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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지막 대검 중수부장 '김경수', "대통령이 검찰을 좀 더 자유롭게 놔줘야"

[the L]전직 대통령 수사 맡았던 전 고검장, 초대 공수처장 거론…"검찰개혁 핵심은 인사권" 강조


김경수 율촌 변호사, 로앤피플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의 시급성이 다시 확인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버닝썬', 김학의, 장자연 사건에 대해 검경의 '결자해지'를 강조한 지 일주일만에 "특권층의 불법 행위와 외압에 의한 부실 수사, 권력의 비호 은폐 의혹 사건에 대한 국민 분노가 매우 높다"며 공수처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 후 여권을 중심으로 공수처 설치를 위한 입법에 다시 강한 드라이브가 걸린 상태다. 여론조사에서도 공수처 설치 찬성 의견은 60%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 '권력형 비리'에 대해 검찰을 비롯한 수사 기관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던 데 대한 공감대가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다.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종국엔 권력층 비리를 주로 수사하는 '특별수사'를 타깃으로 삼는다. 검찰 특별수사는 거악(巨惡)과 싸운다는 명목하에 '죽은 권력에는 가혹할 만큼 엄정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에는 무너져 내리듯이 관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검찰의 대표적인 '특수통'이었던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은 4일 머니투데이 더엘(theL)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 설치가 거론되는 것은 결국 검찰이 그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며 "검찰간부를 지낸 사람으로서 참 송구한 마음"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2015년 대구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나 3년간 개인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지난 1월 법무법인 율촌으로 자리를 옮겼다. 검찰 인사 때마다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등 끊임없이 하마평에 올랐다. 최근엔 초대 공수처장으로 거론되며 세간의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전 고검장은 "검찰 안에 있을 때는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데 왜 검찰이 비난을 받고 개혁의 대상이 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기본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고 잘못이 있는 사람을 처벌하는 일의 속성상 도덕적으로 월등한 우월성을 갖지 못하면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더구나 자신의 권한확대나 편의를 위해 권력이나 금력과 결탁한 잘못된 역사를 갖고 있다"며 "스스로 변화하지 못하면 변화를 강요당할 수밖에 없듯이 검찰은 외부의 힘에 의해 변화를 강요받고 있는 상황에 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의 변화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문재인정부가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는 공수처 설치나 검경 수사권 조정 역시 일정 부분 제도적인 변화에 발맞춰 논의될 필요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개혁이 단순히 제도적인 측면만으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김 전 고검장의 지론이다. 

◇"검찰개혁 핵심은 인사권…제도 변화만으론 안돼"

김 전 고검장은 "검찰개혁의 핵심은 인사권이다. 그것만 잘되면 제도가 바뀌지 않아도 절반 이상 확 바뀐다"고 강조했다.

그는 "권력이 늘 검찰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데서 모순이 생긴다"며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 등 검찰의 독립, 수사의 독립을 지켜야하는 사람도 물론 열심히 지켜야 하지만 권한을 배분하는 대통령이 검찰을 좀더 자유롭게 놔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수처가 일정 부분 검찰을 견제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인사권이 대통령에 종속되는 한 이 같은 견제와 균형의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 내용에 대해 조금 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검사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기능을 제한하는 것은 검찰이나 법원의 인권옹호적 기능이나 우리 사법체계에 맞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독일연방법무부에서 파견 근무했을 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수사지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전 고검장은 "독일에서는 경찰조직의 신뢰도가 판사나 검사보다 높지만 신뢰의 문제를 떠나 사법체계상 수사통제기능의 필요성 때문에 검사의 수사지휘를 인정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특별수사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총량은 줄이되 범죄정보의 수집과 검증을 고도화해 고품격의 정제된 수사를 해야 한다"며 무조건 특별수사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과는 다른 의견을 내보였다. 그는 "대한민국이 오늘날의 경제적 번영과 정치적 발전을 이룩한 데에는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밤을 새워가며 땀 흘린 수많은 검사와 검찰수사관들의 노고가 있었다"며 '특수부' 검사들을 향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검찰의 '특별수사'는 시대적 과제였으며 검찰은 시대적 사명에 충실했다는 설명이다.


김경수 율촌 변호사, 로앤피플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김 전 고검장은 28년간 검찰에서 특수 사건을 주로 맡으며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비자금, 한보그룹 비리, '이용호 게이트', 고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 아들 비리 등 굵직한 대형 사건을 수사했다. 201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 중수부장으로 이름을 남겼다.

