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검찰청은 14일 오전 이덕선 전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의 자택과 유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사진은 이덕선 전 이사장의 경기도 화성시 동탄 유치원의 모습./뉴스1

개학연기 투쟁을 주도한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이사장의 자택과 유치원을 전격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검찰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수사에는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공정거래법 위반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기려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 검찰 고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1일 법조계와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최근 한유총 본부와 지역 본부에 대한 현장조사를 마치고 관련 자료를 검토 중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과 관련한 조사권과 고발권을 갖고 있다. 공정위가 조사결과에 따라 검찰에 고발하지 않으면 검찰은 사건 수사를 할 수가 없다. 이른바 '전속고발권' 제도다. 정부와 여당은 사회적인 부작용이 큰 가격담합·입찰담합 등 4가지 관련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실제로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수현)가 지난 14일 압수수색을 통해 들여다 본 건 시민단체가 고발한 이 전 이사장의 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 여부다. 

한유총 사건의 핵심인 회원들에게 개학연기를 강요했는지의 여부는 공정거래법 제26조(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와 관련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를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검찰이 이사장 횡령 등 다른 건과 관련해 수사한 결과를 공정위와 공유하면서 고발요청을 독려할 수는 있다.

공정거래법 제26조 1항(사업자단체 금지행위)은 '사업자단체는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 또는 사업내용을 방해하거나 제한함으로써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에 의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는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유총이 소속 유치원들에 개학 연기를 강제했다면 이 조항 위반에 해당한다.

한유총은 회계시스템 에듀파인 사용을 강제하는 교육부 시행령에 반대하는 총궐기대회를 열고 소속 유치원들에게 벌금을 걷겠다며 강제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 개학 연기에 동참하지 않는 유치원에 대해서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도 보냈다고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한유총의 개학연기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유형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담합(공정거래법 19조) 혐의도 함께 적용될 거라는 전망이다.

백광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협회가 힘이 얼마나 센 지, 구성원을 개학 연기에 강제적으로 동참시켰는지를 공정위가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공문을 돌려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 자료나 의사 전달 방식, 평상시 회원 개인에 미치는 영향력 등이 입증의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