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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서초동살롱] 판사는 탄핵에서 자유로운가

[the L] 헌법상 규정된 법관 탄핵, 소추마저 전무…미국선 연방법관만 15번 끌어내려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헌법 제65조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조항에 따라 청와대를 떠나야 했죠.

그럼 판사는 어떨까요? 판사도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요? 헌법은 대통령과 장관 등 행정부 고위공무원 뿐 아니라 헌법재판관과 법관도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관징계법은 판사에 대해 견책, 감봉, 정직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관이 파면되는 경우는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될 때 뿐입니다. 법관 탄핵을 위해선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 발의안이 통과돼도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러나 법관 탄핵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입니다. 지난 1948년 국회 개원 이후 현재까지 법관에 대한 탄핵 파면은 물론, 탄핵 소추조차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고(故) 유태흥 전 대법원장과 신영철 대법관 등 법관에 대한 탄핵안이 지금까지 두 차례 발의된 적은 있었으나 국회 안에서 부결되거나 폐기돼 결국 소추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외국의 사정은 조금 다릅니다. 선거를 거쳐 민주적 정당성을 얻은 입법부·행정부와 달리 사법부의 고위 공직자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까닭에 더 강한 견제를 받습니다.

옆 나라 일본의 경우 탄핵소추·불소추·소추유예 결정은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소추위원회가 내리지만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해달라고 청구하는 건 국민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1948년부터 2017년까지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해달라고 위원회에 청구된 건수는 1만9814건에 이릅니다. 지금까지 최고재판소가 8건을, 이 외에도 2666명의 변호사와 89만4243명의 일반 국민들이 법관의 파면 사유가 있다며 법관 탄핵소추를 청구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소추된 건 9명입니다.

일본 재판관탄핵법 제2조는 △직무상의 의무에 현저히 위반하거나 직무를 심하게 태만히 한 때 △기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재판관으로서의 위신을 현저하게 상실하게 하는 비행이 저질러진 때 재판관을 탄핵으로 파면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7명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고 판사로서의 명성을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파면됐습니다. 나머지 2명은 탄핵이 기각됐습니다.

미국에서도 법관 탄핵제도가 실제로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연방법관만 해도 1803년부터 현재까지 총 15차례 탄핵 소추 대상이 됐습니다. 8명은 파면됐고, 4명은 기각됐으며 3명은 스스로 사퇴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토머스 포티어스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2010년 재산허위신고로 탄핵 파면됐죠.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진 뒤 여기 개입한 현직 법관들을 재판 보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법원행정처와 박근혜정부 청와대가 서로 짜고 강제징용 소송 등 진행 중인 재판에 개입해 결과를 뒤바꾸려 했다는 정황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고 있습니다. 삼권분립을 정면에서 부정한 '사법 쿠데타'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그러나 법원은 요지부동입니다. 오히려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무더기로 기각하고 있습니다. 사법농단 수사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은 90%에 달합니다. 지난해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율이 10% 안팎에 그쳤던 것과 대조됩니다. 

일각에선 법원이 직접 인사권을 행사해 문제의 법관들을 재판 일선에서 배제하지 않는다면 탄핵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옵니다. 먼저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해도 늦지 않다고요? 그 형사재판을 누가 하나요? 영장마저도 무더기로 기각하는 법원이 현직 법관으로 있는 동료 판사들에 대해 과연 유죄 판결을 내릴까요?

그러나 탄핵 소추권을 가진 국회는 꿀 먹은 벙어리입니다. 현역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관련 소송들을 법원이 모두 체크하고 있다는 문건과 무관치 않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이 이뤄질지, 서초동의 눈이 여의도에 쏠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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