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지혜 기자

비서에게 상습적으로 폭언을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 일본 주재 총영사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경진 판사는 11일 상해 등의 혐의를 받는 한모 전 일본 삿포로 총영사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한씨는 피해자에게 장기간 폭언과 모욕적 발언들을 했고, 그 내용이나 표현도 최소한의 품위마저 잃은 것들"이라며 "피해자 상처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진지한 사과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초의 여성 재외공관장으로서 업무 성과에 대한 과도한 부담감이나 스트레스 등이 (범행에) 작용한 것으로 보이고 공관장으로서 성실히 근무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언론인 출신으로 외교관이 된 한씨는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함께 일하던 비서에게 "개보다 못하다", "정신병원 가봐라" 등 수십차례에 걸쳐 폭언과 모욕적인 욕설 등을 한 혐의를 받는다. 한씨는 또 비서의 얼굴에 볼펜을 집어던지고 휴지 박스로 손가락이나 손등을 떄리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비서는 결국 우울증 진단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검찰이 폭언이 원인이 된 정신적 피해에 대해 이례적으로 상해죄를 적용해 관심을 모았다.

한 전 총영사는 지난달 최후진술에서 울음을 터뜨리며 "저로선 첫 경험이었던 해외공관에서, 이례적인 환경 속에서 문제 없이 일하고 싶었던 욕심이 강했다"며 "(피해자를) 내가 뽑았는데 마음으로 깊이 미안하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6월 제보를 입수해 자체 조사를 벌인 후, 한씨를 해임 처분하고 검찰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