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중지 가처분', '불투표운동' 등 여러 잡음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압도적 찬성'이란 결과는 의외였다. 법원에 의해 기각된 선거중지 가처분은 사실상 '개인저격'이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직 임기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사퇴하고 변협 선거에 출마한 것은 위법하다는 ‘후보자 자격논란’ 시비였다.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던 변호사들 중 일부가 가처분 신청인에 포함돼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 당선자는 수년 전 사시존폐 논란이 최고조이던 때, 중견 변호사로는 드물게 로스쿨 입장을 대변한 바 있다.

로스쿨 변호사들 지지로 2년 전 서울변회 선거에 당선된 바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이번엔 로스쿨 변호사들이 모두 우호적인 것도 아니었다. 로스쿨 변호사들 중 일부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법조인협회는 변협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준비한 7000원 상당의 우산에 대해 '비판' 성명을 냈다. 게다가 로스쿨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일부 변호사들이 노골적으로 불투표 혹은 반대투표 운동을 했다.

그런데 투표일이 임박하면서부턴 다른 흐름이 보였다. 투표 독려를 위해 만들어진 단체 카톡방 개설 1주일만에 1100여명이 가입했다. 대형로펌과 각종 변호사모임에선 투표율 미달로 선거가 무산되면 업계가 창피를 당한다는 생각에 투표독려를 했다. 찬성이든 반대든 투표장엔 나가서 투표권을 행사하자는 주장이 먹혔다.

단독 출마자의 당선을 어렵게 해 놓은 주범인 변협 선거규칙은, 십여년 전 변협 집행부 원로들이 ‘변협 수장은 대통령 수준은 돼야 한다’는 생각에 헌법 제67조 제3항의 '대통령 후보가 1인일 경우의 당선요건'을 그대로 변협 규칙에준용하면서 만들어졌다. 큰 고민없이 ‘자부심’으로 넣었던 조항이 불과 4번째 직선 협회장 선거에서 사단이 난 셈이다.

이 당선자는 "변호사들이 직역 수호 위기감에 투표에 동참해 준 것 같다"며 "선거로 단체장을 뽑아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한 변협이 사법농단으로 얼룩진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는 데 일조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수십 년간 60대 이상 전관출신 원로가 맡았던 협회장 자리에 만 53세의 순수 변호사 출신 이 당선자가 앉는 것은 변호사업계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사건이란 평가다. 이 당선자는 1965년 이후 가장 젊은 변협 협회장이 됐으며, 다음달 취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