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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60세? 65세?…나는 몇살까지 일할 수 있을까?

[the L] [나이의 사회학 ③] 대법원, 가동연한 놓고 공개변론

편집자주나이는 숫자 그 이상이다. 나이 때문에 일을 그만둬야 하고, 나이 덕분에 연금을 받는다. 단 한살의 차이로 신분이 바뀐다.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 나이에 얽힌 법적 문제들과 노인들의 신풍속도를 들여다본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2016년 7월8일 밤 10시20분, 전남 목포시 영산로. 당시 49세였던 전기기사 A씨는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리던 중 중심을 잃고 난간 아래로 떨어졌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튿날 새벽 저혈량성 쇼크로 끝내 숨을 거뒀다. 유족들은 난간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를 이유로 목포시 등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급심 법원은 전기기사가 65세까지 일할 수 있다고 보고 평소 수입을 반영해 손해배상액을 계산했다.

사람은 몇살까지 일할 수 있을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2층 대법정에서  사람이 몇 살까지 일할 수 있는지를 주제로 두 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대상으로 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A씨 사건 뿐 아니라 2015년 수영장에서 숨진 4세 아동의 가족들이 수영장 운영업체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사건도 함께 다뤘다. 이 사건에서 하급심 법원은 아이가 60세까지 일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여기에 도시일용노동자의 소득을 적용해 손해배상액을 계산했다.


이처럼 법원이 몇살까지 일할 수 있다고 볼지에 따라 손해배상액이 달라진다. 개인이 사고 없이 정상적으로 일을 했을 경우 은퇴할 때까지 벌어들일 수 있었던 수입을 예상해 배상액에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법률에선 특정 직업군의 사람이 일할 수 있는 나이의 한도를 '가동연한'이라고 한다. 과거 대법원은 일반적인 육체노동자의 경우 55세까지 일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1989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이를 60세로 높였다. 이후 29년째 '60세 가동연한'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가동연한의 변경은 장애나 사망 등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액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일할 수 있는 나이의 기준이 바뀌는 만큼 보험이나 정년·연금제도 등에도 영향을 준다. 대법원이 고용노동부·통계청 등 12개 단체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공개변론까지 연 이유다.

대법원은 의견 수렴을 위해 여러 단체에서 서면 의견을 들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법경제학회, 근로복지공단 등은 가동연한을 60세보다 상향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손해보험협회와 금융감독원은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공개변론에 참석한 원고 측은 “2016년 기준 평균기대수명은 82.4세로 1989년 당시보다 10세 이상 증가했고, 연금 수급시기도 65세로 늦춰지고 있다”면서 “외국의 사례에 비춰 우리나라도 최소한 65세로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 측 김재용 변호사는 “국민들의 기대 수명은 증가했지만 건강하게 노동할 수 있는 나이인 건강 수명은 2012년 65.7세였으나 2016년 64.9세로 오히려 감소했다”면서 가동연한 상향에 반대했다.

대법원은 이번 공개변론을 바탕으로 가동연한을 늘릴지 판단하게 된다. 통계청 2017년 12월 기준 생명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1989년 남자 67.5세, 여자 75.3세에서 2016년 남자 79.3세, 여자 85.4세로 10세 이상 늘어났다. 국민들의 건강 수준이 개선되면서 고령 노동자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가동연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없지 않다. 가동연한이 늘면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게 된다. 그러나 재계는 정년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근속연수와 임금이 연계돼 있는 상황에서 정년이 늘면 임금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인사적체로 신규 인력 채용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임금피크제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이 역시 과도기적 미봉책이라는 지적이다.

정년이 연장되면 퇴직연금과 관련해서도 기업의 회계적 리스크(위험)가 커진다. 퇴직연금에는 기업이 운용하고 정해진 액수의 퇴직급여를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확정급여(DB)형과 기업이 매년 근로자의 퇴직연금통장에 넣어준 돈을 근로자가 알아서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이 있다. DB형을 운용하는 회사는 근로자가 은퇴해 퇴직급여를 받을 때까지 부채를 계속 적립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커진다.

자동차 보험료가 인상될 수도 있다. 가동연한이 늘면 일반적으로 보험사들이 줘야 하는 보험금도 늘어난다. 지난 25일 국내 자동차보험사들은 국토교통부의 정비요금 인상을 이유로 3%대 보험료 인상을 공식화했고, 내년 상반기 중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 여기에 가동연한까지 연장되면 또 다른 인상 요인이 생기는 셈이다. 보험업계에선 가동연한이 5년 연장될 경우 최소한 1% 이상 자동차보험료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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