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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 변호인 있는데 국선 변호인만 구속심사에 들어가면?

[the L 법률상담]


수사단계에서 피의자가 변호인을 선임하면 그 피의자에게 수사 도중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 해당 변호인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 절차'(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하는 등의 조력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검사가 구속영장청구서에 변호인 기재를 누락해 피의자심문 과정에서 사선변호인이 참여하지 못하고 사선변호인의 존재를 알지 못한 법원에 의해 국선변호인이 선임돼 국선변호인만이 참석한 상태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 이뤄졌다면 그 절차는 적법할까요?

서울고법 제5형사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최근 필로폰을 수입한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A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사선변호인에게 통지되지 않아 국선변호인만 참여한 피의자심문 절차는 위법하므로 그에 따른 구속도 위법하고 위법한 구속 중 작성된 피의자신문 조서도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피의자신문조서 외에 다른 증거만으로도 혐의 인정에 충분하다고 봐 피고인에게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서울고법 2018. 11. 27. 2018노1617 판결).   

판결문 전체 내용은 다소 복잡하므로 그 가운데 구속의 위법성과 관련한 사실관계만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A씨는 2018년 3월26일 체포영장에 기해 체포됐습니다. A씨는 그 다음날인 27일 B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해 선임계를 제출하고 당일 이뤄진 검사의 피의자 신문에 참여토록 했습니다. 검사는 27일 A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울남부지법에 청구했는데 그 구속영장청구서의 ‘변호인’란에는 아무런 기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날인 28일 서울남부지법 판사는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심사하기 위해 피의자심문을 했는데 구속영장청구서의 기재만으로는 사선변호인이 선임돼 있던 사실을 알 수 없었던 법원은 A씨에 대해 국선변호인 C씨를 선정해줬고, C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 절차에 내내 참여했습니다. 위와 같은 피의자심문 결과, A씨는 심문 당일인 28일 서울남부지법 판사가 발부한 구속영장에 의해 구속됐고 이후 A씨는 구속된 상태로 검찰에 불려가 제2회 피의자신문을 마쳤으며 그 조서가 작성됐습니다. 검사는 A씨의 체포 과정에서 압수된 필로폰 등과 제1, 2회 피의자신문조서 등을 유죄의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는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 제1심은 ‘법원으로서는 피의자심문에 앞서 피고인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정했고, 그 변호인의 참여 하에 심문이 이뤄진 이상 단지 사선변호인이 참석하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해 변호인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 절차에서 사선변호인의 참여를 배제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 본 겁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헌법 제12조 제4항 규정의 문언과 체계, 의미를 종합할 때 헌법이 형사 피의자·피고인에게 보장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스스로 변호인을 선임해 그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피고인 등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 비로소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가 변호인을 선정해 주는 것’으로 이해되므로 변호인 조력권의 본질은 ‘본인이 자신의 의사에 기해 선임한 변호인 즉, 사선변호인으로부터 법적 조력을 받을 권리’라 봄이 상당하다고 봤습니다. 이에 비해 형사 피의자에 대한 국선변호는 법률에 의해 비로소 규정된 것이므로 헌법에 보장된 (사선)변호인의 조력권을 박탈당한 피의자에게 법률 차원에서 규정된 국선변호가 제공됐다고 해서 헌법적 기본권의 침해가 정당화된다거나 그 절차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재판부는 이어, 특히 (구속 영장 발부를 위한) 피의자심문 이야말로 형사사법절차 중 가장 변호인의 법적 조력이 절실하고 긴요한 때라고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수사기관의 구속은 헌법상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에 대해 중대한 제한을 가하는 것이므로 헌법이 이에 대해 엄격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으며 그 정신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장치로서 수사기관으로부터 독립된 법관에 의한 피의자심문 절차를 명시적으로 두고 있는 거라고 봤습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미리 선임된 사선변호인과 나중에 선임된 국선변호인의 준비기간의 차이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가 자신이 선임한 변호인 대신 법원이 직권으로 선정한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고 그의 참여 하에 피의자심문에 임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의자의 헌법상 기본권에 대한 침해가 정당화된다거나 절차의 흠결이 상쇄된다고 할 순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재판부는 이와 같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부적법한 피의자심문의 결과로 발부된 구속영장에 따라 이뤄진 A씨에 대한 구속은 위법하고, 그런 위법한 구속을 토대로 해서 수집된 검사 작성의 A씨에 대한 제2회 피의자신문조서 역시 위법수집증거이므로 증거능력이 없어서 원심의 판단과 달리 이를 유죄의 증거로 거시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증거능력이 있는 체포과정에서 압수된 필로폰 등 다른 증거물과 구속 전에 작성된 검사 작성 제1회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으로도 A씨의 혐의를 인정하기는 충분하다고 봐 원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지는 않았습니다.


*1. ‘구속 전 피의자심문’은 영장실질심사와 같은 말입니다. 형사소송법에서는 ‘피의자심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나 이미 영장에 의해 구속된 피의자가 그 구속의 당부를 심사해달라고 청구하는 ‘구속적부심’과 구별하기 위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라 흔히 말합니다.

*2. 피의자 신문(訊問)과 심문(審問)은 다릅니다. ‘신문(訊問)’이 수사기관 등에서 기소를 위해 피의자에게 사건 경위 등을 일방적으로 캐묻는 절차라면, ‘심문(審問)’은 법원 등이 피의자의 해명을 듣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절차로서 그 의미가 상당히 다르므로 용어를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 관련 법령

헌법

제12조 
①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
②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③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④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구속영장 청구와 피의자 심문) 
① 제200조의2· 제200조의3 또는 제212조에 따라 체포된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지체 없이 피의자를 심문하여야 한다. 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의 다음날까지 심문하여야 한다.
②제1항 외의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피의자를 구인한 후 심문하여야 한다. 다만, 피의자가 도망하는 등의 사유로 심문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판사는 제1항의 경우에는 즉시, 제2항의 경우에는 피의자를 인치한 후 즉시 검사, 피의자 및 변호인에게 심문기일과 장소를 통지하여야 한다. 이 경우 검사는 피의자가 체포되어 있는 때에는 심문기일에 피의자를 출석시켜야 한다.
④검사와 변호인은 제3항에 따른 심문기일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⑤판사는 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라 심문하는 때에는 공범의 분리심문이나 그 밖에 수사상의 비밀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⑥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라 피의자를 심문하는 경우 법원사무관등은 심문의 요지 등을 조서로 작성하여야 한다.
⑦피의자심문을 하는 경우 법원이 구속영장청구서·수사 관계 서류 및 증거물을 접수한 날부터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검찰청에 반환한 날까지의 기간은 제202조 및 제203조의 적용에 있어서 그 구속기간에 이를 산입하지 아니한다.
⑧심문할 피의자에게 변호인이 없는 때에는 지방법원판사는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한다. 이 경우 변호인의 선정은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어 효력이 소멸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1심까지 효력이 있다.
⑨법원은 변호인의 사정이나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 선정결정이 취소되어 변호인이 없게 된 때에는 직권으로 변호인을 다시 선정할 수 있다.
⑩ 제71조, 제71조의2, 제75조, 제81조부터 제83조까지, 제85조제1항·제3항·제4항, 제86조, 제87조제1항, 제89조부터 제91조까지 및 제200조의5는 제2항에 따라 구인을 하는 경우에 준용하고, 제48조, 제51조, 제53조, 제56조의2 및 제276조의2는 피의자에 대한 심문의 경우에 준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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