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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법률상식

[친절한 판례氏] 은행 믿고 투자했는데 손해…누구 책임?

[the L] 대법 "신탁사 주도로 특금신탁 권유시 설명의무 부담…주의의무 위반시 손해배상 책임"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특정금전신탁, 소위 '특금'이라고도 불리는 신탁상품이 있다. 투자 대상과 방법을 투자자 스스로 정함으로써 자신의 성향과 목적에 맞게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운용방법을 잘못 지정해 발생하는 책임도 전적으로 투자자가 진다.

때로는 금융사가 좋은 투자대상을 물색해두고 나서 투자자에게 역으로 특금 형식의 계약을 체결할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사실상 '투자 권유'이지만 형식적으로만 투자자가 운용방식을 지시하는 특금상품도 있다는 것이다.

신탁사가 투자자에게 특금상품을 권유하고서도 이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해 투자자에게 손해가 발생한다면 이 경우에도 '신탁'이라는 이유로 투자자가 책임을 져야 할까. 신탁사 주도로 진행된 특금계약에서 신탁사가 부담해야 할 책임에 대한 대법원 판결(2018년 2월28일 선고, 2013다26425)이 있어 소개한다.

경남은행은 2008년 2월 A금고에 10억원 상당의 특정금전신탁 계약을 체결할 것을 권유했다. B사가 발행하는 1년 만기, 연리 9.2%의 BW(신주인수권부사채)에 투자하라는 것이었다. 경남은행은 A금고에 △B사가 추후 유상증자로 투자받을 자금이 100억~150억원에 달하고 △B사가 한 광역 지방자치단체로부터 120억원을 지원받기로 한 데다가 △B사가 조기상환청구일 또는 만기일에 돈을 갚지 못할 경우 A금고가 보유한 BW를 C사가 되사주기로 약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A금고는 경남은행의 제안대로 10억원 규모의 특정금전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A금고는 투자 후 약 10개월이 지난 2009년 1월 B사에 BW 조기상환을 청구했다. 그러나 B사는 A금고의 요구를 이행하지 못하다가 두 달 후 폐업했다. A금고가 보유한 BW를 되사주기로 했던 C사도 이미 전년도인 2008년 7월에 회생절차가 개시되는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 BW를 되사줄 여력이 없었다. A금고에 해당 신탁상품을 권유했던 경남은행은 C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간 줄도 모르고 있다가 회생채권 신고도 하지 못했다. A금고가 B사로부터도, C사로부터도 돈을 회수할 길이 아예 막혀버렸던 것이다.

2012년 4월 A금고는 경남은행과 해당 신탁계약을 정산했다. 이 과정에서 경남은행은 A금고로부터 4700여만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아갔다. 이 4700여만원에는 해당 특금상품 운용수수료 뿐 아니라 경남은행이 C사 등을 상대로 진행한 소송과 관련한 비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에 A금고는 BW투자금 10억원에 대한 손해배상과 함께 경남은행이 받아간 수수료 등의 부당이득 반환을 요구하며 소송을 냈다.

