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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수첩] 사건에 짓눌린 대법원…유일한 해법은?

[the L]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피하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기업 법무팀 직원들이 모인 한 단체대화방에 올라온 질문이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대법원이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바로 기각하는 것을 말한다. 온갖 답들이 올라왔지만 결론은 "얼마를 주든 대법관 출신 전관 변호사의 도장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3심제를 표방하는 우리나라 최고법원인 대법원에 대한 불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법원에 접수된 민사·행정·가사 사건 1만8621건 가운데 1만4397건(77%)이 심리불속행으로 종결됐다. 10건 중 8건 꼴이다. 심리불속행 비율은 2013년 54%에서 지난해 77%까지 꾸준히 높아져 왔다. 박시환 전 대법관은 "인력은 정해져 있는데 상고사건 수가 해마다 늘어나니 심리불속행 비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동안 대법원에 접수된 사건은 4만6000건에 달했다.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접수사건이 65%나 늘었다. 대법관 1인당 처리해야 할 사건의 수는 접수사건 기준으로 1년에 3800여건에 달한다. 심리불속행 기각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박 전 대법관은 △대법원에서 처리되는 사건의 99.9% 이상이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처리되고 △소부사건은 주심 1명당 100건씩을 맡다보니 1건당 실제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3~4분에 불과하며 △전원합의체 판결도 사건 1건당 1시간 이상 논의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3심제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전직 대법관의 반성인 셈이다.

판사들은 "상고심 제도가 이대로 방치되면 결국 국민들의 손해일 뿐"이라며 '상고심 제도 개선'을 부르짖는다. 그렇다면 해법은 뭘까? 상고허가제는 이미 도입했다 폐지됐다. 대법관 증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이 어렵다는 문제가 걸린다. 결국 남은 건 상고법원 뿐이다. 사법농단의 단초가 됐다는 이유로 상고법원이란 카드를 반드시 휴지통에 쳐넣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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