도 앓고 있는데, 서울의료원에서 수술이 안된다고 하여 결국 자가혈청치료를 받고 있다. 이 역시 비보험으로 1회 약 4만원이 든다. 이가 좋지 않아서 식사로는 주로 두부를 애용한다. 치과치료는 의료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므로 생각도 하지 못한다. 등산을 좋아하는데 한번 나가려면 교통비에 식사비까지 최소 만 원정도는 지출 해야되므로 산에 가는 것도 부담이다. 그렇다보니 먹고 자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안 써야 된다’라는 강박관념이 늘 A씨를 짓누른다. 생계급여 50만원 안에 갇혀 꿈도 꾸지 못하는 삶이 계속된다.

◇기초생활수급자의 2018년 생계급여 50만1632원

2018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7530원, 내년이면 8350원으로 오른다. 2018년 대비 10.8%인상이다. 정부가 내걸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소득하위 10%의 삶의 질은 나아질 수 있을까? 최저임금 상승이 결과적으로 비정규 비숙련 노동자의 일자리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등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지만, 그래도 임금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의 상승으로 팍팍한 삶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으리라는 작은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

반면 지난 7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정한 2019년 기초생활수급자 1인의 생계급여는 51만2102원이다(보건복지부 고시 제2018-144호. 2018. 7. 24.공표). 2018년 기초생활수급자 1인의 생계급여 50만1632원에 비해 2.09%가 인상된 금액이다. 최저임금이 10.8% 상승한데 비하면 턱없이 낮은 상승률이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소득하위 10%에 분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밑그림에서 제외된 모양이다.

◇기초생활수급자, 그들의 가계부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생계급여 50만원과 주거급여 20만원을 합해 대략 70만원을 이리저리 쪼개서 한 달을 난다.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수급자라는 이름아래 감춰진 그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바로세우기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빈곤한 사람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도록 수급제도를 개선하고 수급자의 권리를 향상시키는 활동을 하는 여러 단체들의 연대체이다. 공동행동은 지난 2018년 2월~3월까지 두 달 동안 일반수급 30가구의 생활비 지출실태를 조사했다. 수급자가 자기기입식으로 가계부를 작성하면 담당활동가가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서 작성현황을 점검하고 도왔다.

가계부 조사 결과 거의 모든 가구에서 수급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토로하고 있었다. 적은 급여 때문에 매달 10일에서 수급비가 나오는 20일까지는 버티거나 누군가에게는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을 종종 마주한다. 대부분의 가구에서 부족한 급여 안에서 한달을 살기 위해 고정 지출을 제외하고 그나마 아낄 수 있는 식비를 줄이는 경향이 있었다. 이로 인해 수급자 가구 대부분이 고령이고 장애 또는 질병을 갖고 있음에도 양질의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고 이는 건강 악화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생계, 의료급여 수급자는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비급여항목이 많아서 지출을 크게 해야 되는 경우에는 대부분 치료를 포기한다. 조사에 참여한 많은 수급자들의 치아상태가 엉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치과치료는 꿈도 꾸지 못했다.

눈에 보이는 건강 악화보다 더 심각한건 마음의 병이다.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지속적인 심리적 압박을 야기했다. 정해진 수급비 내에서 생활해야하니 늘 아껴서 써야 한다는 강박감,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도 식비지출을 우려해 만나지 못하는데서 느끼는 자괴감. 돈을 안쓰기 위해 외출을 삼가면서 느끼는 고립감 등이 이들을 옥죄었다. 나아가 언제 어떻게 급여가 박탈되거나 삭감될지 모른다는 공포와 수급자에 대한 낙인감이 이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아래는 사례의 A씨가 가계부 조사 당시 인터뷰한 내용이다.

“일단 줄이겠다 생각하면 밖을 안나가게 되더라고요. 일단 나가면 하다못해 천원이라도 쓰거든요. 그러니까 안나가게 돼. 지금도 내가 이 어깨 때문에 주사 맞으면 돈 몇만원 들어가거든요. 무슨 주사라 하더라 그건 또 보험이 안돼요. 맞으러 가야 되는데 지금 이번주 다음주하고 약 18일 돈 나올 때까지 최대한 아끼면 몇 만원 아낄 수 있을 것 같아서 바깥 출입을 안하고 있는 중이에요. 나가면 하여튼 한 바퀴 삥 돌다보면은 견물생심이라고 사고 싶은게 있잖아요. 그러니까 안 살라고 안나가면 안쓰게 되죠.”

◇적절한 급여인상에 대한 희망

가계부 조사에 참여한 수급가구가 꼽은 한 달 최소 수급비는 평균 92만9550원이었다.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아껴서 저축을 하고 수급에서 벗어나거나 임대아파트 보증금이라도 마련해볼 꿈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급자들로서는 이대로 영원히 수급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불안한 현실을 버텨내야한다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다. 내일이 오늘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희망. 그것이 없이는 사는 것이 너무 팍팍하다. 지금처럼 비현실적인 급여액으로는 적절한 주거에서 살 수 있는 권리도, 타인과 교류하고 문화생활을 영위할 권리도,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받을 수 없다.

수급비를 현실화 하기 위해서는 수급자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을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수급비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기준중위소득 (평균소득은 모든 사람들의 소득을 더해서 사람 수로 나누는 개념이라면 중위소득은 사람들을 소득이 낮은 순부터 높은 순으로 세워 한 가운데 있는 사람의 소득을 의미한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각 가구별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해서 기준중위소득의 30%이하인 사람들에게만 생계급여를 지급하고 있다.)을 현실에 맞게 책정하고 급여의 인상비율을 높여야 한다. 

현재 수급자의 소득은 실제소득에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합해서 산정하고 있는데, 기준중위소득은 재산을 제외한 소득만을 고려하기 때문에 비교 대상부터가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있다. 또, 소득격차의 심화와 중산층의 붕괴로 기준중위소득이 낮아지고 있어 기준중위소득의 30%선에 머물고 있는 생계급여 선정기준 자체를 지금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 기준중위소득과 선정기준이 가지는 불합리를 바로 잡으려면 기준중위소득과 급여 인상률을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구성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바로 수급 당사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을 결정하는 테이블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배진수 변호사는 서울시복지재단 내에 있는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주로 국민기초생활수급제도 개선, 위기청소년 성매매 예방 등 복지 분야의 법률지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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