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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생활비 내놔라"…자식에 소송 거는 부모들

[the L]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함께 하는 세상 바라보기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 A씨는 요즘 생활이 힘들다. 아내와 이혼한 뒤 다른 여성과 재혼을 한 상태이며, 전처와의 사이에 자녀가 둘 있지만 왕래가 없다. A씨는 자녀들을 상대로 “내가 사망할 때까지 매월 100만원씩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 B씨도 요즘 생활이 힘들다. B씨는 78세이며, 아내는 사망하였고, 매월 받는 약 20만원의 노령연금 외에는 별다른 수입원이 없는 상태이다. B씨는 자녀4명에게 합쳐서 매월 150만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위 사례들은 얼마 전 선고된 사건들이다. 자녀들은 부모에 대해 언제나 부양을 할 의무가 있을까? 반대로 성인인 자녀가 경제적으로 힘들다면 부모는 그 성인인 자녀에게 생활비를 지급해야 하는 것일까?


◇부모-자녀 간 부양의무, 어디까지일까?

민법상 부양의무에는 1차 부양의무와 2차 부양의무가 있다. 1차 부양의무는 부모가 미성년인 자녀를 부양해야 할 의무, 그리고 부부간에 서로 부양해야 할 의무이다. 내가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나와 같은 수준으로 상대방을 부양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녀가 부모를 부양해야 할 의무, 부모가 성인인 자녀를 부양해야 할 의무는 2차 부양의무이다. 즉, 부양의무자가 생활에 경제적인 여유가 있고, 상대방이 자력이나 근로에 의해 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때 부양의무가 인정되며, 부양료도 부양의무자의 생활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A씨 사례에서 법원은 A씨가 빌라를 소유하고 있고, 다른 빌라도 최근 9000만원에 매도를 한 점, 스타렉스 차량을 보유한 점, 재혼한 배우자가 있는데 배우자는 만 60세로 경제적 능력이 있는 점, 매월 기초노령연금 등으로 합계 457600원을 수령하는 점 등을 보아 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 곤궁하다고 보기 어렵고 자녀들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여 부양료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와 달리 B씨 사례에서는 78세인 B씨가 기초노령연금 20만원 외에는 수입이 없고, 별다른 재산이 없으며, 자녀들은 각각 일정한 소득이나 재산이 있다고 보아 자녀들에게 경제적 수준에 따라 월 30만원, 월 15만원씩 부양료 지급의무를 인정하였다.

즉,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정도와 자녀들이 부양을 할 만큼 경제적 여력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부양의무의 유무, 부양료의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딸을 학대했던 아버지가 부양료를 청구했다면?

그렇다면 어렸을 적 딸을 학대했던 아버지가 성인이 된 딸에게 부양료를 청구한다면 이는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몇 년 전, 이런 사건이 있었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해 어머니는 집을 나갔고, 아버지가 딸을 수시로 폭행하여 딸은 앞니가 부러지기도 하고, 발가벗겨진 채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던 것이다. 그 후 중학교도 가지 못하고 집을 나와 어머니와 함께 살며 검정고시 등을 통해 교사가 된 딸에게 아버지가 매달 부양료 60만원을 달라고 청구하였다.

법원은 딸이 자녀 2명 및 어머니, 그리고 시부모 또한 부양하고 있으며, 대출이자 등이 나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현재의 생활을 유지하면서 아버지를 부양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설령, 만약 경제적 여유가 있다 하더라도 아버지가 딸을 학대했던 정황, 어렸을 적 전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던 정황 등을 본다면 아버지의 부양료 청구는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칙적으로 부양의무는 부모가 과거에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나 도덕적 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그 존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 자녀를 학대했던 정황 등을 참작하여 사례에 따라 부양료 청구가 권리 남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갈수록 증가하는 부양료 청구소송

얼마 전 추석연휴, 귀성객들로 고속도로가 꽉 막힌다는 뉴스를 보았다. 또, 고향에 내려가면 고향방문을 환영한다는 플랜카드가 곳곳에 걸려있다. 하지만 부모가 자녀들을 상대로 청구하는 부양료 청구소송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도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누군가는 자녀들이 부모를 부양하는 건 당연한 도리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소송을 하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자녀는 생활이 힘든 부모를 부양하여야 한다. 하지만 100세 시대라고 불리는 현재 사회에서 자녀들이 부모를 부양하는데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또,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는 퇴직, 하루하루 생활비와 자녀들 교육비 지출로 노후 대비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는 각 가정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결국 국가가 어디까지 보호해주어야 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마냥 각 개인에게 효도를 하지 않는다고, 소송을 제기한다고 손가락질 할 수는 없는 문제일 것이다.

[백주원 변호사는 서울시복지재단 내에 있는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주로 아동인권 분야 및 기초생활수급자 등 복지 분야에서 법률지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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