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석으로 석방된 이후 머무르고 있는 논현동 자택./ 사진=뉴스1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석으로 석방되면서 보석보증금이 10억원으로 산정된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보석을 결정할 때 형사소송법 제98조에 나열된 조건 중 하나 이상의 조건을 정해야 한다. 이 조항이 정한 조건으로는 △제때 법원에 출석하고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제출 △제3자의 출석보증서 △주거지 제한 등이 있다. 보석보증금 납입도 이중 하나다.

이중 보석을 청구한 피고인에게 어느 조건을 제시할지는 형사소송법 제99조에 따라 정해진다. 이 조항에 따르면 보석 조건은 범죄내용과 피고인의 전과·성격·환경 등 인적사항, 보유 자산 등을 고려해 정해야 한다. 법원은 피고인의 자력 또는 자산으로 이행할 수 없는 조건은 제시할 수 없다. 이외에 특별히 정해진 고려사항은 없으며, 구체적인 액수 산정은 재판부 재량에 맡겨져 있다.

자신의 재산 상황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논현동 자택이 전부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고(故) 김재정씨 명의로 된 가평 별장과 충북 옥천 토지 모두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이라고 판단했다. 또 조카 명의로 된 부천 공장 부지와 이촌동 상가도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이라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은 보석 보증금을 1억원으로 정해달라고 요청했었다. 법원은 이에 10배에 달하는 10억원으로 액수를 산정했다. '황제보석' 논란에 휩싸였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병 보석을 받을 당시 보석보증금이 10억원으로 정해졌었다.

그러나 법원이 이 전 대통령의 보석을 허가하면서 10억원을 그대로 부담하게 한 것은 아니다. 보석 보험 증권을 제출하는 것으로 10억원 납입을 대신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보석 보험은 보증 보험사가 보석보증금을 대신 내주기로 약정하고 수수료를 받는 상품이다. 보석 허가를 받은 피고인은 보험사에서 보증서를 받아 법원에 내는 것으로 보증금 납입을 갈음할 수 있다. 수수료는 보석 보증금의 1% 선에서 정해진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10억원의 1%인 1000만원을 내면 보증서를 받을 수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10억원 대신 보석 보증 보험 보증서를 제출했으며, 보증서는 법원이 지정한 대로 아들 시형씨가 끊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소송법 제98조에 따르면 보석 보증금은 법원이 지정하는 이가 피고인 대신 낼 수도 있다. 이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측이 보석을 위해 실제로 부담한 금액은 1000만원인 셈이다. 재판부도 이 전 대통령 측의 재산 상황을 고려할 때 1000만원 정도는 즉시 부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가 된다.

만약 이 전 대통령이 보석 조건을 어겨 재구속되면 보험사가 법원에 10억원을 내고, 이 전 대통령 측에 보증금 10억원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하게 된다. 이 전 대통령의 보석 조건은 △논현동 자택으로 주거지 제한 △진료 목적 외 외출 금지 △경찰 감시 △가족·변호인을 제외한 사건 관계자 접견·통신 금지 등이다. 법원은 매주 화요일마다 이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보석 조건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보고를 받고 회의를 통해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