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왼쪽 세번째)과 대법관들이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돼 원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서모씨(51)의 재항고를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2018.11.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양심에 따른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는 무죄'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이후 종교가 아닌 전쟁을 거부하면서 총을 들 수 없다는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하급심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형사5단독 이재은 부장판사는 병역법과 예비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지난 14일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2011년 입대해 2013년 현역 군 복무를 마친 후 예비역에 편입됐으나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14회에 걸쳐 예비군 훈련 등을 거부해 재판을 받았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A씨가 폭력으로 여러 차례 처벌을 받을 정도로 폭력적인 아버지와 많은 고통을 겪는 어머니 슬하에서 성장해 어려서부터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후 전쟁 관련 동영상 등을 보며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잘못이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고 그것은 전쟁이라는 수단을 통해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처음엔 군 입대를 거부하려 했지만 주위의 설득으로 결국 입대를 한 A씨는 신병 훈련 과정에서도 ‘자신은 적에게 총을 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입대를 후회했다고 한다.

이후 A씨는 군사훈련을 받지 않을 수 있는 보직에서 근무했고 제대 후에는 더 이상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예비군 훈련 등을 불참했다. A씨는 계속되는 수사와 재판으로 안정된 직장을 구할 수 없어 일용직이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통하여 생계를 유지했다.

재판 과정에서도 A씨는 훈련에 불참한 것은 사실이지만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을 위한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 없다는 신념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대법 전원합의체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형사처벌 등 제재를 가해 병역 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나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게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재판부는 이 판결의 취지에 따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신념에 따른 A씨의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수년간 계속되는 조사와 재판, 사회적 비난에 의해 겪는 정신적 고통과 안정된 직장을 얻기 어려워 입게 되는 경제적 손실, 형벌의 위험 등 예비군 훈련을 거부함으로써 받게 되는 불이익이 예비군 훈련에 참석함으로써 발생하는 시간적, 육체적, 경제적 불이익보다 현저히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A씨가 훈련을 거부한 때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기 전”이라며 “A씨는 자신이 유죄로 판단되면 예비군 훈련을 면할 수 있는 중한 징역형을 선고받기를 요청했다”면서 이같은 점을 고려해 A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