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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잡주→대기업' 회계리스크 중심 이동, 2가지 이유

[the L] 건설·조선 대형사 분식논란에 IFRS 도입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가세… "리스크 종합진단 필요"


당국의 분식회계(고의적 회계기준 위반) 조사의 초점이 '잡주'에서 우량 대기업으로 옮겨온 지 오래다. 우량 대기업으로 불리던 기업들이 속속 분식회계 오명을 쓰는 모습은 이제는 낯설지 않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감리 이후 금융당국이 수조원 대 분식회계 혐의가 있다는 발표하고 각종 행정제재 처분을 내린 것이 최근의 일이다. 일단 법원은 삼성바이오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행정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켰지만 '분식회계가 아니다'라는 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에 대한 검찰 수사도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째 지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되면 기업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커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업은 물론이고 임원 개인에 대한 민·형사상 부담까지 불거지는 만큼 사전에 종합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기업이 타깃이 된 이유
재무제표를 고의적으로 허위로 작성 높은 가격으로 주식·사채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등의 행위는 소형 잡주들이나 저지르는 것으로 치부된 적이 있었다. 2010년대 초반 코스피·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영세 상장종목에서 분식회계 등 사유가 적발돼 200여개사가 줄줄이 퇴출되며 수조원 대 손해를 투자자에게 끼친 사태가 대표적이다.

회계감리(Audit Review)도 기존에는 주로 중소형사를 상대로 실시됐다. 내부 회계감독 기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만큼 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의 회계기준 위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데다 사회적으로도 주목을 덜 받다 보니 회계법인에 의한 부실감사 우려도 그만큼 컸기 때문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공중분해 이후 대기업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쳤고 이 결과 10년 이상 '회계 리스크의 무풍지대'로 간주됐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2013년부터였다. 과거 수년치 영업이익이 흑자로 잘못 계산됐고 되레 수천 억원대의 대규모 적자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대형 악재성 공시가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에서 잇따라 나왔다. 일회성 악재로 여겨졌던 어닝쇼크(예상외 대규모 손실)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종에서도 다시 불거졌다. 동양그룹 해체도 분식회계로 인한 것이었다.

당국이 작정하고 대기업에 대한 감리에 들어간 계기는 2014년 대우건설의 1조5000억원대 손실은폐 사실을 내부제보를 통해 적발하고서부터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대기업에 대해서는 '사회적 신뢰'가 있다는 믿음 속에 당국이 기획감리를 거의 하지 않았지만 대우건설 사건 이후 "대기업이라면 으레 회계처리 기준을 준수하기 위한 적정 시스템이 운영될 것"이라는 믿음이 깨진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잘못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2011년 이후 국내에 K-IFRS(한국형 국제회계기준)가 도입되면서 세세한 부분에까지 지침을 제공하던 회계기준이, 큰 틀에서의 원칙만 지키면 나머지는 기업 자율에 맡기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특히 성문법 주의의 한국에서 K-IFRS의 도입은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 대응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회계 리스크는 재무이슈? 종합 리스크" 
주요 로펌들도 잇따라 회계감리 대응팀을 꾸려 대기업 고객을 상대로 사전 리스크 점검에서부터 사후 규제 대응까지 이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측의 피해를 예방하고자 하는 기업 고객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국내 4대 로펌 중 한 곳인 법무법인 세종도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 온 금융·조세 부문의 역량을 살려 수년 전부터 회계감리 대응팀을 운영해왔다.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하고 조세 업무 경력까지 갖춘 김현진 변호사와 금융감독원에서 회계감리 및 불공정거래 실무를 담당한 경험을 갖춘 황도윤·정찬묵 변호사, 금융감독원 자본시장2국장 출신으로 다년간 회계감리 경험을 갖춘 홍성화 고문, 금감원 및 대검찰청 범죄정보분석실 등에서 근무한 이재식 전문위원 등이 팀을 구성하고 있다.

로펌들이 법률 전문가 외에도 규제당국 출신까지 아울러 팀을 운영하는 이유는 회계 리스크가 종합리스크라는 점 때문이다. 홍 고문은 "회계 처리가 잘못된 경우 회계 감리로 인한 판단 결과에 따라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고, 증권 관련 집단소송 등 투자소송(민사), 외감법 위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형사)과 직결돼 있어 초기 단계에서 이를 고려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제대로만 대응한다면 기업이 져야 할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세종에 따르면 분식회계의 일종인 '가공매출' 오해를 받았던 A사의 경우 고의가 아닌 단순한 회계 실수였음이 입증돼 가장 낮은 수준의 경조치를 받는 데 그쳤다. 비시장성 자산에 대한 회계처리의 적절성에 대해 테마감리를 받은 B사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위의 경고처분만 받았다. 두 경우 모두 자칫 분식회계를 이유로 기업·임원에 대한 형사고발뿐 아니라 투자자로부터의 민사소송까지 당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잘 피해 간 사례로 꼽힌다.

황 변호사는 "회계 리스크를 단지 재무부서만의 이슈로 치부한다거나, 외부감사인의 감사를 거쳤다는 것만으로 안심하는 것은 기업이 흔히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라며 "회계 리스크가 단지 숫자 몇 개가 틀리는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사활과 임원 개인에 형사 책임까지 지울 수 있는 종합 리스크라는 무게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금감원의 감리계획은 190개 회사에 대한 감리실시인데 상장사 수만 해도 2000곳이 넘어 실제 감리를 경험한 기업이 많지 않다"며 "평소에 회계처리에 대해 기업 스스로 점검하지 않는다면 회계감리에 대응을 잘못해 낭패를 볼 수 있다. 회계 리스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감리에 따른 리스크도 그만큼 줄어든다"고 했다.
대기업 등 기업고객의 회계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대형로펌들도 법률 전문가 뿐 아니라 회계·조세 및 규제 프로세스에 정통한 이들로 대응팀을 꾸려 감리 관련 리스크 대응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도 회계감리 대응팀을 꾸려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일, 김현진, 문종열, 안병규 변호사, 이재식 전문위원, 홍현주 변호사, 홍성화 고문, 정인배, 이정진, 황도윤, 이민현, 조서연 변호사 / 사진제공=법무법인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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