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오른쪽 끝)이 16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해 오전 공판을 마친 후 정회되자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세월호 참사 5주기인 16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업무방해 혐의 공판이 열렸다. 재판에 넘겨진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안종범 전 경제수석비서관, 조윤선 전 정무수석비서관이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민철기)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실장, 안 전수석, 조 전수석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공판에는 이 전실장 등 3명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윤학배 전 해수부 차관도 참석했다.

증인신문에서 이 전실장 등 3명은 이날 검찰 측이 증거로 제시한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실수비)의 결과보고서'와 강용석 당시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업무수첩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 전실장은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차단할 것을 지시했냐'는 검찰의 질문에 "오래된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홍남기 당시 기록비서관(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대통령에게 올리는 문건은 강한 단어를 사용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에게 보고할 때 대응이라는 단어만 반복할 수 없으니 (홍 비서관이)차단이라는 강한 표현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증거로 제시된 실수비 보고서에는 '세월호 특조위에서 사고 당일 VIP 행적을 전원위원회(11.16)에 조사 안건으로 상정·채택을 시도하려고 하니 해수부가 책임지고 대응 및 제어할 것', '해수부가 책임지고 차단할 것' 등 내용이 담겼다.

안 전수석과 조 전수석도 시종일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검찰은 안 전수석 증인심문 때 강 행정관의 업무수첩 원본을 증거자료로 제시했다. 공개된 수첩에는 '8월2일 경제수석 회의 세월호 특조위 활동에 대한 대응방안'. '거버넌스 문제', '콘트롤 해야하지 않은가', '시스템적으로 정리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안 전수석은 '직접 지시한 것 아니냐'는 검찰의 질문에 "여러번 말했지만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며 "평상시에 의도적으로 영어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세월호 특조위 관련해 단한번도 보고한 적도 없고 대통령이 물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조 전수석도 '실수비 회의' 내용을 묻는 검찰의 질문에 "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세월호 5주기를 맞아 이날 공판에는 평소와 달리 취재진 30여명과 관계자들이 방청석에 앉았다. 피고인들은 이날 오전 법원 앞에서 기다리는 취재진을 피해 법정에 들어왔다.

지난해 3월14일 시작해 이날로 35번째 공판을 진행한 세월호 특조위 업무방해 재판은 조만간 마무리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이날 "다음 기일이나 그 다음 기일에 최후 변론을 진행하는 것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