김 전 고검장은 "평검사 시절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두 분을 직접 조사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으로서 막강한 권력과 대단한 권위를 가졌던 분들이 수의를 입은 모습을 보고 권력과 인생의 무상함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전직 대통령 관련 수사는 한 차례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김현철씨 사건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김홍업씨 등 대통령의 아들 사건들이 그의 손에 맡겨졌다. 뒤이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씨 등 대통령의 '형님'들을 수사해야 했다.

그는 "세월이 가고 정권이 바뀌니까 주기적으로 전직 대통령 관련 사건들이 오더라"며 "검찰을 떠난 지금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아직도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 드라이브 건 수사, 선배들이 수사 독립성 지켜줘야"

아울러 "누구도 예외일 수 없으니 권력을 가진 동안 겸손해야 한다"며 '국정농단' 수사와 '사법농단' 수사 등 전 정권과 외부 권력 기관을 향해 칼을 휘두른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검찰에 대해서도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 전 고검장은 "지금은 검찰의 역할이 확대돼 보이고, 검찰의 힘이 넘쳐나는 것 같기도 하다"며 "양날의 칼을 머리에 이고 곡예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칼날이 언제 부메랑으로 돌아와 검찰 스스로를 찌를지 모른다"고 말했다. 


특히 "대형 수사를 하다보면 수사에 몰입한 검사나 수사관들은 자신들이 어디에 와 있는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며 "대통령이 나서서 드라이브를 건 사건들은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이 매우 중요한데 그럴수록 수사 독립성이나 공정성을 지킬 수 있도록 검찰 간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와 달리 외압의 형태를 갖추지는 않았지만 수사에 직간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들에 대해 경계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 중인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과정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 심사 직전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페이스북에 과거 정부의 검찰 행태를 비교하며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으며 영상전담판사는 이례적으로 영장을 기각하면서 수사의 부적절성을 지적해 논란을 낳았다.

김 전 고검장은 "과거와 같이 노골적인 외압은 사라졌다고 본다"면서 "다만 '형평'이라는 잣대로 사실상의 압력이 될 수 있는데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검찰 수뇌부나 선배들이 더욱 지혜롭게 판단하고 용기있게 후배들을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을 재수사하기 위해 출범한 검찰의 특별수사단에 대해서도 한편으론 걱정이, 다른 한편으론 기대가 나뉜다.

김 전 고검장은 "두 번의 수사를 했는데도 불신을 받으니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내부나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책임 있는 수사를 하기 위해 특별수사단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사책임자인 여환섭 검사장에 대해 "평검사때부터 수사경험이 많고 수사도 참 잘했다. 성격도 신중하고 치밀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검찰 선배들을 수사해야 하니 참 악역"이라며 "본인은 하고 싶지 않겠지만 어쩌겠나. 여 검사장이 못해내면 누가해도 못 하는 것"이라고 격려했다.

김 전 고검장은 변호사 생활을 통해 검사 때보다 더욱 유연한 사고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접근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율촌에 와서 다른 변호사들과 함께 일하면서 새삼 놀란 것도 있다. 변호사들의 전문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그는 "전문성 측면에서 변호사들에 비해 검사들이 부족한 점이 있다"며 "검찰 조직이 검사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검사 시절에는 일 때문에 뒤로 미뤘던 가정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다. 동물병원협회 고문변호사를 맡으면서 생명에 대한 배려가 우리 사회에 더 많이 전파될 필요성이 있다고 느껴 이와 관련한 역할도 고민하고 있다.

김 전 고검장은 "동물에 대한 배려가 결국 생명에 대한 배려"라며 "생명을 경시하는 것이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생명을 대하는 것이 그 나라의 문화, 개인 인격 척도가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때 가족이나 가정보다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가정의 평안과 행복이 인생에서 일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검찰 선배나 동료 중에 재직 중이나 퇴직 후에 불행한 일을 당하는 분들이 참 많은데 저는 30년 가까이 감사하게도 공직생활을 할 수 있었다"며 "더 욕심 낼 게 없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웃었다.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1960년생 경남 진주 출신으로 진주고, 연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5년 사법시험 합격해 사법연수원 17기로 수료했다. 1988년 춘천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서울중앙지검 특수1·2부 검사 및 부부장검사, 특수2부 부장검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등으로 경제 범죄나 부패 범죄 수사를 주로 담당했다. 대구 고검장을 끝으로 2015년 검찰 생활을 마무리하고 개인 법률사무소를 열어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1월부터 법무법인 율촌으로 자리를 옮겨 형사사건, 증권금융 분쟁, 건설부동산 분쟁 등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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