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기가 많겠네요"…관상도 명예훼손일까?

어떤 사람의 관상에 대해 공개적으로 평가를 내리는 것도 명예훼손죄가 될 수 있을까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관상 평가도 여기에 해당할까요?

의정부지방법원은 A씨가 특정 인터넷카페에 ‘B의 관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해 정보통신망법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A씨가 게시한 글은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 A씨의 가치판단 또는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 표현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의정부지방법원 2011고정2127 판결).

A씨는 한 인터넷카페에 B씨의 얼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글을 게시했다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B씨의 관상을 보면 엷은 눈썹 인정머리 없고 형제간 우애도 좋지 않습니다. 음침한 눈빛 귀 위에 머리털이 없어서 사기꾼 기질과 얇은 입술은 신의가 없지요. 와잠 부위에 점이 있는데 이는 자식을 잃거나 자식에게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며 얼굴 피부가 두꺼워서 매우 세속적인 사람입니다. 그러나 한 번 태어나서 우두머리로서 부와 명예를 누리고 살아갈 수 있는 얼굴인데 안타깝습니다. 눈꼬리가 좋지 않아 부부사이가 절대 원만치 않고 코가 퍼져 있어서 바람기가 많습니다.“

쟁점은 사람의 관상에 대한 분석 글이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서 말하는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사실이 아닌 의견 표현에 불과하다면 법 위반 행위의 구성요건 자체에 해당하지 않아 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 내지 진술을 의미하며 표현 내용이 증거에 의해 증명이 가능한 것’에 한한다고 봤습니다. 따라서 관상에 관한 게시글은 B씨의 얼굴에 관한 피고인 A씨의 관상학적 의견으로 게시글을 읽는 사람들도 그 내용을 ‘사실의 적시’라기보다는 B씨의 얼굴에 관한 A씨의 관상학적 의견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결국 기소된 정보통신망법위반 혐의는 무죄라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다만 이 경우 형법상 모욕죄는 성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모욕죄의 경우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단순히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면 성립되고, 가치판단의 진부(眞否)는 문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 관련 규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제1항과 제2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형법

제311조(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