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랙리스트 문건 의혹을 받고 있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구속의 갈림길에 놓였다. 김 전장관의 구속 여부에 '윗선'을 규명하려는 검찰 수사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장관은 25일 오전 10시15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지법에 출석했다.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선 김 전 장관은 '어떤 부분을 소명할 계획인지'라는 질문에 "최선을 다해 소명하고 재판부 판단 맡기겠다"고 말했다. '표적감사 지시 한 적 없다는 입장인지',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지시받은 게 있나'라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빠르게 조사실로 들어갔다.

영장실질심사는 박정길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다. 영장 발부여부는 이르면 이날 늦은 밤 결정될 전망이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2월 환경부 산하기관의 임원들의 임기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일괄 사표제출이나 표적감사 등의 압박을 통해 임원 교체 과정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다. 또 지난 정부에서 임용된 한국환경공단 등 환경부 산하기관 임직원을 내보내기 위해 일명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표적 감사에 관여한 혐의도 있다.

이날 영장실질 심사에서는 직권남용 권리행사·업무방해 혐의 등을 두고 김 전 장관 측과 검찰이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김 전 장관은 현 정부 임명 장관 중 '구속 1호'가 되는 불명예를 앉게 된다.

김 전 장관의 구속 여부는 청와대를 향하고 있는 검찰의 윗선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 전 장관이 구속되면 청와대 인사수석실을 비롯해 청와대 관계자들의 소환 조사까지 이뤄질 수 있다. 현재 검찰은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채용시 청와대와 환경부 사이 특정 후보자와 관련해 연락을 주고받은 흔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김 전장관과 청와대 관계자를 향한 검찰의 깊이 있는 수사도 사실상 힘들어질 전망이다. 앞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주진우 부장검사)는 지난 22일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등 2가지 혐의로 김 전장관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올 1월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장관 보고용 폴더'를 발견했다.

폴더에는 한국환경공단 임원들의 개인 비위·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등이 담긴 문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환경공단 임원의 사퇴 여부를 다룬 문건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 1월 김 전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 달 초 소환 조사했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의혹을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달 김 전 장관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김 전 수사관은 지난해 11월14일 비위 의혹을 받고 청와대 특감반에서 검찰로 복귀 조치된 뒤 "청와대 윗선에서 민간인 사찰 지시가 있었다"며 청와대를 상대로 폭로전을 폈다.

자유한국당도 지난해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