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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61·사법연수원 12기)과 고영한 전 대법관(63·11기)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두 전직 대법관을 비롯해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을 재소환해 강도 높은 보강 수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검찰 안팎에서 제기되던 연내 수사 마무리는 사실상 물건너갈 것으로 보인다. 의혹의 정점에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소환 시기도 늦춰질 전망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7일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영장 재청구 방침 하에 후속 수사 방향을 논의 중이다. 검찰은 이미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범죄 행위가 임 전 차장의 직속 상관인 두 전직 대법관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양 전 대법관으로 합쳐진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박·고 전 대법관의 혐의 사실을 확실하게 입증하지 못하면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한 전체 수사 물줄기가 틀어질 수 있다. 수사팀은 이번주 중 두 전직 대법관을 재소환해 혐의 보강을 한 후 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임 전 차장과 공모관계에 의문이 있다"며 영장 청구를 기각한 만큼 두 전직 대법관이 법원행정처 처장으로서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 개입에 관여한 목적과 동기 등을 보다 철저하게 보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박 전 대법관의 경우 단순히 임 전 차장과 직위 상 상하 관계를 넘어 범죄 행위를 주도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박근혜정부로부터 국무총리직을 제안받을 정도로 정권과 유착돼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록 박 전 대법관이 총리직을 거절했지만 제안을 받은 이후 보다 정권과 밀접하게 청와대의 요구에 발맞춰 재판개입 등에 앞장섰다는 것이 검찰 측 판단이다.
수사 범위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법부 지휘 체계 안에서 두 전직 대법관들이 한 행위가 범죄 사실로 보기 부족하다는 판단이 나온 것이니 법원이 원하는 수준으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수사 범위가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고 전 대법관은 물론 관련된 법관들이 줄줄이 검찰로 불려와 고강도 조사를 받게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대해 두 전직 대법관과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인사권을 행사하며 깊숙히 관여한 사실과 이를 은폐하기 위해 관련자들의 입막음을 시도하는 등 직접적인 증거 확보에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재판 배당을 조작한 사례가 추가로 있을 것으로 보고 '재판 개입' 의혹이 제기돼왔던 사건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보강할 예정이다.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보강 수사와 이로 인한 수사 범위 확대로 인해 수사 일정도 지연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 중순 쯤으로 예상됐던 양 전 대법원장 소환 시기도 늦춰질 전망이다. 당초 검찰은 사법농단 수사에 대해 연내 마무리를 목표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중순까지는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란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수사팀을 중심으로 "수사 기간의 제한은 없다"며 연내 수사 마무리 가능성을 일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수사 기간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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