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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담합' 걸려 입찰 막혔을 때 회사를 쪼갠다면?

[the L] 12년차 공정거래전문 변호사가 말해주는 ‘공정거래로(law)’ 이야기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본 칼럼에서는 지난 2018년 2월 21일자 「‘담합’ 걸려 입찰 막히면 회사 쪼개면 된다고?」에서 소개한 1심 판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 26. 선고 2017가합562078 판결)와 상반된 서울고등법원 판례(서울고등법원 2018. 5. 31. 선고 2018나2010683 판결)가 나와 이를 소개하고 향후 전망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우선 사안부터 다시 보면 이렇다.

# A사는 입찰담합을 하였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 받은 후 해당 발주기관들로부터도 부정당업자 제재처분(6개월 간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았다. 그로 인해 A사는 6개월 간 공공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위기에 빠지자, 궁여지책 끝에 A사의 공공입찰 사업부문을 분할하여 B사를 설립하였다. 그리고 B사는 조달청이 발주하는 공공입찰에서 낙찰을 받았고 계약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조달청이 B사에게 낙찰을 무효처리하겠다고 통지했다. 이유는 B사가 분할되기 전 A사에 대해 이미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이 내려졌고 그 처분의 효력이 분할신설된 B사에게도 미친다는 이유였다.

이런 경우 B사는 조달청에게 자신이 낙찰자임을 주장하며 원래대로 계약체결을 진행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 서울고법, 제재처분의 효과가 B사에 승계…조달청이 낙찰 무효처리한 것은 정당

1심은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의 경우 설비·인허가 등 사업자산에 대해 내려지는 대물적 처분이 아니라 공법상 의무를 위반한 당사자에게 일신전속적으로 부과되는 대인적 처분으로서 그 효과가 분할신설회사인 B사에게는 승계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다음과 같이 이유로 제재처분의 효과는 B사에게 승계된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조달청이 B사에 대하여 입찰을 무효처리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 분할계획서에 따르면 A사의 사업 부문 중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전 사업 부문이 B사로 승계되었고, 그에 따라 A사에 귀속되었던 권리 및 의무(공법상의 권리 및 의무 포함) 중 일부를 제외한 모든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 것이 아닌 한 B사에 귀속되었는데, A사가 제재처분을 받은 것과 관련된 부문은 B사로 승계되었다. △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이 성질상 이전을 허용하지 않는 일신전속적인 것이라고 볼 수 없다. 

△ 만약 분할 전 회사의 법 위반행위가 분할신설회사에 승계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법 위반행위를 한 회사가 법인분할을 통하여 제재처분을 무력화할 여지가 있어 입찰참가자격 제한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다. △ A사가 분할되기 이전에 담합행위가 이루어졌고 그에 대하여 6개월간의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처분도 분할 이전에 내려져 그에 따른 공법상의 의무가 이미 발생한 상태로서, 이 사건 처분이 대인적 성질을 가진다고는 이유만으로 B사에게 승계가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효과 승계는 해석론만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봐야…결국 대법원 판결 봐야 할 듯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사유’의 승계를 부정한 판례(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6두18928 판결,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1두7342 판결)는 있으나, 이미 내려진 처분의 ‘효과’의 승계에 관한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으며, 현재 상고 중인 위 사건이 최초의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 ‘대인적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과 달리, 서울고등법원은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의 법적 성질에 대해서는 판단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서울고등법원은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의 ‘효과’가 해당 사업부문과 함께 양수인에게 이전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함으로써,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의 법적 성격을 강학상 ‘대물적 처분’으로 취급하는 전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은 특정한 물적 요소에 관하여 부과되는 처분이 아니라 당해 회사의 인적 자격에 대해 부과되는 ‘대인적 처분’이므로, 당해 회사의 법인격이 포괄승계(예: 합병) 되지 않는 한 특정 물적 요소만을 양수한 자(예: 분할신설회사)에게 처분의 효과가 미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예외적으로 분할신설회사에게 제재처분의 효과가 미치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공정거래법 제55조의5 제1항에서 “과징금을 부과받은 회사가 분할되는 경우 분할로 인하여 설립되는 회사도 연대하여 납부할 책임을 진다”고 정한 것처럼 별도의 법률상 근거규정이 반드시 요구된다는 것이 행정법의 일반원리이다. 그러나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의 근거법률인 국가계약법, 지방계약법 등에는 처분효과의 승계 근거조항이 입법되어 있지 않다.

무엇보다도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 ‘대물적 처분’이라는 서울고등법원의 논리에 따라 처분의 효과가 해당 물적 요소와 함께 이전된다고 보게 되면, 해당 영업을 더 이상 영위하지 않게 된 A사(당초의 처분 상대방)는 처분의 효과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법적효과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 ‘대물적 처분’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입장에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렇듯 ‘대인적 처분’에 속하는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효과의 승계는 해석론만으로는 인정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법무법인(유한) 바른의 공정거래팀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백광현 변호사(연수원 36기)는 공정거래분야 전문가로 기업에서 발생하는 복잡다단한 공정거래 관련 이슈들을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심의회 위원과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공정거래법 실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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