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첫 기자 생활을 법원에서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법원에도 따뜻한 순간들이 있다는 걸 몸소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고', '구속'과 같은 단어로 점철된 기사가 아닌 '사람 냄새' 나는 법원 기사를 꼭 써보고 싶었습니다.
법원에는 재판을 진행하는 곳인 '법정'만 있을까? 그렇지 않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법 내부에는 법정뿐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법관, 공무원 등을 위해 마련된 다양한 편의시설이 있다. 서울중앙지법 안 숨겨져 있는 이색 장소들을 소개한다.
1. '판사들이 고른 커피 맛보세요' 바로미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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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고법 1층에 위치한 바로미 카페 내부./사진=안채원 기자 |
'바로미 카페'는 법원 청사 내부에 있는 유일한 카페다. 서울고법 1층에 자리하고 있다. 다양한 음료들을 시중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아메리카노 2300원/카페라테 2800원). 법원 내부의 유일한 카페이다 보니 매일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법관과 직원은 물론, 법원 출입 기자들, 재판을 받으러 온 사람들, 변호사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지사의 2심 재판이 열리던 지난 1월에는 휴정 중 변호인과 함께 카페를 찾은 안 전 지사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바로미 카페의 가장 큰 특징은 사적 소유가 아닌 법원 소유의 시설물이라는 점이다. 현재 바로미 카페의 대표자명은 배기열 서울고법 수석 부장판사로 돼 있다. 카페 수익금도 법원에 돌아간다. 배 부장판사 등이 속해있는 '후생관리위원회'라는 자체 기구에서 법원 식당, 바로미 카페, 예식장 등을 담당한다. 이런 부대시설을 통해 수익금이 발생하면 후생기금을 조성해 법원 구성원들을 위한 복지에 사용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법원 예식장과 식당의 인기가 줄면서 수익금이 발생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예식장과 식당에서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카페 수익을 통해 적자를 간신히 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바로미 카페의 커피 질을 높이기 위해 시음회를 직접 열어 원두를 선정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2. '원로법관들이 자주 찾는' 법원 안 이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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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법 지하 1층에 위치한 이발소. 이발소 내부는 사진 촬영이 불가능해 공개하지 못했다./사진=서울중앙지법 제공 |
서울중앙지법 지하 1층의 흰 복도를 걸어가다 보면 반갑지만 낯선 간판이 보인다. 머리를 자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 이발소다. 다만 서울중앙지법의 이발소는 모든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지하 1층은 입구에서부터 출입증이 확인돼야만 들어갈 수 있다. 때문에 이발소도 공무원, 법관 등 법원 출입이 허용된 사람만 이용할 수 있다.
법원 안 이발소는 서울중앙지법이 처음 설치된 시점과 비슷하게 문을 열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정확히 언제 만들어졌는지 기록은 없지만 법원이 생긴 지 얼마 안돼 문을 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뒤로 법관뿐만 아니라 수많은 법원 직원들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발소를 자주 찾는 이들은 단연 '이발소 세대'인 원로법관들이다.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은 "따로 시간을 내 머리를 관리할 여유가 없는 남성 원로법관들이 자주 찾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3. '판사들의 쉼터' 바로미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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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법 6층에 위치한 바로미 정원./사진=서울중앙지법 제공 |
판사에게도 휴식의 공간은 필요하다. 서울중앙지법 6층에는 직원들의 휴식을 위해 마련한 정원이 있다. 회색빛이 가득한 법원 건물에서 가장 법원 같지 않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도 법원 출입증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
법관들과 직원들은 종종 이곳을 찾아 휴식을 취한다. 법관들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인 만큼 법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섭외 요청이 자주 들어온다고 한다. 바로미 정원의 관리를 담당하는 한 판사는 "지난해 여러 방송사에서 장소 섭외가 들어왔지만 직원들의 휴식에 방해가 되는 등의 문제가 있어 허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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