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스1

서지현 검사(46·사법연수원 33기)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안태근 전 검사장(53·20기)이 항소 이유를 말하며 울먹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이성복)는 1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검사장의 항소심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안 전 검사장이 지난 2일 청구한 보석 심문도 함께 열렸다.

안 전 검사장은 미리 준비한 서류를 직접 읽으면서 항소 이유를 말하던 중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서 검사에 대한 인사는 은밀하게 이뤄진 것이 아닌 누구나 알도록 공개됐다"면서 "인사 결과와 원칙이 숨긴 것 없이 전부 다 공개됐는데 이게 원칙 위반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진 분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칙에 따르면 부치지청(지검 소속 소규모 지청)의 경력 검사 중에 근무 성적이 우수한 검사는 본인 희망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기재돼있다. 동기 95명 중에 91등을 한 서 검사가 해당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며 "부치지청을 보내면 안 된다는 원칙은 애초에 없던 것으로 저를 기소하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검찰은 인사대상자는 서 검사, 인사권자는 법무부 검찰국장 두 명뿐이라고 확실하게 만들어놨다. 이 왜곡된 프레임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며 "이 사건 공소 제기는 근거 없는 억측과 허구로 가득하다"고 강조했다.

안 전 검사장 측 변호인도 "1심의 논리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본청은 괜찮고, 부치지청은 안 된다는 것"이라며 "항소심에서도 부디 어떤 예단이나 편견 없이 증거에 입각해 이 사건을 면밀히 심리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안 전 검사장의 의견은 이미 1심에서 충분히 제기된 의견들이다. 1심은 충분한 심리를 통해 판단했다"면서 "2심 또한 충분한 방어권이 보장돼야겠지만, 검사의 공소사실 자체가 왜곡된 증거들로 이뤄졌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보석심문에서 안 전 검사장 측 변호인은 "형사재판의 기본 원칙인 방어권을 위한 불구속이 보장돼야 한다. 바로 전날 김 지사의 허가 사실도 있다"며 "안 전 검사장은 누구보다 이 사건의 진실이 명백하게 밝혀졌으면 하는 바람이고 기소 이전부터 대대적인 언론 보도와 수사를 통해 안 전 검사장은 물론 가족도 노출된 상황이라 도망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1심 실형 후 현재까지 사정변경이 없었다"며 "안 전 검사장은 실형 후 복역에 대한 심리적 불안 상태가 돼서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 새롭게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석 기각을 요청했다.

안 전 검사장의 항소심 2차 공판은 다음달 2일 오후 3시30분에 열릴 예정이다.

한편 안 전 검사장은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서 검사를 성추행한 이후 2015년 8월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다만 성추행과 부당 사무감사 의혹은 안 전 검사장 혐의에서 제외됐다. 성추행 혐의는 당시 친고죄가 적용돼 이미 고소기간이 지나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심은 "안 전 검사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의 업무를 남용해 인사담당 검사로 하여금 원칙과 기준에 반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할 수 있다"며 "공정한 검찰권 행사 토대가 되는 국민과 검찰 구성원의 기대를 저버려 엄한 처벌이 필요해 보인다"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