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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리포트

법원, '영상재판 전면도입' 수순…'졸속재판' 우려

[the L] 사법발전위, 영상재판 도입방안 보고서 제출…"수요조사 없이 예산낭비" 비판도

대법원 청사 / 사진제공=뉴스1

사법개혁 자문기구인 사법발전위원회가 영상재판의 전면 도입을 사법부에 공식 건의한다. 일반 국민과 변호사가 직접 법원에 출석하지 않고 각 지역의 법원·등기소나 주민자치센터, 법무법인 사무실 등에서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사법발전위가 김명수 대법원장 직속이란 점에서 사실상 대법원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평가다. 그러나 영상재판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기초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예산낭비가 될 뿐 아니라 '졸속재판'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위원장 이홍훈 전 대법관) 산하 전문위원 제1연구반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수요자 중심의 사법접근성 강화-소송절차에서의 사법접근성 확대'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위원회 및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제출했다. 현재 소액사건 또는 성폭력 범죄 등 일부 재판에만 도입된 영상재판을 모든 재판에 확대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제1연구반은 '온라인 재판(영상재판)의 시행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다수의견과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를 거쳐 온라인 재판의 시행 시기, 방법, 범위 등을 면밀히 검토해달라'는 신중론, '온라인 재판을 시행해선 안 된다'는 반대 의견 등 3가지 안을 담아 위원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제1연구반 회의 자체가 파행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 초안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에 실제 참여한 이들은 총 12명의 절반을 갓 넘는 7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5명은 아예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에 법원 안팎에선 IT(정보기술) 시스템과 재판제도의 접목에 김명수 사법부가 무리한 드라이브를 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사법발전위 관계자는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은 경우에도 모두 이메일 등을 통해 의견을 취합했다"며 "회의는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영상재판은 1995년 12월 '원격 영상재판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면서 처음 도입되기 시작했다. 교통이 불편한 도서지역이나 산간벽지 주민이 직접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서도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원격 영상재판 이용 건수는 1996년 183건에서 1998년 778건으로 늘었다가 2000년에는 400건으로 줄어든 뒤 2001년 4월 이후엔 활용 사례가 아예 없다고 한다. 과도한 운영비용과 장비 노후화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원격 영상재판 특례법 역시 사문화된 법률로 치부되고 있는 실정이다.

증인이나 감정인 등 재판 당사자가 아닌 이들에 대한 신문 등을 영상재판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이미 마련돼 있지만 이 역시 활용도가 저조하다는 평가다. 민사소송의 경우 2016년 민사소송법 개정으로 그 해 9월30일부터 영상재판을 통해 증인·감정인 신문을 할 수 있게 됐지만 현재까지 약 2년여간 활용 건수는 단 12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전국 각급 법원에 접수된 민사사건의 수가 482만7000건에 달했음에 비춰볼 때 초라한 수치다.

성범죄 피해자 등에 대한 신문도 2013년 6월부터 영상을 통해 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형사사건에서의 원격 영상 증인신문은 2015년 407건에서 2016년 306건, 지난해 226건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영상증언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 지난 한해 동안 사법부가 들인 비용은 52억6100만원에 달했다. 장비노후화에 따른 유지보수 비용은 별도다. 사법발전위원회에 따르면 이 시스템의 하드웨어만 해도 5년에 한 번씩 교체를 해야 한다. 

임상혁 숭실대 법대 교수는 지난 6월 사법정책연구원, 대한변협, 한국민사소송법학회 주최로 열린 '정보화 시대와 영상재판' 심포지엄에서 주제 발표를 통해 대법원이 추진하는 '스마트법원' 등 영상재판 사업에 대해 "극소수 법원·법관제를 고집하려는 안간힘의 한 단면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미국 텍사스주는 한국에 비해 인구는 절반인 데 비해 넓이는 7배 가까이 돼 참으로 온라인 재판이 활발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원격 영상재판 같은 것을 하지 않는다"며 "텍사스에는 주(州) 지방법원이 456개임에 비해 한국은 지원까지 포함해 58개에 불과해 8분의 1 수준이다. 인구로 보면 한국 법원의 숫자가 텍사스보다 15분의 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 1개 신설시 (한국은) 텍사스보다 적어도 20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온라인 재판이 필요한 것이기는 해도 국민에게 질 높은 사법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무엇이 우선순위가 돼야 하는지 고민을 하면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재경지역의 A판사도 "판사로서는 영상재판을 도입해서 좋을 일이 하나도 없다"며 "외국에서 일부 특수한 사례로 온라인 재판의 성공적 사례가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에 비해 재판업무 부담이 훨씬 적은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현재와 같은 업무부담 속에서 재판이 더욱 졸속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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