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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안 되는 용종도 '암'일까…대법원의 판단은?

[the L] [친절한 판례씨] 보험약관상 '암' 정의 애매한 경우 보험가입자에 유리하게 해석해야

/사진=뉴스1

건강검진 시즌이 다가왔다. "작년 내시경에서 용종이 나왔는데, 혹시 커져서 암이 됐으면 어쩌지"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달 통계청이 내놓은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암은 35년째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에도 7만8863명이 암으로 숨졌다. 1세부터 80세 이상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암은 사망원인 1~3위에 올라있다.

이렇다 보니 작은 용종에도 겁을 먹고 암 보험을 찾게 되는데, 때때로 이렇게 가입한 보험이 오히려 분쟁을 낳곤 한다. 의사가 용종을 발견하고 암 진단을 내렸는데 보험사가 '이것도 암이냐'는 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어서다. 

직장에서 0.4cm짜리 종양이 발견돼 암 진단을 받은 신모씨가 이런 분쟁에 휘말린 적이 있는데, 대법원은 약관의 '작성자 불이익' 원칙에 따라 애매한 경우 보험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2017다256828)

신씨는 2015년 2월 한 외과의원에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던 중 직장에서 0.4cm 크기의 용종이 발견돼 용종 절제술을 받았다. 병리전문의가 종양 발견 보고서를 썼고, 주치의가 이 보고서를 검토한 뒤 한국표준질병 분류번호 상으로 C20에 해당하는 직장의 악성 신생물, 즉 암 진단을 내렸다. 신씨는 대학병원에서도 같은 진단을 받았다.

신씨는 미리 가입해둔 삼성생명과 신한생명에 암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들은 암이 아니라 경계성 종양이라는 이유로 진단 보험금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신씨는 직접 보험금 소송을 냈다.

신씨가 가입한 보험약관을 보면 당시 한국표준질병분류 상으로 C15번에서 C26번 사이로 분류되는 용종은 암 진단을 받는다. 법정에서 신씨는 보험사들이 약관에 적혀있는 내용인데도 보험금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며 보험금 9700만원에 지연이자까지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심은 보험사들이 암 보험금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의 감정 요청을 받은 의사들이 암이 아니라는 진단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또 최종 진단을 내린 의사들의 자격도 문제삼았다. 신씨가 가입한 보험약관에 따르면 병리전문의가 내린 암 진단만 확진으로 인정해주는 게 원칙이었다. 그러나 신씨에게 암 진단을 내린 의원 주치의와 대학병원 의사는 병리전문의가 아니었다. 재판부는 병리전문의가 쓴 보고서를 보고 진단하긴 했지만, 약관대로 병리전문의가 최종 진단까지 내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암 진단을 인정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보험약관에서 규정한 암의 의미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약관법 제5조 제2항이 정한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신씨가 보험에 가입했을 당시의 한국표준질병분류에 따르면 충수가 아닌 다른 장 내 부위에서 발생한 상세불명의 종양은 암으로, 충수에서 발생한 상세불명의 종양은 경계성 종양으로 분류됐다. 이후 발병 부위에 상관없이 모든 상세불명의 종양은 암으로 분류하는 것으로 기준이 바뀌었다. 

재판부는 학계에서도 신씨 같은 경우 암 진단을 내리는 것이 맞는지 논란이 있었고 추후 기준이 바뀌기도 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약관 내용만으로는 어디부터 암인지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이 사건 보험계약이 규정하는 암은 다의적으로 해석돼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며 "그러므로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적용해 질병분류 C20을 부여할 수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 재판부는 최종 진단을 내린 의사들이 병리전문의가 아니므로 암 확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원심 판단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병리전문의가 검사를 실시해 보고서를 작성했고, 의사들은 이를 토대로 진단을 내렸다"며 "이는 약관에서 말하는 병리학적 진단으로 암 확진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관련조항

약관법

제5조(약관의 해석) ① 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해석되어야 하며 고객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서는 아니 된다.
②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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