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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상가에 약국 분양 안해" 특약 있는데…옆집에 약국이?

[백인성의 주말법률사무소] '상가 내 업종 독점' 인정받으려면 다른 수분양자들 계약서에도 '업종제한 약정' 있어야

편집자주대법원까지 올라가는 사건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의 사건들은 대부분 1,2심에서 해결되지만 특별한 사건이 아니면 잘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재판부의 고민 끝에 나온 생생한 하급심 최신 판례, 눈길을 끄는 판결들을 소개해드립니다. 격주 주말마다 지면 위에 조그만 법률사무소를 열어봅니다. 조금이나마 우리네 생활에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상가 분양계약시 지나친 경쟁을 막기 위해 '다른 점포에는 같은 업종을 분양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종종 넣곤 합니다. 그런데 이 조항, 항상 유효할까요? 

답은 'NO'입니다. 이러한 특약은 수분양자와 상가분양자 사이에만 유효할 수 있습니다. 상가를 분양받은 다른 점포주들에게까지도 이러한 '업종제한 특약'의 효력이 미치려면 분양자와 다른 수분양자들 사이에 체결된 분양계약서에도 △업종지정 또는 권장업종에 관한 지정이 있거나 △업종제한 약정이 체결되어야 한다는 판례가 최근 나와 소개해드립니다. 건물주에게서 상가를 분양받을 때 이러한 특약을 맺은 점포주가 같은 상가에서 동종 영업을 시작한 임차인과 다른 점포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패소한 사례입니다.

A씨는 지난 2001년 경기도 용인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상가를 지었습니다. A씨는 그해 9월 B씨에게 1층 119호 점포를 분양해주기로 하는 계약을 맺고, 이에 앞서 그해 6월에는 C씨에게 상가 2층 213호 점포를 분양해줬습니다. 이때 분양계약서엔 "(점포를) 생활 편의시설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과 "분양받은 자가 상호합의 본 계약서에 명시된 영업종목을 변경코자 할 경우 건물주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A씨는 B씨와 맺은 분양계약서에 "본 상가 계약시 119호 이외에는 약국으로 분양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특약을 손글씨로 추가해 넣었습니다. C씨를 비롯한 다른 분양자들과 맺은 분양계약서에는 이러한 조항이 없었습니다.

이후 B씨는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약국을 운영하던 중 사망했습니다. B씨는 생전에 자녀들에게 119호 점포의 지분 1/3씩을 증여해줬고, 자녀들은 B씨 사망 이후 약국을 계속 운영되도록 다른 사람에게 점포를 임대해줬습니다. 문제는 C씨가 213호 점포를 다른 용도로 운영하다 D씨에게 임대해주면서 약국을 운영하도록 해주면서 시작됐습니다.

B씨의 자녀들은 생활편의시설 용도로 분양받은 제213호 점포에 약국이 입점해 경쟁영업이 성립, 기존 119호 임차인에게 차임을 깎아주게 돼 자신들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며 C씨와 D씨를 상대로 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B씨 자녀들은 "△A씨가 건물의 모든 점포를 약국, 병원, 생활편의시설 등 구체적으로 업종을 지정하여 분양한 점 △A씨로부터 B씨가 119호를 '약국'으로, C씨가 213호를 '생활편의시설'로 지정해 분양받은 점 △생활편의시설이란 약국, 의원 등 상가점포 분양 당시 구체적으로 지정된 업종을 제외한 기타 생활 편의시설 업종이거나 체육시설의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체육시설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식당·목욕시설·매점 등 편의시설로 보이는 점 △건물 관리규약에서 '점포소유자는 관리사무소 사전 승인 없이 전유부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정된 용도와 업종 이외의 목적에 사용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지정된 점을 감안하면 C씨와 D씨에겐 분양계약에 기한 업종제한을 용인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들은 "A씨는 B씨에게 분양할 당시 독점적으로 약국을 운영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다른 점포를 약국으로 분양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했고, C씨 역시 약국이 아닌 '생활편의시설' 용도로만 213호를 분양받은 이상 생활편의시설만을 운영해야 한다. 그럼에도 약국을 운영해 업종제한약정을 위반했다"며 "B씨 자녀들은 이에 따라 현 119호 점포의 임차인에게 월 차임을 감액하여 줄 수밖에 없는 손해를 입게 됐으니 감액해준 월차임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라"고 주장했습니다.

