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 사진=이기범 기자

뇌물수수와 횡령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된 이명박 전 대통령(78)이 2심 재판부에 보석을 재차 요구했다. 수감 생활이 지속할 경우 돌연사 위험까지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이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지난 19일 2심 재판부(서울고법 형사1부, 부장판사 정준영)에 제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올해 설 연휴 전인 지난달 29일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한 후 잇따라 의견서 제출 등을 통해 보석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이번 의견서에는 이 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초 구속 기간 중 서울대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결과 △기관지 확장증 △역류성 식도염 △제2형 당뇨병 △탈모 △황반변성 등 진단서와 전문의 소견서로 확인된 병명만 9개에 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이 전 대통령 측이 그간의 공판에서 주장해 왔던 '수면 무호흡증'에 의한 위험성이 높다는 주장도 이번 의견서에 잠겼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약물 내성 등의 이유로 수면장애 정도가 심해져 1~2시간마다 잠을 깨서 30분 이후에나 잠드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수면 무호흡증이 심각해질 경우 돌연사 가능성도 있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또 의견서 제출 전날인 지난 18일의 소변검사 결과 백혈구 수치가 지나치게 높아져 신장·방광의 염증 또는 종양의 존재가 의심된다고도 했다.

이 전 대통령 보석 허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지난 15일 공판에서도 이 전 대통령 측은 재판부에 당뇨, 불면증, 수면 무호흡증 등 건강 악화를 이유로 보석 후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이 원심에서부터 계속 언급하는 질환은 대부분 만성질환이고 일시적 신체 현상에 불과해 석방을 해야 할 만큼 긴급하지 않다"며 "새롭게 내세운 수면무호흡증 역시 긴급성과는 무관하고, 양압기 치료 등 적절한 조치를 받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또 "구치소로부터 이 전 대통령이 현재 재판을 받을 수 있고 이상 시 외부 진료시스템 구축도 확인했다"며 "태광그룹 전 회장(이호진 전 회장)의 소위 '황제보석'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상황에서 보석에 대해 법을 엄격하게 적용해 보석청구를 기각해달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