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진=뉴스1 |
박병대 전 대법관(61·사법연수원 12기)과 고영한 전 대법관(63·11기)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법원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16기) 선에서 '꼬리자르기'를 하려고 한다는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당장 10일부터 시작되는 임 전 차장의 재판을 놓고 공정성 시비가 벌써부터 일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고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직후 검찰은 거세게 반발했다. "하급자가 구속된 상태에서 상급자들 모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재판의 독립을 훼손한 반헌법적 중범죄들의 전모를 규명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사건을 지켜보는 법관들도 구속은 임 전 차장 선에서 그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사법행정 영역에서 벌어진 일을 어느 선까지 범죄로 넣을 수 있는지 의문이고 박·고 전 대법관이 완강히 부인하는 이상 검찰이 주장하는 공모 관계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에서다. 또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직 대법관들을 구속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원로 법관은 "결국 임 전 차장이 지고 가는 것 같다"며 사법농단 사건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게 된다면 임 전 차장이 책임지는 선에서 마무리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임 전 차장의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재판 시작 전부터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됐다. 유죄로 판결한다면 '결론이 정해진 정치재판'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무죄로 판결해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미 임 전 차장에 대한 재판부 구성을 놓고 한 차례 구설수가 일기도 했다. 36부에 우배석판사로 배정된 임상은 판사(33·40기)가 국제인권법연구회 운영진 중 한 명으로 알려지면서다. 인권법연구회는 양승태 사법부가 벌인 법관사찰의 피해자로 지목돼 있다. 임 판사가 직접 사찰을 당한 게 아니어도 판사 본인이 피해자인 사건은 재판하지 않도록 정한 형사소송법 취지로 볼 때 임 판사가 임 전 차장 사건을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임 판사는 전국법관회의에 서울중앙지법 대표로 참석해 대법원이 사법농단 의혹 수사를 검찰에 의뢰해야하는지 여부를 토론하는 자리에서 "수사 필요성이 있다. 이 정도의 확인은 최소한 해야하지 않느냐"고 발언하며 논란을 키운 바 있다. 임 판사가 이미 해당 사건에 유죄의 심증을 품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서다.
임 판사가 자청해 36부를 나가면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향후 임 전 차장 재판 과정에서 같은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2심을 맡을 가능성이 큰 서울고법의 경우 중견 이상 경력을 가진 법관들이 다수 근무하고 있다. 임 전 차장과 함께 근무한 경력이나 개인성향 등 문제로 또 다시 공정성 논란이 일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해결책으로 외부인사들이 위원회를 꾸려 현직 법관으로 구성된 특별재판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위헌 비판이 거세다. 사건은 무작위로 배당한다는 원칙에 위배되고, 재판부 구성에 법원 외부인사가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 침해일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법원행정처도 지난달 국회에 "헌법상 근거가 없다"며 반대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 판사는 "출구없는 재판"이라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의 첫 재판은 1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