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과거사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는 정한중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장 대행/사진제공=뉴시스

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홍만표 변호사 사건으로 불거진 이른바 '몰래 변론'이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변론제도 개선과 연루자 징계 강화 등을 권고했다. 몰래 변론이란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채 수사나 내사 중인 형사사건 무마 등을 조건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는 관행으로, 전관예우의 대표적 유형이자 법조계의 고질적 병폐로 꼽혀왔다.

검찰 과거사 위원회(위원장 김갑배, 이하 위원회)는 지난 15일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이하 조사단)으로부터 '선임계 미제출 변론(몰래 변론)사건'의 최종 조사결과를 보고 받고 이를 심의했다고 17일 밝혔다. 조사단은 '정운호 상습도박 사건'에 대한 홍만표 변호사 등 최근 10년간의 몰래 변론 정황을 보고했다.

조사단은 2018년 11월 12일 몰래 변론 사건이 조사 대상으로 결정된 이후 관련 수사 및 공판기록을 검토하고 대한변호사협회의 전관 변호사 징계 자료, 서울중앙지검 사건 처분 자료, 관련 논문, 언론 기사 등을 검토했다. 특히 선임계를 내지 않고 정운호 상습도박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와 부적절한 접촉을 하며 몰래 변론을 한 혐의로 기소된 홍만표 변호사 사건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조사 결과 과거사위는 몰래 변론이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최근 10년간(2009~2018) 대한변호사협회의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 몰래 변론 징계처분 내역을 조사한 결과 총 126건이 접수됐고 그 중 55명(66건)의 전관 변호사가 징계 저분 받았다고 밝혔다. 55명 중 58명이 과태료 처분·견책 등 약한 처벌에 해당됐다.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과태료 처분 사례에서도 '전화 변론' 등 몰래 변론으로 수사 실무자나 지휘라인에 영향력을 미치는 전관 변호사는 검찰 고위직 출신이 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과거사위는 홍만표 변호사의 몰래 변론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홍만표 변호사는 선임계 제출 없이 정운호 상습도박 사건의 지휘라인에 있던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직접 만나 희망사항을 전달했고 2015년 8월부터 약 2개월간 18차례나 통신을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외에 홍만표 변호사는 정운호가 도박혐의를 부인해도 검찰이 인정해줄 만한 논리를 개발하는 등 몰래 변론을 했고 정운호 상습도박 사건에서 3억원의 선임료를 약정·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위원회는 조사결과 검찰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들의 몰래 변론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현행 검찰의 형사사건 변론기록 제도 개선(변론 기록 시스템 개발·개인연락처 등 변론 기록 명시) △몰래 변론 연루 검사(몰래 변론 허용 검사·변론기록 미작성 또는 허위작성) 감찰 및 징계 강화 △수사검사 외 상부 지휘검사에 대한 변론제도 개선(변론 허용 사유 등 기록) △사건 분리 처분시 미처분 부분 누락 방지 대책 마련(새 사건번호 부여·미처분 사건 알림 등) 등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