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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1개 빌려주면 600만원" 함부로 통장 빌려주면…

[the L] [나단경 변호사의 법률사용설명서]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나보다 당신을 생각하는 나단경변호사의 법률사용설명서입니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이 다양해지고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수법이 다양해지다 보니 검찰을 사칭한 전화로 본인 명의 통장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되었으니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속이며 개인정보를 빼돌리는 수법까지 등장했습니다. 오늘은 나도 모르게 억울하게 보이스피싱 범죄자로 연루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처벌받는지 관련 판례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1. 보이스피싱 범죄의 통장·인출책으로 연루되는 경우를 주의해야 합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범행 과정을 살펴보면 대출 알선 또는 취업 등을 미끼로 범행에 사용할 계좌를 확보한 후, 피해자로부터 이체를 유도하거나 피해자가 알려준 개인정보로 공인인증서 등을 재발급받아 직접 이체하여 출금하여 현금화하는 방식 등을 사용합니다. 또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그 특성상 단순히 한두 명이 범죄를 모의하고 실행하는 것이 아니고, 수십 명의 사람이 상담책, 통장·인출 모집책, 환전·송금책, 중간관리책, 총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조직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국내에서 가장 흔하게 형사범죄로 문제가 되는 사례는 보이스피싱에 통장·인출책으로 연루되는 상황입니다.

 

사기범들은 범행에 사용할 계좌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거짓 모집광고를 다수 활용합니다. 주류회사 등을 사칭하여 회사의 매출을 줄여 세금을 절감할 목적이라며 통장을 양도하면 월 최대 6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사례, 구직사이트에 구인광고를 게시하고 지원자들에게 채용이 마감되었는데 다른 아르바이트를 소개하겠다면서 통장을 제공하면 1일당 1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사례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광고에 현혹되어 계좌번호나 통장, 체크카드 등을 제공하면 타인에게 통장을 빌려준 것만으로도 처벌받으며, 최악의 경우에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2. 어떠한 경우에도 타인에게 통장을 양도하는 행위는 일절 금지되어 있습니다.

 

우선 전자금융거래법상 통장, 체크카드 등을 빌린 사람은 물론 빌려주거나, 보관, 전달, 유통한 사람도 모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에 벌금에 처하고 있습니다(전자금융거래법 제29조 제4항 제2호). 따라서 보이스피싱에 사용되는 것임을 알고 있었거나, 도박에 사용되는 것으로 생각했거나, 주류회사 등의 세금 감면을 돕는다고 생각했거나 어떠한 경우에도 타인에게 통장을 넘겨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형사처분의 대상이 됩니다.

 

형사처분과 더불어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금융기관에서 거래정지 조처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대포통장을 거래하거나 대출사기를 저지른 자들은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금융회사에 등록되고 그 정보가 금융회사 간 거래됩니다.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등록되면 신규 대출이 거절되고 신규 계좌 개설 및 보험가입이 거절될 수 있고, 신용카드 한도가 축소되거나 이용이 정지되는 등 최장 12년 동안 금융거래 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3. 통장 등을 대여해주면서 보이스피싱에 사용되는 것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보이스피싱의 공범으로 처벌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보이스피싱의 통장·인출 모집책으로 연루되어 재판을 받는 경우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다 아르바이트로 예금 인출 등만을 한 것이라고 하면서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매우 억울할 수 있지만 보이스피싱에 사용될 것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타인에게 통장을 넘겨주거나 빌려준 경우에는 형사처분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대포통장이 사용되는 범죄에서 고의의 본질적 요소란 그 죄명이 무엇이든 간에 결국 ‘불법적인 자금의 송금 및 인출’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자신이 양도하는 대포통장으로‘불법적인 자금의 송금 및 인출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이상 보이스피싱 (사기나 공갈) 범죄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4.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송금받은 돈을 인출하는 경우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송금받은 돈을 함부로 인출하고 사용한 경우에 횡령죄가 되는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습니다. 사안은 A씨가 B씨로부터 통장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거래내역을 만들어서 신용도를 올려주고 1,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에 응하여 B씨에게 자신의 계좌번호를 알려준 사안이었습니다. 그 계좌는 보이스피싱에 이용되었고 피해자가 해당 계좌로 120만원을 입금했습니다. A씨는 이 돈을 인출해 본인의 사무실 임대료로 납부하고 사용해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원심은 “범인이 피해자의 돈을 보유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피해자와 사이에 어떠한 위탁 또는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는 이상 피해자의 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으며, 나아가 그 후에 범인이 사기이용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미 성립한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위와 같은 인출행위는 사기의 피해자에 대하여 따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횡령죄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8. 7 .13. 선고 2018노512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입장을 바꾸어 “계좌명의인이 개설한 예금계좌가 사기 범행에 이용되어 그 계좌에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이체한 경우 계좌명의인은 피해자와 사이에 아무런 법률관계 없이 송금․이체된 사기피해금을 피해자에게 반환하여야 하므로 피해자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만약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고 보아 횡령죄의 유죄를 선고했습니다(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8도12199 판결).

 

즉 우리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자신의 계좌을 제공한 후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자신의 계좌로 송금받은 돈을 임의로 인출한 경우에, 예금명의자는 피해자를 위해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별개의 횡령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결국 스스로 자신의 통장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거나 빌려주는 경우 수사기관에 결백을 밝히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통장과 보안카드, OTP카드 등 개인 금융정보를 철저하게 관리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한편, 통장 등을 빌려주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나단경 변호사는 임대차, 이혼, 사기 등 누구나 겪게 되는 일상 속의 사건들을 주로 맡습니다. 억울함과 부당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는 것이 변호사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나만큼 당신을 생각하는 '나단경 법률사무소'를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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