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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빠가 밖에서 낳은 오빠, 30억 엄마 재산 상속 받는다고?"

[the L] [조혜정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Q) 저희 어머니는 지금 말기암으로 투병 중이시고 병원에서는 오래 사시긴 어렵다고 합니다. 그 얘기를 듣고 어머니가 신변정리를 해야겠다고 하시는데, 복잡한 문제가 하나 있어서 고민입니다. 바로 배다른 오빠에 대한 상속문제입니다.

어머니는 호적상으로는 아들 하나, 딸 하나로 되어 있는데 아들은 사실 어머니 아들이 아닙니다. 어머니가 결혼 후 몇 년이 지나도록 아이를 못 낳아서 할머니와 아버지한테 구박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아이 못 낳으니 내쳐야겠다는 얘기도 많이 들으셨다네요. 그러는 와중에 아버지가 네 살짜리 남자아이를 집으로 데려왔는데 아버지가 밖에서 낳은 아들이었대요. 어머니는 억장이 무너졌지만 아들 못 낳은 죄로 아버지가 데려온 아이를 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아버지는 그 아이가 출생한 후 어머니에게는 말도 안 하고 어머니 아들로 호적에 올렸더랍니다. 얼마 안 가 제가 태어나자 아버지는 그 아이를 다시 생모한테 데려다줬고 생모가 그 아이를 키웠다고 합니다. 제가 태어난 후 할머니와 아버지는 아들이 태어나길 고대했지만 어머니는 저를 낳은 후 다른 아이를 낳지는 못하셨고, 그래서인지 할머니와 아버지는 배다른 오빠와 계속 왕래를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만난 일이 없으니 배다른 오빠에 대해서는 생각도 안 하고 살아왔는데 얼마 전 배다른 오빠가 어머니 호적에 올라 있으니 어머니 재산에 대한 상속권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머니는 지방에 30억원짜리 건물을 갖고 계시는데 이 건물은 순전히 어머니가 고생스럽게 장사해서 모은 재산으로 마련한 겁니다. 저 낳고 나서 아버지가 실직하시자 어머니가 장사를 시작하셨는데 장사가 잘 돼서 재산을 좀 모으셨거든요. 제가 클 동안 아버지는 돈 버는 일은 하신 적이 없고 집안 생계는 어머니가 책임지셨으니, 어머니 재산에 아버지가 보탬을 주신 건 없습니다.

그런데도 당신 아들도 아닌 사람에게 상속권이 있다 하니 어머니는 너무 억울해하십니다. 배다른 오빠가 어머니 재산을 상속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누군가 저한테만 주는 걸로 유언장을 쓰면 저만 재산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되는가요?

도대체 옛날 어른들은 왜 그리 아들에 집착했던 걸까요? 어머니에게 평생 아픈 구석이었던 배다른 오빠가 어머니 돌아가실 때까지 이렇게 큰 문젯거리가 되다니 돌아가신 할머니와 아버지가 너무 원망스럽네요.


A)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결혼해서 아들 낳는 게 정말 중요한 일이었죠. 그래서 선생님의 어머니처럼 남편이 밖에서 낳은 아들이 호적에 올라있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대개 연결고리인 남편이 사망하고 나면 관계가 단절되기 때문에 잊고 지내다가 상속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면 문젯거리로 등장하게 되지요. 과정이 좀 복잡하긴 하지만 해결될 가능성은 있어보이니 너무 염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상속은 혈족, 즉 피가 섞인 사이에서만 일어나게 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원칙의 예외는 양자가 양부모의 재산을 상속하는 경우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배다른 오빠가 어머니 호적(현 가족관계등록부)에 아들로 올라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친자가 아니니까 배다른 오빠는 원칙적으로는 어머니 재산을 상속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다고 해결할 수는 없고 어머니가 배다른 오빠에게 상속을 해주지 않으려면 재판을 해서 가족관계등록부를 정리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어머니가 배다른 오빠를 상대로 해서 친생자관계 부존재확인 청구라는 소송을 해서 어머니 아들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합니다. 보통 이 소송은 유전자검사결과를 근거로 판결을 하고 시간은 몇 달 걸리지만 그 자체가 복잡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법원 판례가 친생자가 아닌데 친생자로 출생신고를 한 경우에 입양의사가 있고 입양의 실질적 요건이 구비되어 있다면 친생자출생신고를 입양신고로 본다고 하는 데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친생자관계 부존재확인 청구는 허용이 안된다는 게 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라서 배다른 오빠를 어머니의 친생자로 출생신고한 것이 배다른 오빠에 대한 입양신고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토해보아야 합니다. 만약 배다른 오빠에 대한 출생신고가 입양의 효력을 갖는다면 친생자관계 부존재확인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배다른 오빠는 어머니의 양자로서 상속권을 갖게 되기 됩니다.

그렇다면 어머니가 남편이 밖에서 낳아온 아들에 대해서 입양할 의사가 있고 입양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해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나온 판례를 살펴보면 양자로 할 의사가 있었는지와 실제 양육을 하였는지를 주요한 판단의 요소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실제 소송을 해서 사실관계가 자세히 밝혀지기 전에는 판단하기가 조심스럽긴 한데 질문하신 내용으로만 보면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배우자 있는 자가 양자를 들일 경우에는 배우자와 공동으로 해야 하다는 것이 법적 요건인데, 이 요건은 충족이 안됐다고 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생님의 아버지가 어머니 동의 없이 밖에서 낳은 아들을 어머니의 친생자로 출생신고 했고 어머니는 그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으니까요. 어머니가 배다른 오빠를 양육한 기간도 길지 않은 점도 참작이 될 것이고요. 전체적으로 봐서 어머니가 남편의 아들을 입양하려 했다고 보지는 않을 가능성이 반대의 경우보다 높아보입니다.

하지만, 혹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청구가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어머니가 딸에게만 재산을 준다는 유언장도 작성해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만약 소송에서 진다면 배다른 오빠에게도 유류분반환청구권이 인정되기는 하겠지만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이니 배다른 오빠는 어머니 재산의 4분의 1만 가져가고 나머지 4분의 3은 선생님이 상속받을 수 있거든요. 어머니 병세가 더 악화되기 전에 서둘러 법적 절차에 착수하시길 권합니다. 

[2005년부터 10여년 간 가사소송을 수행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족이 급격하게 해체되어가고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했습니다. 가족해체가 너무 급작스러운 탓에 삶의 위안과 기쁨이 되어야 할 가족이 반대로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10여년간의 가사소송 수행에서 깨달은 법률적인 지식과 삶의 지혜를 ‘가정상담소’를 통해서 나누려합니다. 가족 때문에 고통받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해결책을 찾는 단초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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