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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과거사위 "김근태 고문사건, 안기부-검찰-법원 합동 은폐"

[the L]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해야"…정보기관이 검찰 기소권한 개입하는 '안보수사조정권' 폐지도 권고


검찰이 과거 국가안전기획부와 공모해 고(故) 김근태 의원(당시 민청련 의장)의 고문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는 당시 검찰권 남용에 대해 검찰총장이 국민과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하고, 현재도 존재하는 정보기관의 '안보수사조정권'을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김근태 고문은폐 사건'의 대검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같이 권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김 의원은 1985년 국가보안법 및 집시법 위반 혐의로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강제연행돼 23일간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검찰에 송치된 후 대공분실의 고문사실을 폭로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 요구를 묵살하고 고문 경찰관에 대한 피해자와 관련자들의 고소·고발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당시 안기부 등 관계기관대책회의에 참여해 고문사건 은폐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대검 진상조사단은 검찰이 고문 사실을 알았음에도 고문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았는지 의혹을 조사한 결과 검사가 적어도 검찰 송치일에 김 의원에 대한 고문사실에 대해 인지했다고 판단했다. 김 의원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고문을 당했다는 주장을 구체적으로 했고 구두로 수사 요청을 했다. 그러나 사건을 송치받은 검사는 고문사실 여부에 대한 진위확인을 하지 않았다. 

조사단은 고문사건 은폐에 검찰이 가담하였다는 의혹도 사실로 판단내렸다. 조사단은 2007년 국정원 과거사 조사 결과 확보된 안기부 문건을 확인한 결과 당시 안기부·검찰·치안본부 등이 관계기관대책회의를 개최해 김 의원의 고문 폭로에 대해 면회 및 접견금지 등 대책을 수립하고, 이 대책이 검찰과 법원에서 실제로 시행된 사실을 확인했다.

조사단은 서울지검 공안부가 1985년 11월 작성한 '고문 및 용공조작시비에 대한 대응 논리' 문건에 "동인(김근태)이 앞으로 가족이나 변호인들을 만날 때 수사기관에서의 고문사실을 왜곡 주장할 가능성이 있음"이라고 기재된 부분을 두고 당시 김 의원에 대한 접견금지가 국가보안법위반 사건의 죄증인멸 우려라는 표면상 이유와는 달리 고문 사실이 외부로 전파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검찰의 변호인 접견 방해를 통한 사실상의 고문 은폐였다고 평가했다. 당시 검찰은 김 의원의 고문사실을 구체적으로 기재한 장문의 탄원서를 재판기록에서 장기간 누락하고, 법원은 고문사실을 증명하려는 변호인의 증거보전청구를 기각하기도 했다.

검찰은 김 의원 사건이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되기까지 고문 사건 관련 경찰관들에 대한 고소, 고발사건을 방치했다. 검찰은 1986년에야 경찰관들을 조사해 고문경찰관들의 부인과 변명을 그대로 받아들여 불기소 처분을 했다. 조사단은 "검찰이 처음부터 고문경찰관들에 대한 수사 및 기소 의지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전기고문 기술자 이근안이 10년간 도피할 수 있었던 것도 검찰의 수사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냈다.

위원회는 이같은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검찰은 김근태 고문은폐 사건에서 준사법기관으로서 수사를 주재하고 경찰의 불법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경찰의 고문수사를 용인·방조하고, 고문을 은폐하는 데 검찰의 권한을 남용했다"며 "검찰이 국민과 피해 당사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특히 현재까지도 내려오는 정보기관의 이른바 '안보수사조정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안보수사조정권이란 대통령령인 '정보 및 보안업무 기획·조정규정' 제3조에 규정된 권한이다. "국가안전기획부장(안기부장)은 국가정보 및 보안업무에 관한 정책의 수립 등 기획업무를 수행하며, 동 정보 및 보안업무의 통합기능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 범위 내에서 각 정보수사기관의 업무와 행정기관의 정보 및 보안업무를 조정한다"는 내용으로, 안보수사에 있어 정보기관이 행정기관의 업무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규정에는 검찰이 주요 정보사범 등의 신병처리와 신문에 대해 정보기관장의 조정을 받도록 의무화돼 있고, 검사가 정보기관을 포함한 사법경찰의 기소 및 불기소 의견과 다른 처분을 할 때에는 정보기관장과 협의해야 한다.

위원회는 "기소 여부의 결정은 검찰권의 핵심적 내용임에도 안보 분야에 대한 제한된 수사권을 가지는 데 불과한 정보기관이 검찰의 공소권을 통제하는 규정은 상위법인 형사소송법에 저촉되는 것"이라며 "위 규정은 현행법 하에서도 그대로 효력을 유지하고 있어 시급하게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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