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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평짜리 방에 12명이 갇혀"…터져나가는 감방

[the L] [Law&Life-콩나물 감방 ①] 구속자는 늘고 구치소는 부족…"과밀수용에 교정·교화 생각도 못해"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교도관 1명이 100명 내외의 수용자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거실(수용실)에서는 폭행, 자해, 자살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과밀수용 때문에 교정·교화 활동은 아예 생각도 못합니다."

"좁은 공간에서의 수용생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수용자들은 각종 처우에서 불이익을 받더라도 징벌거실에서 혼자 생활하기 위해 입실을 거부합니다. 좁은 거실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동료수용자와의 사소한 문제도 큰 싸움으로 번져 징벌 처분을 받기도 합니다."

무기징역수 전모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교도소 밖에 있는 지인이 전씨에게 글을 받아 대신 게시판에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 글에서 전씨는 "사형수와 무기수를 제외하고 교도소에 갇힌 사람들은 언젠가 사회로 돌아갈 사람들이다. 그래서 교도소는 인성교육을 시키는 학교여야 한다"며 과밀수용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호소했다.

교도소 과밀수용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교정시설 확충이 필요하지만 예산과 지역주민 반발 등 걸림돌이 많아 해결이 쉽지 않다. 형이 확정된 기결수가 아닌 재판 중인 미결수가 수감되는 구치소도 포화 상태다. '불구속 재판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탓이다. 혐의를 받으면 무조건 구속부터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 법감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사람에게 허락된 공간 '0.34평'

3일 법무부 교정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2월 기준 전국 52개 교정시설에 수용된 인원은 일 평균 5만7298명으로 수용정원(4만7820명)의 119.8%에 달했다. 교도소 6인실에 평균 7~8명씩 수용돼 있다는 얘기다. 이 수치는 2013년(104.2%) 이후 5년 간 거의 매년 증가했다. 

전씨가 전한 상황은 더 열악하다. 전씨는 17.09㎡(약 4.56평)의 방에 본인을 포함해 12명이 수용돼 있다고 했다. 단순 계산하면 한 사람에게 허용된 공간이 1.42㎡(약 0.34평)에 불과한 셈이다. 

교도소는 원래 독방 사용이 원칙이고 여러 명을 한 방에 수용하는 '혼거수용'이 예외다. 형집행법 제14조를 보면 '수용자는 독거수용한다'고 돼 있다. 다만 △독거실 부족으로 시설 여건이 충분하지 않을 때 △수용자 보호와 안정을 위해 필요한 때 △수형자의 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위해 필요한 때에는 혼거 수용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여기서 수용자는 미결수용자와 기결수용자 모두를 뜻한다. 

그러나 현실은 원칙과 예외가 바뀌어 있다. 혼거수용이 원칙이고 문제를 일으키면 독방으로 옮겨지는 식이다. 시설이 수용자 숫자를 따라가지 못해 빚어진 현상이다. 물론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 독방에 오랜 기간 수용될 경우 자해나 자살 등 위험이 있고, 혼거수용을 통해 공동생활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서다. 문제는 과밀수용 때문에 교정·교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헌재 "과밀수용은 위헌"

교도소 과밀수용은 헌법에 위배된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12월 "교정시설의 1인당 수용면적이 수형자의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지나치게 협소하다면 그 자체로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어 수형자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과밀수용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과 김이수·안창호·조용호 재판관은 보충의견에 "국가는 교정시설 내 수형자 1인당 적어도 2.58㎡ 이상의 수용면적을 확보해야 한다"며 "교정시설 확충과 관련된 현실적인 어려움을 참작해 늦어도 5년 내지 7년 내에 개선할 것을 촉구한다"고 적었다.

사법부도 판결을 통해 교정당국에 수차례 해결을 주문한 바 있다. 부산고법은 2017년 8월 부산구치소·교도소에 수용됐던 A씨와 B씨가 과밀수용을 문제삼아 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1심 판결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과밀수용 행위는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공권력 행사"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도 지난해 6월 같은 취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사건에서 "2005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가 과밀화 해소를 권고했는데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구속은 응분의 벌' 법감정 바꿔야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정시설을 신·증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산과 지역주민 반발 등 걸림돌이 많아 쉽지 않다. 일례로 부산구치소 이전 문제는 주민 반발 문제로 15년째 표류하고 있다. 부산구치소는 1973년 건립돼 노후와 과밀수용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이다. 2017년 12월 기준으로 이곳의 전체 수용률은 정원의 130.2%, 여성수용자 수용률은 정원의 185.6%에 달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올 3월까지 부산구치소 이전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했지만 난관이 적지 않다.

최근 서울동부구치소가 성동구치소에서 자리를 옮기면서 큰 반발없이 자리를 잡은 사례가 있긴 하다. 그러나 이전 계획이 확정된 후 동부구치소 개소까지 10년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주민 반발이 적었던 것은 주변에 문정동 법조단지가 조성됐기 때문이었는데, 계획단계에서 단지 조성에 잡힌 예산은 3305억원에 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불구속 원칙을 제대로 지키는 것을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꼽았다. 인권위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최근 5년 간 기결수용자가 3만1302명에서 3만7006명으로 18% 늘어나는 동안 미결수용자는 1만4186명에서 2만292명으로 43%나 급증했다. 인권위는 "미결구금의 급격한 증가가 과밀수용의 주요 원인"이라며 "미결수용의 비율이 높은 것은 구속영장 발부의 증가와 수사기관·법원의 사건처리가 장기화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사회적 논란을 부르는 형사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구속부터 하라는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 법감정이 '구속은 응분의 벌'이라는 쪽으로 흐르는 것 같다"며 "꼭 구속만이 엄벌은 아니다. 그런 법감정에 따라 다 구속시킨다고 해도 그 이후의 상황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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