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문의 02-724-7792

광장

"집을 산 사람은 있는데, 판 사람은 없다고?"

[the L]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그래픽=이지혜 기자

최근 취득세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다수 선고됐다. 새로운 판결들은 아니다. 부동산 취득세는 유통세의 일종이어서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매대금을 지급하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취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하고, 그 후 매매계약이 해제되더라도 취득세 납세의무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판결이다.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판결로, 최근 선고된 판결을 살펴 봐도 위와 같은 대법원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하지만 필자는 언젠가는 분명 판례 변경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기에 그 내용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갑이 을에게 그 소유의 토지를 매도 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을로부터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받았다. 을이 그 명의로 이전등기를 완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과 을은 매매계약을 해제하기로 합의하고 갑은 을에게 매매대금으로 지급받은 돈을 모두 되돌려 주었다.

이 경우 갑은 양도소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 대법원은 위 예에서 갑이 일정 기간 안에 관할세무서에 양도소득세 예정신고나 확정신고를 함으로써 양도소득세 납세의무가 확정된 이후라고 하더라도, 갑과 을 사이에 합의해제가 있은 경우에는 그 합의해제로 매매계약의 효력이 소급하여 상실하고, 그로 인해 매도인 갑에게 양도로 인한 소득이 없는 것이 되므로 갑은 양도소득세 납부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취하고 있다.

그런데 위 예에서 토지를 매수한 입장에 있었던 을의 취득세 납부 의무는 어떻게 될까? 을에게도 취득세 납부의무가 없는 것일까?

대법원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부동산 취득세는 본래 재화의 이전이라는 사실 자체를 포착하여 거기에 담세력을 인정하고 부과하는 유통세여서 취득자가 실질적으로 완전한 내용의 소유권을 취득하는가 여부에 관계없이 사실상의 취득행위 자체를 과세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하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않은 경우에도 취득세의 과세대상이 되는 사실상의 취득행위가 존재하게 되어 그에 대한 조세채권이 당연히 성립하고, 그 후 합의에 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그 부동산을 반환하였더라도 이미 성립한 조세채권의 행사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위 예에서 갑은 양도소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지만, 을은 갑과 체결한 매매계약의 효력이 합의해제로 인해 소급하여 상실하였음에도 취득세만큼은 내야 된다는 것이 대법원이 수십 년간 일관되게 취하고 있는 입장이다. 

그러나 합의해제가 무효가 아니라면 갑과 을이 체결한 매매계약의 효력이 그 합의해제로 인해 소급하여 상실하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없고, 이는 갑과 을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대법원이 갑에게는 양도가 없는 것으로 보아 양도소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고 하면서도 상대방인 을에 대해서는 여전히 취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취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될 뿐만 아니라 해제의 소급효 법리에 반하고, 국민들 법감정 면에서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조세법적 측면에서 보면 위와 같은 경우 을에게 취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담세력이 없는 대상에게 과세를 하는 것으로 응능과세 원칙에도 위반된다.

위 예에서 갑에게 양도소득세 납부의무가 인정되지 않는 이유는 매매계약의 합의해제로 인해 계약이 소급해서 효력을 상실하게 되어 양도소득이 없는 것이 되므로, 양도소득세를 과세할 수 있는 담세력 있는 대상이 부존재하기 때문이다. 취득세의 경우도 다를 바 없다. 취득세는 재산의 사실상의 취득행위에 담세력이 있다고 보아 부과되는 세금인데 재산의 사실상의 취득행위가 있은 후에 계약이 해제되면 계약이 소급해서 효력을 상실하므로 사실상이건 법률상이건 재산의 취득행위 역시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합의해제 된 경우에는 양도인의 양도소득세 납부의무 뿐만 아니라 양수인의 취득세 납부의무 역시 없다고 보아야 한다.

매매계약이 해제된 경우 취득세를 되돌려달라고 하는 소송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계약이 해제되어 원상회복을 함으로써 계약이 없었던 것과 같은 결과가 되었는데 취득세만큼은 그대로 내야 된다고 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도는 없다고 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취득은 있다고 하는 것을 쉽게 납득할 사람은 없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조세정책을 기대해 본다. 그것이 우리나라가 조세 선진국으로 좀 더 다가가는 길이다.


[법무법인(유) 화우의 정재웅 변호사는 조세 관련 쟁송과 자문이 주요 업무 분야다. 그 동안 법인세, 부가가치세, 소득세, 상속증여세, 관세 등 전 세목에 걸쳐 다수의 조세쟁송과 자문사건을 수행했다. 강남세무서, 서대문세무서 등에서 외부위원으로 활동했다.]

페이스북 공유트위터 공유
목록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