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분식회계 의혹' 삼성바이오·물산 압수수색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처음으로 압수수색에 나서며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삼성바이오의 모회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달 회계처리 기준 위반을 이유로 삼성바이오 법인과 대표이사를 고발한 사건과 관련, 13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소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서울 송파구 삼성물산, 삼정KPMG, 딜로이트안진 등 관련 회계법인 4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PC 등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지난달 증선위의 고발 이후 자료를 넘겨받아 조사를 벌여왔다. 최근 검찰은 금융감독원 관계자 등 참고인 조사를 거친 뒤 12일 서울중앙지법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13일 오후 영장을 발부받아 즉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검찰은 대기업 서버의 경우 포렌직(과학수사) 등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압수수색이 약 3~4일에 걸쳐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검찰은 이날 삼성 계열사 일부 고위 임원들의 사무실도 함께 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회계처리의 배경에 어떤 의사결정 과정이 있었는지 등 사실관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단독지배)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결론 내리고 검찰에 고발했다.

삼성바이오가 2012∼2014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독지배하는 것으로 회계처리한 뒤 2015년엔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공동지배로 보고 지분법으로 회계처리, 약 4조5000억원의 평가차익을 인식한 것은 잘못이라는 판단에서다. 삼성바이오는 평가차익 덕분에 자본잠식을 피할 수 있었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 일가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적용하기 위해 제일모직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고의로 부풀린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은 2015년 5월에 결정됐고,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 변경은 같은 해 말에 이뤄진 만큼 관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증선위는 지난 7월에도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에 대한 주주 간 콜옵션 약정 관련 공시를 고의로 누락했다며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