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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서초동살롱] '법관 징계'를 바라보는 삐딱한 시선

[the L]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가 지난 18일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법관 13명에 대한 징계를 의결했습니다. 13명 가운데 징계를 받은 건 8명입니다. △이규진·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 방창현 대전지법 부장판사 등 3명은 정직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와 정다주 울산지법 부장판사,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 시진국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 등 4명은 감봉 △문성호 서울남부지법 판사는 견책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 관계자와 재판 진행 방향을 논의하고 자문한 행위 △일선 재판부에 특정한 방향의 판결을 요구하고 의견을 제시한 행위 △법원행정처 정책에 비판적인 동료 법관들을 사찰하고 인사불이익을 가하는 행위 등, 이른바 사법농단 파동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법조계에선 법관징계위원회 심의결과를 두고 갑론을박 중입니다. 우선 징계 수위가 너무 가볍다는 의견과 적정한 처분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더 무거운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쪽은 이들의 행위가 엄중한 헌법 위반임에도 제대로 된 징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징계의결이 결정된 판사들 중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는 정직 6개월로, 법관징계법상 정해진 최고 징계인 정직 1년에 미치지 못합니다. 법원노조는 이날 법원 게시판에 "이번 사법농단 사건에서 최고 징계처분인 정직 1년조차 없다는 것은 어이없는 솜방망이 결정"이라며 "법관은 나라라도 팔아야 1년 정직이란 말인가"라고 한탄했습니다.

 

4년 전 '지록위마' 사건도 다시 조명받았습니다. 지난 2014년 9월 서울중앙지법은 '원 전 원장의 정치 관여는 인정되지만 대선 개입은 아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는데요. 김동진 당시 수원지법 성남지청 부장판사는 이를 두고 "사슴을 두고 말이라 속이는 '지록위마' 판결이자 판사 승진심사를 앞두고 입신영달을 위해 사심을 담은 판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대법원은 법관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할 여지가 있다며 김 부장판사의 글을 삭제했고, 징계위원회는 김 부장판사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이번에 감봉, 견책을 받은 판사들은 대법원 인사명령이 떨어지는 즉시 재판에 복귀할 수 있는데, 징계 수준을 비교하면 이들이 김 판사의 지록위마 발언보다 가벼운 잘못을 했다고 판단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특히 13명 중 김모, 노모 판사 등 2명은 불문, 3명의 판사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법관징계법은 '징계 등 처분을 하지 아니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불문(不問)으로 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징계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법원행정처 출신 판사들에 대한 온정주의가 작동했다는 뒷말도 나옵니다.


반면 이들의 책임에 대해 최종적인 법적 판단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려진 징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징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여기는 분들도 있습니다. 수사 단계여서 사실관계나 책임소재 유무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는데 징계를 한 만큼 최고 수준의 징계를 할 수는 없는 게 당연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법조계에선 이런 징계 수위 외에도 징계 사유에 의구심을 제기합니다. 이번에 처분을 받은 판사들 중 직무 위반이 이유가 돼 처분을 받은 이들은 단 두 명입니다. 한 판사는 “현행 법관징계법은 법관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한 경우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 징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에 대부분 판사들은 직무 위반이 아니라 품위손상을 사유로 징계 처분을 받았다”며 “이들의 행위가 직무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냐”고 되물었습니다. 전관 출신 한 변호사는 “의혹 연루 판사들을 모두 ‘직무 위반’으로 징계할 경우, 의혹 연루 판사들이 직권을 남용했다고 보고 있는 검찰의 논리에 근거를 더해줄 여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일종의 ‘의도’를 갖고 징계를 했다는 음모론도 제기합니다. 한 변호사는 "징계를 받은 판사들이 탄핵 국면에서 이른바 ‘일사부재리’ 주장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고 주장했습니다. 일사부재리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는 헌법상 원칙인데요. 하나의 사안(사법농단 의혹)에 대해 법원 내부적인 징계가 이미 이뤄진 만큼, 국회의 탄핵절차를 통해 또다시 파면이라는 처분을 받는 것은 위법·부당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방패'를 대법원이 만들어 줬다는 겁니다.


물론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탄핵과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징계가 구별되고, 법관징계법상으로도 '탄핵소추가 있는 경우 징계절차는 중지된다'고 명시된 만큼 양자가 별개 절차인 이상 따로이 진행될 수 있다(일사부재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이는 국회에서 판사들에 대한 탄핵절차가 실제로 진행되는 경우 다툼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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