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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과 사실혼 관계였던 배우자가 사망조위금을 청구했으나 법 조문에 '이하 같음' 문구가 없다는 이유로 1심에서 패소했다. 사망조위금이란 공무원이 사망했을 때 배우자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위로금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공무원과 사실혼 관계였던 A씨가 "사망조위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A씨의 배우자는 국방부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6월 사망했다. A씨는 당시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유족급여와 퇴직수당, 사망조위금을 지급해달라고 연금공단에 요구했다.
연금공단은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고 유족급여와 퇴직수당을 지급했지만 사망조위금 지급은 거절했다. 당시 공무원연금법에 따르면 사실혼 배우자는 사망조위금 지급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A씨는 직접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연금공단의 법률해석이 맞다고 보고 연금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당시 공무원연금법이 법률혼 배우자와 사실혼 배우자를 완전히 똑같이 취급했던 것은 아니라고 전제했다. 그 근거로 당시 공무원연금법 제3조와 제46조의3을 들었다.
공무원연금법 제3조는 이 법률에서 '배우자'란 누구를 뜻하는지 규정하고 있다. 당시 조항은 "재직 당시 혼인관계에 있던 자로 한정한다. 사실혼 혼인관계에 있던 자를 포함한다"고 돼 있었다.
재판부는 이 조항에서 "사실혼 혼인관계에 있던 자를 포함한다"고 한 것을 공무원연금법 전체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자녀', '손자녀'에 대한 규정과 달리 법 조문에 '이하 같음'이라는 문구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조항은 자녀와 손자녀에 대해 "퇴직일 이후에 출생하거나 입양한 경우는 제외하되, 퇴직 당시의 태아는 재직 중 출생한 것으로 본다. 이하 같다"고 돼 있었다. 배우자를 정의한 조항은 그렇지 않았다.
재판부는 "자녀와 손자녀의 경우 '이하 같다'라는 문구를 추가함으로써 공무원연금법의 다른 규정에 있는 자녀와 손자녀도 동일한 의미임을 나타냈지만 배우자의 경우는 그런 문구를 추가하지 않았다"며 "공무원연금법의 다른 규정에 나온 배우자에게까지 사실혼 배우자를 포함하지는 않은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런 해석은 공무원연금법 제46조의3의 1항을 봐도 잘 드러난다"고 했다. 이는 공무원과 이혼한 배우자가 받아가는 분할연금에 관한 법 조항이다. 재판부는 여기서 '이혼한 배우자'는 법률적으로 이혼이 가능한 법률혼 배우자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공무원연금법에서 법률혼과 사실혼은 엄격히 구분되고, 사실혼 배우자는 사망조위금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가 채택한 법률혼주의의 취지와 법률혼과 사실혼 사이 법률관계의 차이 등을 고려하면 법률혼과 사실혼을 모든 경우에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망조위금 지급 대상에서 법률혼 배우자만을 규정하고 사실혼 배우자를 제외한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한편 A씨 사건에서 문제가 됐던 '배우자'의 정의는 새 법률에서 개정됐다. 지난달부터 시행 중인 새 공무원연금법 제3조는 배우자에 대해 "재직 당시 혼인관계에 있던 자로 한정한다. 사실혼 혼인관계에 있던 자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고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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