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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한 달 근무하고 3년 경력 사칭해 취업하면?

[the L][박윤정의 참 쉬운 노동법 이야기]경력사칭과 근로계약 취소의 소급효 제한

편집자주다년간의 노동 사건 상담 및 송무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법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이 사례는 대법원 2017.12.22. 선고 2013다25194(본소), 25200(반소) 판결의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일부 각색된 것입니다.]

백화점에서 의류 판매점을 운영하는 甲주식회사는 2010.6.경 채용공고를 보고 찾아온 乙로부터 A, B백화점 의류 판매점 매니저로 총 약 3년을 근무한 경력이 기재된 이력서를 제출받았습니다. 이력서의 기재를 그대로 믿은 甲주식회사는 다음 달인 2010.7. 乙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C백화점 판매 매니저로 근무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채용 후 불과 두 달이 지난 2010.9경 甲주식회사는 근로자 乙의 경력 기재 중 A백화점 근무 경력은 허위이고 B백화점 근무 경력은 실제 1개월에 불과한데도 1년 8개월로 부풀려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에 甲주식회사는 같은 달 근로자 乙에게 구두로 그 달 말일까지만 근무할 것을 통보했습니다. 근로자 乙은 이에 반발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노동위원회와 법원을 거친 2년 간의 다툼 끝에 부당해고임이 확정됐습니다. 甲주식회사는 부당해고 소송 진행 중인 2012.5.9. 근로계약을 취소한다는 통보를 乙에게 했습니다. 

- 甲주식회사가 乙에게 구두로 한 해고 통보는 적법할까요?

▶ 그렇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며, 이를 위반한 해고는 효력이 없습니다(근로기준법 제27조 제1,2항). 따라서 구두로 이뤄진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하며 사용자는 부당해고 기간 중의 임금을 모두 지급해야 합니다. 

- 甲주식회사는 乙의 경력사칭을 이유로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있을까요?

▶ 가능합니다. 사용자는 업무와 관련된 학력이나 경력, 자격증 소지 여부 등에 관해 근로자에게 질문할 권리가 있고, 근로자는 이러한 사용자의 질문에 진실되게 고지할 의무가 있습니다(물론 이러한 근로자의 진실고지의무는 사용자의 ‘업무와 관련된’ ‘정당한’ 질문에 대한 것에 한합니다). 

그런데 근로자가 이에 대해 허위로 고지했다면 근로계약도 계약인 이상 민법상 취소법리가 적용돼 계약체결에 관한 당사자의 의사표시 하자를 이유로 취소가 가능하다는 것이 최근 판례의 입장입니다(대법원 2013다25194, 25200 판결).

즉, ‘사용자가 근로자를 고용할 때 근로자의 경력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에 대한 노동력의 평가, 노동조건의 결정, 노무 관리 및 적정 인력 배치 등을 위한 판단자료와 근로자의 직장에 대한 정착성, 기업질서 및 기업규범 등에 대한 적응성 등에 관한 인격조사자료로 삼음으로써 노사 간의 신뢰관계 설정이나 기업질서의 유지·안정을 도모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근로자의 경력 허위기재는 근로계약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용자가 사전에 경력이 허위임을 알았더라면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걸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는 근로계약 취소의 의사표시를 통해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고, 사안에서 乙은 고작 1개월의 근무 경력이 있을 뿐임에도 두 곳의 백화점에서 총 3년간 같은 일을 해왔다고 사칭했고, 경력자를 채용하고자 했던 甲의 입장에서는 乙의 이러한 경력 기재가 허위임을 알았더라면 고용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므로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 근로계약을 취소하면 취소 통보 이전까지의 임금은 줘야 하나요?

▶ 그렇습니다. 본래 민법에 따른 계약 취소의 경우 소급효가 인정돼 처음부터 계약이 없었던 것이 되므로 부당이득의 법리에 따라 당사자는 모두 지급받은 것을 돌려줘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근로자와 사용자 간에 이익 반환에 관한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고 이미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게 심히 부당한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위 판례는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근로계약에 따라 그 동안 행해진 근로자의 노무제공 효과를 소급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이미 제공된 근로자의 노무를 기초로 형성된 취소 이전의 법률관계까지 효력을 잃는다고 봐서는 안되고 취소 의사표시 이후 장래에 관해서만 근로계약의 효력이 소멸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취소 의사표시 이전의 법률관계는 그대로 유효하므로 임금은 지급해야 합니다.  

문제는 사례와 같이 근로계약 취소의 의사표시 이전에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부당해고 기간(2010.10.부터 2012.5.까지)이 있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도 근로계약 취소의 소급효가 제한돼 사용자가 그 기간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지에 대해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그럴 필요 없다고 했으나 대법원은 역시 소급효가 제한되므로 부당해고 기간의 임금 역시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하며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따라서 甲주식회사는 乙에게 부당해고 기간을 포함해 근로계약 취소의 의사표시를 하기 전까지 총 1년 8개월 간의 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1. 논란은 있으나 근로계약 취소에는 근로기준법 상의 해고제한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면, 사용자는 근로계약 취소를 통해 해고보다 더 쉬운 방법으로 근로계약을 종료시킬 수 있습니다.
*2. 실제 사례에서 甲주식회사는 해고 절차규정을 위반해 해고통보를 했고, 부당해고로 확인된 기간 이후에 근로계약 취소의 의사표시를 하는 바람에 乙이 근로제공을 하지 않은 2010.10.부터 취소의 의사표시가 乙에게 도달한 2012.5.까지 총 약 1년 8개월치의 임금을 모두 지급하게 됐습니다. 만약 甲주식회사가 2010.9. 당시 해고가 아닌 근로계약 취소를 통보했다면 무려 1년 8개월치의 임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됐을 겁니다. 
*3. 그러나 근로계약 체결 직후 경력 기재 상의 중대한 허위가 발각돼 실제 근로제공은 두 달 밖에 하지 않은 판례 사례와는 달리, 경력의 과장 정도가 미미하고 실제 근무기간이 상당히 장기인데다 그 동안 문제없이 성실하게 근로를 제공해왔다면 법원이 ‘하자가 치유됐거나 계약 취소가 부당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해 취소가 제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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