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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해운업이 여기서 사느냐 죽느냐가 1~2년 이내에 결판난다."
117조 규모 해운산업의 전방산업인 해운업이 한진해운 파산 2년 만에 생사의 기로에 섰다. 출혈경쟁을 벌여 한진해운 파산에 일조한 해외 거대 해운동맹의 선사들이 내년 동아시아에 진출한다. 출혈경쟁이 심화돼 국내 해운사들이 고사하고, 시장이 잠식될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물가폭등은 물론 경제주권까지 흔들 위기가 물밑에서 다가오고 있다. '대한민국 해운참사, 내일은 괜찮습니까'가 던지는 경고 메시지다.
저자인 김용준 변호사(45·사법연수원 39기·법학박사)는 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정책자문위원, 태스크포스(TF) 위원으로 활동 중인 해상 전문 변호사다. 김 변호사는 이 책에서 한진해운 파산의 근본 원인을 처음으로 집중 조명했다. 파산 당시 한진해운 경영진의 비리에 시선이 집중된 탓에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이다.
"2자물류 자회사(대기업 물류자회사)가 해운업 몰락의 근본적 원인으로 꼽히게 된 것은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계열사 포함)의 매출액이 30% 이상인 경우 증여세를 부과한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부작용에서 비롯됐다. 대기업 물류자회사가 계열사의 물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중소형 물류회사회사의 물량을 덤핑으로 대거 흡수함으로써 해운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점하게 되면서 국적선사에 대한 불공정행위가 고질적으로 반복됐다."
"그리하여 국내 7대 2자물류 자회사들의 매출은 2000년 기준 3000억원에서 2015년 기준 23조9000억원으로 15년 만에 72배 급성장한 반면 적자운송 등을 강요받은 해운업계는 같은 기간 2.3배 성장하며 매출은 2010년 기준 44조원 규모에서 2017년 기준 28조원 규모로 급감하게 됐다. 결국 2자물류 자회사들의 슈퍼갑질도 한진해운 파산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였다는 게 해운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김 변호사는 해운재건 사업에 실패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를 막으려면 국적선 적취율(국내 화주가 국내선사에 화물을 맡기는 비율)을 끌어올려 해운업계가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수년 내 글로벌 정기선사들은 독과점 체제를 완성할 것이고 10여년이 넘는 출혈경쟁의 보상을 받듯이 운임을 크게 올릴 것이다. 이때 독과점 체제를 견제하며 방패 역할을 할 수 있는 국적 컨테이너선사가 사라질 경우 운임 상승을 방어하기 어렵다. 일례로 출혈경쟁 때문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남미노선에서 철수한 사례를 들 수 있다. 일부 선사들이 남미 노선 서비스를 포기하면서 독과점 체제가 이뤄지자 운임은 2000달러를 넘어서 운임변동성이 10배가 넘는 사태가 벌어졌다."
"2015년 기준 국내 7대 2자물류 자회사들이 일감몰아주기와 덤핑으로 확보한 화물은 전체 컨테이너 수출 물동량의 83%에 이르는 절대적 수치다. 그런데 한국의 국적선 적취율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국적 원양컨테이너선사들의 자국화물 적취율이 13%에 불과하므로, 2자물류 자회사들은 전체 자국물량 중 70% 이상을 외국 컨테이너선사에게 몰아주고 있다는 것이 추론된다.수조원의 혈세가 들어가는 해운재건 정책이 공전을 거듭 중인 이유다. 이것은 일본 컨테이너선사들의 자국화물 적취율이 62%에 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책 후반부에는 세월호 참사의 제도적 원인과 개선방안이 담겼다. 김 변호사가 2015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시작으로 약 4년간 선체조사위원회,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이어가면서 연구한 내용들이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는 원래 선장이 불법 개조된 세월호의 위험성을 선박 소유자에게 여러 차례 보고했지만 선박 소유자는 이윤을 위해 보고를 묵살하고 해고 위협을 하며 선장·선원들에게 계속 운항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이렇게 약 1년간 운항하며 선박 소유자는 29억 6000만원의 초과 이윤을 남겼다. 그런데 선박 소유자가 선박 안전 시정 조치 필요성을 알면서 묵살한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는, 사실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만 적용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었을 뿐이다."
김 변호사는 올해가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국적선 적취율 제고를 위해 2자물류 부담금과 인센티브제를 신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정부의 지원에서 멀어져 있는 근해 연안선사들이 원가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공동운항으로 묶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 해운주권을 지키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2년 정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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