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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투표권 없어"…민간단체는 그래도 된다고?

[the L] [우리 삶을 바꾼 판사] 이광범 법무법인 LKB 대표 변호사, 판사 시절 민간단체 '참정권 성차별'에 손해배상 인정 판결

이광범 법무법인 LKB 대표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LKB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투표권 등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면 어떨까? 지금은 황당한 일이지만 불과 10년 전까지도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 당시까진 구성원의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민간 단체라면 합리적인 근거 없이 단지 여성이라는 것만으로 총회의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해도 손해배상조차 받을 수 없었다. 해당 단체의 내부 문제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2009년 2월 서울고법은 남성 회원에게만 총회 참정권을 줬던 서울YMCA가 여성 회원들에게 1인당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고 판결했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2007나72665 판결) 민간 단체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참정권을 주지 않은 것에 대해 여성 회원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인정한 획기적인 판결이었다. 이는 서울YMCA 뿐 아니라 국내 일부 민간단체에 남아있던 성차별적 참정권 제도가 사라지는 계기가 됐다.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로서 이 판결을 내린 주인공이 바로 이광범 법무법인 LKB 변호사(59·사법연수원 13기)다. 


1903년 창설된 서울YMCA는 1967년부터 여성 회원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계속 여성 회원들에게는 참정권을 갖는 총회원 자격을 부여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여성 회원들은 지속적으로 참정권을 달라고 주장했지만 이것이 통하지 않자 결국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1심 법원은 여성 회원들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민간 단체의 '사적 자치' 원칙을 중시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1심 법원은 “서울YMCA는 구성원의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임의적 단체로 이 문제는 자치적·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내부 문제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 재판장으로서 이 사건을 맡게 된 이 변호사는 달랐다. 이 변호사는 "사회개혁에 앞장 서 온 YMCA라는 단체 내부에 오래 전부터 여성 회원들에 대한 차별이 존재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동안의 '사적 원칙' 원칙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었다. 


오랜 고민 끝에 이 변호사는 결국 1심 판결을 깨고 여성 회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은 서울YMCA 측에게 여성 회원 한명당 1000만원씩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이 변호사는 판결문에 “여성 회원들에 대해 오직 그 성별을 이유로 총회원 자격을 부인하거나 배제한 것은 성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며 “법원이 직접 여성 회원들의 총회원 자격을 인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불법행위에 따른 구제까지 회피하는 것은 기본권 보호에 어긋난다”고 적었다.


서울고법에서 내려진 이 판결은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역시 “여성의 성별만을 이유로 사단의 의사결정이나 기관 선출에 참여할 수 있는 지위에서 배제하는 것은 헌법이 선언한 평등원칙에 비춰 용인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이 변호사는 “사적 단체의 내부 문제라고 하더라도 성차별과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법원이 개입할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졌다”면서 “서울 YMCA도 당초의 설립 취지나 역사적 활동에 걸맞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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