그 동안 대법원은 "건축회사가 상가를 건축해 각 점포별로 업종을 지정하여 분양한 경우 그 수분양자나 수분양자의 지위를 양수한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가 점포 입주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상호간에 명시적이거나 또는 묵시적으로 분양계약에서 약정한 업종제한 등의 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상호간의 업종제한에 관한 약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해왔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C씨가 A씨로부터 '생활편의시설'로 업종이 지정된 상태로 213호를 분양받았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만약 업종이 지정된 계약이었다면 그 업종에 한해 점포를 운영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1심 수원지방법원과 2심 서울고등법원은 "C씨가 A씨로부터 213호를 '생활편의시설'로 업종을 지정해 분양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하급심 법원들은 대법원의 법리에 더해 "일부 점포에 대해서만 업종이 지정된 경우라도 업종이 지정된 점포의 수분양자나 그 지위를 양수한 자들 사이에서도 대법원의 법리가 적용된다. 다만 이러한 특약의 효력이 다른 수분양자에게까지 미치기 위해서는 '상가분양자와 모든 수분양자 사이에 체결된 분양계약서에' 업종지정 또는 권장업종에 관한 지정이 있거나 업종제한 약정이 체결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1,2심 법원은 "A씨가 B씨에게 119호를 분양하면서 특약을 했다고 볼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A씨와 B씨 사이의 채권적 관계에 불과하다"며 "채권적 관계에 있는 당사자 사이의 특약의 효력이 제3자인 C씨 등에게 미친다고 할 수 없고, 달리 B씨와 C씨 사이에 묵시적으로 상호 업종 제한을 수인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었다고 볼 증거도 없다"며 "따라서 C씨 등은 원고들에 대하여 업종 제한 의무를 부담하지 않아,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본인이 분양받은 점포 분양계약서에만 업종제한 특약조항을 넣은 것은 건물주와 수분양자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고 다른 점포주들을 구속할 수 없다는 겁니다. 다른 점포주들에게도 특약의 효력을 주장하기 위해선 다른 점포주들의 계약서에도 '동일업종 입점불가' 등의 조항이 있어 이를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인 겁니다.

법원은 아울러 "나머지 점포의 분양계약서에는 그와 같은 특약의 기재가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며 "당시 해당 상가는 체육시설법상 시설기준(필수시설과 임의시설)을 지켜야 했고, A씨가 분양계약서 제4조 제1항에 '수분양자는 생활편의시설 용도로 사용하여야 한다'는 문구를 넣은 건 '점포의 업종을 제한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라기보다 '수분양자가 분양받은 점포를 이 사건 건물에 요구되는 시설기준에서 벗어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어 "각 점포의 분양 당시 수분양자들이 각 점포의 전부 또는 일부에 권장 업종이 지정되어 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분양광고 등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관리규약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제정된 것이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므로 관리규약에 이미 각 점포별로 지정된 업종이 있음을 전제로 '관리사무소의 사전 승인 없이 지정된 용도와 업종 이외의 목적에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존재한다'는 사정을 213호를 포함한 이 사건 건물의 모든 점포가 업종이 지정되어 분양되었다고 볼 근거로 삼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종화 법률사무소 율터 변호사는 "수분양자가 특정 업종의 독점을 목적으로 점포 계약을 체결할 경우 분양자와의 특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반드시 다른 수분양자들에 대해서도 독점적 업종 제한을 수인하기로 동의한다는 약속이 전제돼야 예기치 않은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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