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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판례氏] 온실가스 배출권 팔아도 세금 내나요

[the L] 대법 "당장의 수요·이용방법 없어도 정부가 감축실적 구매했다면 가액만큼 재산적 가치 인정 가능"

지난해 3월 8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토론회’에서 오형나 경희대학교 교수가 ‘배출권거래제 1기 평가 및 개선 과제’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물건을 살 때마다 소비자가 내는 세금이 있다. 바로 부가가치세다. 물건값의 10%에 해당하는 세금이 자동으로 붙는다. 물건값에 으레 포함돼 있는 세금이지만 소비자로서는 본인이 내는지도 잘 모르는 세금이기도 하다.

부가가치세는 판매자가 한꺼번에 일괄해서 정리해서 세무서에 신고하고 납부한다. 부가가치세가 제대로 신고되지 않으면 일단 소비자가 낸 세금이 당국에 제대로 걷히지 않는다는 문제가 생긴다. 그뿐만 아니라 판매자가 자신이 내야 할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서 부가가치세를 축소하기도 한다. 부가가치세를 덜 내면서 자신의 매출도 실제보다 적은 것처럼 조작하는 등 방식이 동원되기도 한다. 이 같은 이유로 과세당국이 꼼꼼하게 살펴보는 세목이 바로 부가가치세다.

부가가치세법은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는 판매자에게 일정 요건에 맞춰 일괄해서 신고·납부 의무를 부여한다. 그런데 때로는 판매자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건네고 돈을 받은 행위에 대해 '재화나 용역의 공급'인지 여부가 문제가 될 때가 있다. 재화나 용역의 공급으로 인정되면 판매자에게 부가가치세 신고·납부 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실제 소송에서도 이 부분이 치열하게 다퉈진다.

온실가스 배출권 감축사업에 참가한 한 기업에게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환경보전을 위해 기업이 기술과 자원 등을 투입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 그 '감축 실적'을 정부기관이 돈을 주고 사들였는데 이 과정에서 세금이 부과된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실적의 판매가 부가가치세 신고·납부 의무사항인지 여부를 다툰 판례(2018년 4월12일 선고, 대법원 2017두65524)를 소개한다.

롯데케미칼은 2010년부터 이듬해까지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한국에너지공단에 판매해 9억8500여만원을 수령했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은 공단에 이 수령액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도 않았고, 감축실적 판매대가를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서도 제외했다. 이에 과세당국은 "공단에 감축실적을 판매한 것은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의 공급'에 해당한다"며 매출세액과 가산세를 더해 1억6500만원의 세금을 부과했고 롯데케미칼이 이 같은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롯데케미칼은 "감축실적은 정부가 구매하는 것 외에는 실제 시장에서 거래된 적이 없어서 교환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 명목상 실적에 불과해 현실적 이용가치도 없어서 부가가치세법상 '재화'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롯데케미칼과 공단 사이의 거래의 실질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공단이 지급한 금액은 감축실적의 이전과 대가 관계가 없는, 국고 보조금에 해당하므로 부가가치세 과세 표준에 포함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정부로부터 온실가스 배출 감축사업 위탁을 받은 공단은 롯데케미칼에 '정부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은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세금계산서를 교부하지도,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하지도 않았다"며 "과세당국이 이같은 신뢰이익을 침해하면서까지 이번 처분을 내린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은 법원에서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법령 등의 규제가 없다면 사업자들은 온실가스를 자유롭게 배출할 수 있고 이 경우 온실가스 배출권 자체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법령 등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이 규제된다면 그 규제를 벗어날 수 있는 권리로서 온실가스 배출권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재산적 가치는 기본적으로 법령이나 정부정책 등에 따라 창설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민간 사업자들 사이에 실제 감축실적의 거래가 없었다거나 정부가 감축실적을 해외로 판매한 사실이 없다더라도 향후 감축실적을 필요로 하는 사업자가 생겨날 수 있음이 예상되거나 향후 감축실적이 배출권 할당량 증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당장의 수요나 이용방법이 없다고 해서 감축실적의 재산적 가치를 부인할 수 없다"고 봤다. '감축실적을 재화로 볼 수 없다'는 롯데케미칼 측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감축실적은 장래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일정한 재산적 가치를 지니고 있고 사업자가 정부에 감축실적을 판매한 경우 그 감축실적은 정부에 귀속돼 사업자는 더 이상 해당 감축실적을 판매·이용할 수 없는 점, 정부가 지급하는 돈은 감축실적의 양에 비례하고 그 지급 단가는 국제 시세의 가격변동률 등에 따라 정해지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지급금은 사업자가 정부에 감축실적을 공급한 대가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감축사업의 조성 및 재정상 원조라고 보기는 어렵다. 부가가치세 과세 표준에 포함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공단은 부가가치세 과세에 대한 권한이 있는 기관이 아니다. 공단의 견해를 신뢰한 원고에게 귀책사유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주관부처 역시 감축실적의 판매가 부가가치세 과세대상 재화의 공급인지에 관하여 적법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가산세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가산세 7200여만원의 부과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롯데케미칼은 2심에서도 패소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3심에서도 결론이 바뀌지 않았다. 감축실적이 재화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부분에서부터 감축실적 공급 후 롯데케미칼이 받은 돈이 보조금인지 판매대금인지 여부, '감축실적이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이 아니다'라는 공단의 견해를 신뢰했다면 부가가치세 신고·납부 의무가 면제된다고 봐야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 모두에서 롯데케미칼 주장은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대법원은 가산세 부과처분 취소에 불복한 과세당국의 상고 역시 받아들이지 않고 원심을 확정했다.

◇관련조항
부가가치세법
제4조(과세대상) 부가가치세는 다음 각 호의 거래에 대하여 과세한다.
1. 사업자가 행하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
2. 재화의 수입

부가가치세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재화"란 재산 가치가 있는 물건 및 권리를 말한다. 물건과 권리의 범위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2. "용역"이란 재화 외에 재산 가치가 있는 모든 역무(역무)와 그 밖의 행위를 말한다. 용역의 범위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3. "사업자"란 사업 목적이 영리이든 비영리이든 관계없이 사업상 독립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를 말한다.
4. "간이과세자"(간이과세자)란 제61조제1항에 따라 직전 연도의 공급대가의 합계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에 미달하는 사업자로서, 제7장에 따라 간편한 절차로 부가가치세를 신고ㆍ납부하는 개인사업자를 말한다.
5. "일반과세자"란 간이과세자가 아닌 사업자를 말한다.
6. "과세사업"이란 부가가치세가 과세되는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을 말한다.
7. "면세사업"이란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을 말한다.
8. "비거주자"란 「소득세법」 제1조의2제1항제2호에 따른 비거주자를 말한다.
9. "외국법인"이란 「법인세법」 제2조제3호에 따른 외국법인을 말한다.

부가가치세법
제9조(재화의 공급)
① 재화의 공급은 계약상 또는 법률상의 모든 원인에 따라 재화를 인도(인도)하거나 양도(양도)하는 것으로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재화의 공급의 범위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2조(재화의 범위)
① 「부가가치세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2조제1호의 물건은 다음 각 호의 것으로 한다.
1. 상품, 제품, 원료, 기계, 건물 등 모든 유체물(유체물)
2. 전기, 가스, 열 등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
② 법 제2조제1호의 권리는 광업권, 특허권, 저작권 등 제1항에 따른 물건 외에 재산적 가치가 있는 모든 것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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