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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일은 나의 힘" 노동현장의 노익장

[나이의 사회학 ⑤] "일해야 더 건강, 활력과 즐거움 얻는다" 60세 이후 노동 보편화 …전문가 "가동연한 연장 고려해야"

편집자주나이는 숫자 그 이상이다. 한살의 차이로 신분과 혜택이 갈린다. '고령사회'를 맞아 노인 복지혜택이 확대되면서 한 살이라도 높여 수혜를 입고자 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인구구조와 정책변화가 불러온 새로운 사회현상을 들여다본다.
[MT리포트]
7월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아트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스1


#통신사에서 설비일을 하던 김모씨(63)는 3년 전부터 경비원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만 58세에 전 직장에서 정년 은퇴한 후 2년간 실업급여를 받다가 재취업했다. 오전 6시30분에 출근해 24시간 연속 근무하는 형태에 새로 적응하기는 힘들었지만 요즘은 만족스럽다.

김씨는 "쉬는 동안 등산을 다니고 친구들도 만났지만 일을 하면서 더 건강해지는 것 같다"며 "주변에 경비 일이라도 하려는 사람이 많아 월급쟁이인 나를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30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은퇴한 박모씨(64)도 6년 만에 택시기사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그동안 번 돈과 퇴직금을 자녀 결혼 등에 다 쓰고 나자 앞으로 살아갈 생활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형편이 괜찮은 동료들도 '아직은 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로 만족스럽게 일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람도 만나고 바쁘게 지낼 수 있어 삶에 활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가 평균수명 80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은퇴 이후 제2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60세 전후로 은퇴한 이들이 생활비 마련과 삶의 만족도 향상 등을 위해 새로운 직장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통계청이 9월 발표한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0~64세와 65~69세 고용률은 각각 60.6%, 45.5%에 달했다.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인 고용률이 높은 것은 사회보장제도가 부족한 한국 사회 특성상 은퇴가 곧 경제적 빈곤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이 취업을 원한 이유는 '생활비 보탬'(59.0%)이 1위를 차지했다. 2016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들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의 50% 이하)은 절반에 가까운 43.7%였다.

단순히 돈 문제만은 아니다. 노동시장에서 은퇴가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 저하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은퇴가 건강 및 삶의 만족에 미치는 영향'(2017)에 따르면 은퇴가 건강과 삶의 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를 한 노인은 일을 하고 있는 동년배에 비해 건강상태 만족도가 10.9%,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는 5.1% 낮았다. 사회적 네트워크가 줄어들고 경제 상황도 나빠지면서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서울중앙지법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박모씨(66)는 정년(65세)에 맞춰 올해 은퇴할 예정이었지만 정년이 연장되면서 3년 더 일할 기회를 얻었다. 박씨는 "일을 하지 않으면 정신적으로도 고통스러워서 할 수만 있다면 계속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꼭 돈 때문이 아니라 인생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도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일하는 노인이 늘어나면서 29년간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가동연한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동연한은 일정한 직업에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서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나이를 말한다. 1989년 대법원이 일반 육체 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0세로 정한 이후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가동연한은 장애나 사망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전문가들은 노인의 고용 문제를 사회 전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은영 고려대 경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더 일하고 싶은 노인들이 노동시장에 나서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가동연한을 생산가능인구 기준인 65세까지 늦춰 일하도록 하면 노인 빈곤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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