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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사이버명예훼손, 사람 아닌 법인을 비방해도 처벌

[the L] [나단경 변호사의 법률사용설명서]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나보다 당신을 생각하는 나단경변호사의 법률사용설명서입니다.

인터넷상에 다른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올리면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은 많이들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아닌 법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도 처벌받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는데, 최근에 이와 관련된 대법원판례가 나와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번 사안은 출판사 대표인 A씨가 자신의 SNS에 출판사 문학동네가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했다는 허위 글을 올려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죄)으로 기소된 사안이었습니다. A씨는 2015. 9. 25. 한국출판인회의가 선정한 9월 4주차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소설가 김훈씨의 에세이 ‘라면을 끓이며’가 11위로 신규진입했다는 기사를 자신의 SNS에 인용하면서, ‘순위 조작’의 표현을 사용한 제목을 사용해 ‘우습게도 김훈의 신작은 아직 출간도 전이다’, ‘영락없이 출현하는 문학동네 알바 댓글러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타사의 경쟁 상품이라 여겨지는 교묘한 벌점과 리뷰로 깎아내리고, 작가를 조롱하고 욕보이는 행위는 저 일베들과 다를 바가 뭔가?’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사실 피해자는 자사의 신간 도서를 광고하기 위해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하고 온라인 서점에 아르바이트생들을 동원하여 댓글을 달아 도서 판매량을 조작한 사실이 없었습니다. 이 사안에서 문제가 된 죄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사이버명예훼손죄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해당 법조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벌칙) ①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은 “형법상 명예훼손죄를 범하기 위해서는 문언상 '사람'의 명예를 훼손해야 하는데,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서 '사람'에는 법률상 인격을 의제하는 법인이나 법인격 없는 단체가 포섭된다고 해석할 수 없다.”, “법인의 명예가 침해된 경우 민사상 구제수단으로 보호하면 충분하고, 국가형벌권을 통한 형사법상 보호는 크게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법인의 명예를 보호하면서도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조화로운 해석 방법이다.”라고 판시했습니다. 즉 1심은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인을 비방하여 명예를 훼손한 경우까지 포함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보아, 법인을 비방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그러나 고등법원과 대법원은 1심의 판단을 바꾸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은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이른바 외부적 명예이다(대법원 1987. 5. 12. 선고 87도739 판결 참조). 이와 같이 명예를 사람에 대한 사회적 평가로 이해한다면 법인도 사회적 평가의 대상으로 명예훼손죄의 보호법익을 향유하여 당연히 명예의 주체가 된다. 문언의 의미, 전체적인 맥락과 흐름, 보호법익 등을 고려할 때 '타인'에는 자연인과 법인이 모두 포함되고, '사람'에는 자연인 외에 법인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나누어 해석할 수 없으며, 입법자가 법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처벌하지 않겠다고 결단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즉 정보통신망법의 ‘사람’을 비방할 목적에 ‘법인’이 포함된다고 해석하더라도 법인도 사회적 평가의 대상이므로 명예의 주체라고 볼 수 있고 자의적으로 처벌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아니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자신은 허위임을 인식하지 못했고 비방하려던 것이 아니었다고 항변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은 출판사 대표를 맡고 있어 도서 판매 순위에 밀접한 이해관계가 있고, 그 순위 산정 등에 관하여 일반인보다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알고 있거나 이와 같이 알 것으로 기대되는 점,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 사건 도서의 베스트셀러 순위가 잘못되었다는 내용을 확인한 적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순위 조작되었다는 내용이 허위일 수 있다는 사정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보아 이런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실제로 A씨가 게시물을 작성한 이후에 베스트셀러의 순위 산정방식이 바뀌기도 했고 고의 정도가 비교적 약한편이라는 점을 감안해 벌금 3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대법원 2018. 12. 28 선고 2018도14171 판결). 선고유예란 경미한 범죄에 대하여 일정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을 사고 없이 지내면 선고를 면제해주는 제도입니다.

 

사이버명예훼손죄는 법적 처벌 한도로 보면 일반 명예훼손죄보다 중하게 처벌하고, 허위의 사실을 게시하면 더 중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인터넷상에서 다른 사람의 사회적 명예를 훼손할 수 있을 만한 허위의 사실을 게시하기 전에, 그 내용이 허위일 수도 있다는 사정을 고려해보고 사실 여부를 확인해보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나단경 변호사는 임대차, 이혼, 사기 등 누구나 겪게 되는 일상 속의 사건들을 주로 맡습니다. 억울함과 부당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는 것이 변호사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나만큼 당신을 생각하는 '나단경 법률사무소'를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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