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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2심, 시작 전부터 '코미디'

[the L][서초동살롱] 2심 재판부 구성원 놓고 이념 설전…재판 날짜도 안 나왔는데 법정 밖에서는 이미 '판결 끝'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진=뉴스1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재판을 둘러싸고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 첫 재판 날짜가 잡히지도 않았는데 법정 밖에선 이미 선고까지 다 끝냈다. 

'진보'를 자처하는 쪽에서는 재판장이 '적폐'라서 김 지사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고 한다. '보수' 소리를 듣는 쪽에서는 주심 판사가 '좌파' 성향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서 김 지사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빠져나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결론은 정반대지만 두 주장은 공통점이 있다. 본인들이 원래 하고 싶은 말을 교묘히 앞뒤로 바꿔서 내걸었다는 것이다.

재판장이 적폐라서 김 지사가 또 유죄를 받는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김 지사가 또 유죄 판결을 받으면 재판장이 적폐라는 것이다. 주심 판사가 좌파 성향 모임 출신이라 김 지사가 2심에서 무죄를 받는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김 지사가 2심에서 무죄를 받는다면 이는 주심 판사가 좌파 모임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우리가 주장하는 대로 판결을 내지 않으면 '불복'을 외치겠다는 겁박이다. 이런 주장에 일부 법조인과 학자들까지 동조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이런 종류의 겁박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충분히 비웃음을 샀다. 헌법재판소 밖에서 '태극기부대'가 '탄핵무효'를 외칠 때 여론은 그들을 손가락질했다. 그들이 거리의 노인들이어서, 그들이 몰락한 정권의 지지자여서가 아니다.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사법권을 깔아뭉개자는 그들의 주장이 비상식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비상식은 여전했다. 김 지사가 1심에서 구속되자 지지 세력은 재판장을 적폐로 몰아세우고 신상을 파헤치기 바빴다. 판결문에 대한 비판도 논리와 분석보다는 트집잡기에 치우쳤다.

한 쪽에서는 판결문에 '보인다'라는 표현이 81번이나 나왔다는 점을 문제삼아 재판부가 제멋대로 판결을 끼워맞췄다는 주장을 폈다. 한 때 법복을 입었다는 어떤 이는 재판장을 '양승태 키즈'로 부르면서 '아빠(양승태 전 대법원장)가 구속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때맞춰 검찰이 1심 재판장을 '사법농단' 사건으로 엮어 기소하고, 대법원장이 그를 재판업무에서 배제하면서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재판과 판결은 법률, 논리, 증거 그리고 오랜 심리의 산물이다. 판결을 비판하는 쪽이든 옹호하는 쪽이든 법률과 논리를 들고 나와야지 떼를 써선 안 된다. 떼를 쓴다고 들어줄 수 없고, 들어줘서도 안 된다. 목소리 큰 쪽이 말하는 대로 뒤집히는 것이 재판이라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재판부가 생떼에 휘둘리지 않도록 지켜줘야 할 대법원장은 침묵에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사법과 정의는 어느 때보다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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