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62)이 '자연인'으로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수사의 핵심은 상속세 탈세 혐의다. 지난달 28일 이 회장은 내년부터 회장 직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국세청 고발 3가지 혐의

4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검사 최호영)가 국세청에서 2016년 고발받아 수사 중인 이 회장의 혐의는 크게 3가지다.

첫째, 2014년 11월 이 회장의 부친인 고(故)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이 회장 등 자녀들에게 남긴 재산에 대한 상속세의 탈루 의혹이다. 이 명예회장은 자신이 갖고 있던 코오롱 주식 101만3360주(지분율 8.4%) 가운데 40만550주(3.3%)를 이 회장에게 물려줬다. 그의 딸인 경숙·상희·혜숙·은주·경주씨 5명에게도 각각 12만2562주(1.02%)가 상속됐다. 이 명예회장이 물려준 주식의 가치는 당시 시가 기준으로 약 24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이 회장이 상속받은 주식만 약 95억원 어치였다. 국세청은 이 과정에 이 회장 등이 상속세를 제대로 신고·납부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검찰에 고발했다.

둘째, 코오롱인더스트리(이하 코오롱인더)가 자체 개발한 방탄용 고강도 슈퍼섬유 '아라미드'를 둘러싼 미국 화학기업 듀폰과의 특허소송 관련 회계 처리 문제다. 듀폰이 코오롱인더가 자신들의 영업 비밀을 빼냈다며 미국에서 소송을 걸면서 시작된 분쟁이다. 코오롱은 미국에서 듀폰과 6년에 걸쳐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2015년 5월 합의금과 벌금 등 총 3억6000만달러(약 4000억원)를 무는 조건으로 소송을 끝냈다. 국세청은 이 합의금과 벌금의 회계장부 반영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검찰에 자료를 넘겼다.

◇핵심은 '상속세'

끝으로 코오롱인더가 계열사의 지분을 취득한 뒤 재매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처분손실의 회계 처리 문제였다. 코오롱인더는 2010년 지주회사 코오롱에서 분할되면서 A계열사의 지분을 장부가로 취득했다가 되팔았다. 이 때 처분손실을 입었는데, 코오롱인더는 이 손실을 손금에 산입했다. 이에 국세청은 손금불산하는 게 맞다며 600여억원의 추가 법인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는 검찰의 주요 수사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 조세심판원에서 코오롱인더의 회계 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세심판원은 "법인세를 부과한 처분에는 잘못이 있다"며 600여억원의 추징금을 취소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형사 처벌은 조세법률주의보다 더 엄격한 요건을 필요로 한다"며 "검찰 입장에선 조사심판원에서 문제 없다고 판단한 사건을 건드려봐야 실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검찰 수사의 핵심은 이 회장의 상속세 탈루 의혹이 될 전망이다. 다른 변호사는 "코오롱인더의 회계 처리 문제는 크게 비화될 사안은 아니지만, 상속세 탈루는 얘기가 다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