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회사는 영화관 사업을 운영하던 중 그 사업에 관한 모든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乙회사에 양도하였다. 이를 사업양도∙양수라 한다. 그런데 얼마 후 乙회사는 관할 세무서로부터 양도인이었던 甲회사가 체납한 부가가치세를 대신납부하라는 고지서를 받았다. 사업을 양수하고 대금까지 치른 후 사업을 잘 꾸려가고자 했던 乙회사로서는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관할세무서가 乙회사에게 甲회사가 체납한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라고 한 근거는 乙회사가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인데, 제2차 납세의무란 납세의무자의 재산으로는 그가 납부해야 할 세금을 충당하기 부족한 경우, 그 부족세액을 납세의무자와 일정한 관계가 있는 자에게 보충적으로 징수하는 납세의무를 말한다. 민사상 보증채무와 유사하다.

세법은 해산법인의 체납세액에 대해서는 그 청산인 등에게, 법인의 체납세액에 대해서는 50%를 넘는 주식을 보유한 과점주주에게 제2차 납세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대상사안처럼 사업이 포괄적으로 양도∙양수된 경우에도 양도인의 체납세액에 대해 양수인이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 경우가 있다.

대상사안에서는 영화관 운영사업을 하던 甲회사가 해당 기간의 부가가치세에 대한 예정신고만 하고 납부하지 않은 상황에서 乙회사에 포괄적으로 사업을 양도하였다. 그 후 과세관청이 본래의 납세의무자인 甲회사에게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였는데도 甲회사가 납부하지 않았고, 과세관청은 사업양수인인 乙회사를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여 甲회사가 체납한 부가가치세를 부과했다.

사업양수인의 제2차 납세의무는 양도일 이전에 양도인이 대상사업과 관련하여 세금신고를 하는 등 일정한 절차에 따라 이미 확정되어 있던 납세의무를 대상으로 하고, 양수한 재산의 가액을 한도로 하여 그 책임을 부담한다.

이에 따라 대상사안에서 乙회사는 사업양수 당시까지 양도인인 甲회사가 부가가치세 예정신고만을 하였을 뿐 확정신고를 하지 않아 양도인의 대상 과세기간에 관한 부가가치세가 아직 확정된 상태가 아니었음을 들어 그 체납세액에 대해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부가가치세 예정신고만으로도 그 예정신고분에 관해서는 부가가치세 확정의 효력이 인정된다면서, 그 후 사업양수가 이루어진 이상 乙회사에게 甲의 체납세액에 대한 제2차 납세의무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법리에 따르면, 사업양수인은 사업양수 당시 양도인에게 이미 확정된 체납세금이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고, 그 확인대상에는 사업양수 당시까지 양도인의 부가가치세 예정신고분에 대한 체납여부도 포함되었다. 그리고 이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사업양수인은 언제든지 양도인의 체납세금을 대신 납부할 위험이 있었다. 이처럼 제2차 납세의무는 지금까지 사업양수인의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세금폭탄’으로서 큰 부담으로 작용하였고, 이러한 사업양수인의 무차별적인 부담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최근 정부는 2019년부터는 사업양수인의 제2차 납세의무 범위를 축소시키는 국세기본법 시행령 개정을 예고한 상태다. 사업양수인 중 양도인과 친족관계 등 특수관계가 있고 양도인의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사업양수를 한 경우에 한하여, 사업양수인에게 양도인의 체납세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양도인과 특수관계가 없거나 양도인의 조세회피와 무관하게 사업을 양수한 경우에는 그 양수인의 신뢰를 보호해 주겠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조만간 법령개정이 이루어지면 양수인의 입장에서 보다 더 안전한 거래가 가능하게 되어, 사업양도∙양수 거래가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