1심은 A금고의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2심은 A금고에 대한 경남은행의 손해배상 책임과 부당이득 반환 책임을 모두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위탁자가 지정하는 운용방법에 따라 신탁재산을 운용하고 이에 따르는 모든 위험이 수익자에게 귀속되는 특정금전신탁의 본질적 특성을 감안할 때, 신탁회사인 금융사는 고객인 위탁자를 대신해 투자여부와 투자금액을 판단하기에 필요한 일체의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투자손익 가능성까지 정확히 분석·예측해 설명할 의무까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당해 특정금전신탁의 수탁자인 금융사가 사실상 신탁재산의 운용방법도 미리 특정해 둔 상품의 매입을 위탁자에게 권유하고, 위탁자는 그 운용방법을 소극적으로 승인할 뿐 스스로 운용방법을 지정한다고 볼 수 없을 때는 금융사가 위탁자에게 적절한 범위 내에서 기초자료와 정보를 수집하고 위험성을 파악해 이를 설명함으로써 위탁자를 보호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A금고가 경남은행과 특정금전신탁을 체결할 당시 이미 B사는 수년간의 적자가 예상된 상황이었던 점 △경남은행이 B사에 대해 추상적이고 불확실한 전망을 제외하고 제대로 된 재산상황 조사 등을 진행한 근거가 없는 점 △BW 매입약정을 한 C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간 줄도 모르고 있던 경남은행이 제때 회생채권 신고도 못해서 자금을 회수할 길이 막혀버린 점 등을 지적하며 경남은행이 수탁자로서 지켜야 할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A금고가 경남은행과 종전에도 수 차례의 특정금전신탁 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어 신탁상품의 구조와 위험성에 대해 몰랐다고 볼 수 없고, 단지 경남은행의 제안만 믿고 경솔하게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는 등 이유로 경남은행의 손해배상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또 경남은행이 받아간 신탁보수 등 수수료 중 일부도 A금고에 되돌려줘야 할 뿐더러, 경남은행이 C사와 진행한 소송에 대한 비용도 A금고에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경남은행의 상고로 3심이 진행됐지만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을 대부분 인용했다. 대법원은 "특정금전신탁 계약의 본질과 운용 지시, 투자자 보호의무 위반 여부와 손해배상 책임의 상당 인과관계에 대해 원심의 잘못이 없다"며 A금고의 손을 들어줬다. 경남은행이 A금고로부터 받은 신탁운용 수수료와 법률비용에 대해서도 원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한편 대법원은 이 사건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경남은행이 A금고에 물어야 할 손해배상액에 대한 이자율을 상사법정이율(6%)로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심은 경남은행이 A금고에 물어야 할 배상액 원금에 상사법정이율을 적용한 돈을 물어주라고 판단했으나 대법원은 "상사법정이율은 상행위로 인한 채무나 이와 동일성을 가진 채무에 적용되는 것이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적용되지 않는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원심법원에서 강제조정으로 종결됐다.

◇관련조항
신탁법
제2조(신탁의 정의) 이 법에서 "신탁"이란 신탁을 설정하는 자(이하 "위탁자"라 한다)와 신탁을 인수하는 자(이하 "수탁자"라 한다) 간의 신임관계에 기하여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의 재산(영업이나 저작재산권의 일부를 포함한다)을 이전하거나 담보권의 설정 또는 그 밖의 처분을 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일정한 자(이하 "수익자"라 한다)의 이익 또는 특정의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의 관리, 처분, 운용, 개발, 그 밖에 신탁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행위를 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말한다.

신탁법
제32조(수탁자의 선관의무) 수탁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주의)로 신탁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 다만, 신탁행위로 달리 정한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

신탁법
제46조(비용상환청구권)
① 수탁자는 신탁사무의 처리에 관하여 필요한 비용을 신탁재산에서 지출할 수 있다.
② 수탁자가 신탁사무의 처리에 관하여 필요한 비용을 고유재산에서 지출한 경우에는 지출한 비용과 지출한 날 이후의 이자를 신탁재산에서 상환(상환)받을 수 있다.
③ 수탁자가 신탁사무의 처리를 위하여 자기의 과실 없이 채무를 부담하거나 손해를 입은 경우에도 제1항 및 제2항과 같다.
④ 수탁자는 신탁재산이 신탁사무의 처리에 관하여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에 부족하게 될 우려가 있을 때에는 수익자에게 그가 얻은 이익의 범위에서 그 비용을 청구하거나 그에 상당하는 담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수익자가 특정되어 있지 아니하거나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 또는 수익자가 수익권을 포기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⑤ 수탁자가 신탁사무의 처리를 위하여 자기의 과실 없이 입은 손해를 전보(전보)하기에 신탁재산이 부족할 때에도 제4항과 같다.
⑥ 제1항부터 제5항까지의 규정에서 정한 사항에 대하여 신탁행위로 달리 정한 사항이 있으면 그에 따른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민법
제393조(손해배상의 범위)
①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통상의 손해를 그 한도로 한다.
②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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